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내담자 분들을 만나면 “난 그건 못하니까.” “내 능력 밖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일정한 선을 긋고, 그 선 밖의 일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요즘 박사 수업을 한 과목 듣고 있는데, 교재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문장이 이런 식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기저선을 조사하기 위해 일반적인 혼합분석모델을 시행하여 평가 동안 반복된 측정과 이용 가능한 자료를 사용했을 때의 공분산에 의해 삶의 질의 평균의 형태가 시간에 따라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완전 만연체죠?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보니까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하신 교수님이 썼습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문장을 보면 읽기가 싫어집니다. 더불어 열등감이 올라옵니다. 옆에 앉은 박사 선생님은 척..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시는 너무 쉬워서 현관에 놓인 나막신처럼 바로 신으면 되었지.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저는 계절 중에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가을이 되면 볕이 어느 정도 따스하면서도 기분 좋게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제 생일이 있어 좋고요 :)이렇게 멋진 가을이 왔는데, 요즘 저는 운이 그닥 좋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 운이 좋을 때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나 주변 인연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예전에 말씀 드렸었죠? (클릭☞)개운법 반대로 운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내가 아프거나 주변 사람이 아프거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상한 일들이 벌어지죠. 무엇보다 이런 거 저런 거 떠나서... 제 마음이 좀 초조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역시 운이 안 좋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주역 선생님이 말씀하시던데... 사람 심리가 운이 안 좋을 때 꼭 일을 벌이려고 한..
마음먹은 것은, 마음먹은 만큼 감내해야 한다. 진짜 마음은 애쓰지 않는다. 억제할 수 없는 힘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 같은 거니까.
말이 단출하면서도, 시원하고, 들어 있는 핵심은 다 있는(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어퍼컷을 날리는), 그런 말들을 보면 막 메모하고 싶어집니다. 17.09.11 대정부 질문 中 자유한국당 박대출 : MBC 김장겸 사장 내쫓을 겁니까! 최근에 MBC나 KBS에서 불공정 보도하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 잘 안 봐서 모릅니다.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 ................... 자유한국당 김성태 :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 동북아균형자론이 얻은 게 뭡니까? 핵과 미사일입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 지난 9년동안 햇볕정책이나 균형자론을 폐가한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걸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는 게 뜻밖입니다. 자유..
슥슥 데생하듯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본 것은 새로운 발견.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하나의 통로가 생겨났다.
가끔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고, 완벽해 보이는 분을 볼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멋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까운 사람들은 그에게도 연약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심리학자인 융(Carl Gustav Jung)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선한(good) 사람이기보다 온전한(whole) 사람이 되고 싶다.” 사회적으로 적응하며 살기 위해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외부 인격(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일을 할 때 만난 분들은 제가 사교성이 좋다고 말합니다. 내담자들은 제가 따뜻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안의 찌그러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를 마주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요. 사교성의 페르소나 뒤에는 사람을 가리고 평가하는 자폐적..
올 8월엔 여러모로 정신이 없어서 친구도 잘 안 만났는데요.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홍대로 갔습니다. (클릭☞) 구본정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요. 선배를 만나면 엄마밥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선배와 찾은 곳은 혼밥하기도 좋고, 같이 먹어도 좋은 가정식 백반집, (클릭☞) 개다리소반입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밥집입니다. 그날그날 바뀌는 메뉴가 맛있어서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죠. 오늘의 메뉴는 아삭고추 알록달록 덮밥이었는데요. 시원한 콩나물 국에 간이 적절하게 밴 스테이크와 감자가 입맛을 즐겁게 끌어당겼습니다. 개다리소반에 오면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그날의 메뉴를 시키면 되니 좋습니다. 조금 이른 저녁에 왔더니 사람이 없어서 선배와 둘이..
단번에, 완전히. 이런 건 북풍의 거짓말.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지그재그 나아가.
(클릭☞) ‘내 삶의 기프트 선’을 그리다 보면 다양한 패턴들이 드러나는데요. 보통은 다양한 유형이 혼재되어 있지만, 유독 두드러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우선 관계지향적인 분들의 이야기 속에는 주로 사람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 시기에 누구를 만나서 기뻤다, 누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누구랑 헤어져서 슬펐다 등등... 이런 분들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사람 때문에 큰 상처를 입거든요. 만약에 내 그래프 꼭지점의 이야기가 사람 중심이었다면 “아... 내가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구나. 사람들에게 너무 휘둘리진 말자.” 하고 알아차려 보는 거죠. 그리고 성취지향적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야기 꼭지점들이 주로 내가 이룬 것, 성취한 것들, 혹은 성취하지 못한 ..
내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떤 시기에 겪었던 일 중에서 내가 가장 강렬하게 정서를 느꼈던 사건만을 클로즈업해서 기억한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어서 저에게 올 8월은 슬픔과 아픔으로만 기억됩니다.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병원을 오갔던 슬픔만이 강렬하죠. (다행히 해피는 고비를 넘겼습니다. 기도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물론 올 8월은 슬펐지만, 매일매일이 오직 슬픔이기만 했을까요? 숨어 있는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가 제 블로그를 우연히 보고는 연락해 와서 오랜만에 만나게 됐고, 교류분석사 자격증도 땄고, 슈퍼비전 선생님 상담실에 갔다가 그 구조가 신비롭고 특이해서 우와... 하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변부의 이야기는 ‘강아지 아픔’ 이라는 메인 테마의 이야기..
끌리는 일, 사람, 사물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지.
몇 년 전, 친구랑 야경을 내려다보며 밥을 먹는데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넌 그래도 취재하면 새로운 사람들이라도 만나잖아. 난 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재미가 없어. 회사, 집, 회사 집.” 그때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래. 그냥 표면적인 만남 속에서 소비되는 느낌이야.”라고 말했는데요. 며칠 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모님이랑 남동생이 친척동생 결혼식에 갔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고요... 가족이 동시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까 친구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병문안을 가니까 친구가 핼쑥한 모습으로 넋을 잃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의 친구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는 것조차 친구 가족에게는 고통이었습니..
늦도록 장터 한 구석을 지키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못하고 한 걸음 앞서 돌아가는 흑염소처럼 조금은 당당하게. 이창기 _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들이 넘쳐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예전에 김경일 교수님이 학교에 와서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재밌어서 메모를 해 뒀답니다. 요약하자면 컴퓨터는 특정 목표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알지만, 스스로를 인지하는(데이터 밖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힘)인 메타인지가 없다는 거죠. 반면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건 모른다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된 데이터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떤 환자가 A 치료를 받는다면 B 치료를 받는 것보다 오래 살게 되지만, B 치료를 받는 것이 주관적으로는 더 행복하다고 했을 때, 컴퓨터는 그러한 개인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까지 고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생존 확률이나 고통..
경기도 이천을 지나다가 들르게 된 이진상회. 이날 비가 촉촉하게 내렸는데요. 5천여 평 규모의 잘 꾸며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정원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조각상들, 그리고 뒤쪽으로 가니까 산책로도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산책하다가 아무 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왠지 분위기 있게 나온달까요 ^^ 그래도 경기도 이천에 왔는데 그릇 구경은 좀 하다 가야 할 것 같아서 이진상회 바로 옆에 있는 에 들렸는데요. 어머나, 생각보다 많은 그릇들이 반겼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5만원 사이면 선물세트로도 손색이 없는 예쁜 그릇들이 많았는데요. 눈에 들어온 것은 물병과 술병들이었습니다. 그냥 장식품으로 거실에 무심히 두어도 예쁠 것 같았습니다. 입구가 넓은 건 화병으로 써도 좋겠더라고요. 나무..
“네가 어떻게 그걸 해?”라고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지만 사실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란 걸 그는 몰랐다.
요즘 제가 새로 만나는 내담자 중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가 있는데요. 굉장히 창의적인 친구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 과거는 망쳐버린 도화지 같아서 이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엉망일 거예요.”라고 하는데 무심코 던지는 표현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직관이 발달한 친구라 자기감정을 잘 인지하고 있고, 그걸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인데요. 그 친구에게 아들러와 융 이야기를 살짝 해 줬는데, 생각보다 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대략 정리하자면 누구나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서 살아가는데요. A라는 상황에서 상처를 한 번 입었다면 이젠 A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A뿐만 아니라, ab, aBC, Add, Aefg¨ 등등... ..
벨리록을 통해 알게 된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 요즘 오가며 시규어 로스를 듣고 있는데요. 마치 작은 서랍을 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꽤 유명한 그룹인데 저는 잘 몰랐네요. 보니까 예전에도 내한을 꾸준히 한 모양입니다. 보컬 욘시는 오른눈이 실명한 채로 태어났다고 해요. 첼로활을 비벼서 기타를 연주하는 점이 특이하네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 들리는 편인데요. 간혹 곡의 느낌은 모노톤인데 가사는 파스텔 느낌이 나거나, 반대로 곡은 화사한데 가사에 습기가 많으면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규어 로스는 '희망어'로 노래한다고 해요. 희망어는 보컬 욘시가 아이슬란드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언어라고 ..
뒤로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앞에선 안 보이던 길이 보이네. 뒤로 가는 것도 이유가 있을지 몰라. 에둘러 가는 무의식적 길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