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늦도록 장터 한 구석을 지키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못하고 한 걸음 앞서 돌아가는 흑염소처럼 조금은 당당하게. 이창기 _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들이 넘쳐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예전에 김경일 교수님이 학교에 와서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재밌어서 메모를 해 뒀답니다. 요약하자면 컴퓨터는 특정 목표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알지만, 스스로를 인지하는(데이터 밖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힘)인 메타인지가 없다는 거죠. 반면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건 모른다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된 데이터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떤 환자가 A 치료를 받는다면 B 치료를 받는 것보다 오래 살게 되지만, B 치료를 받는 것이 주관적으로는 더 행복하다고 했을 때, 컴퓨터는 그러한 개인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까지 고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생존 확률이나 고통..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경기도 이천을 지나다가 들르게 된 이진상회. 이날 비가 촉촉하게 내렸는데요. 5천여 평 규모의 잘 꾸며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정원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조각상들, 그리고 뒤쪽으로 가니까 산책로도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산책하다가 아무 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왠지 분위기 있게 나온달까요 ^^ 그래도 경기도 이천에 왔는데 그릇 구경은 좀 하다 가야 할 것 같아서 이진상회 바로 옆에 있는 에 들렸는데요. 어머나, 생각보다 많은 그릇들이 반겼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5만원 사이면 선물세트로도 손색이 없는 예쁜 그릇들이 많았는데요. 눈에 들어온 것은 물병과 술병들이었습니다. 그냥 장식품으로 거실에 무심히 두어도 예쁠 것 같았습니다. 입구가 넓은 건 화병으로 써도 좋겠더라고요. 나무..
“네가 어떻게 그걸 해?”라고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지만 사실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란 걸 그는 몰랐다.
요즘 제가 새로 만나는 내담자 중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가 있는데요. 굉장히 창의적인 친구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 과거는 망쳐버린 도화지 같아서 이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엉망일 거예요.”라고 하는데 무심코 던지는 표현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직관이 발달한 친구라 자기감정을 잘 인지하고 있고, 그걸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인데요. 그 친구에게 아들러와 융 이야기를 살짝 해 줬는데, 생각보다 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대략 정리하자면 누구나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서 살아가는데요. A라는 상황에서 상처를 한 번 입었다면 이젠 A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A뿐만 아니라, ab, aBC, Add, Aefg¨ 등등... A..
벨리록을 통해 알게 된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 요즘 오가며 시규어 로스를 듣고 있는데요. 마치 작은 서랍을 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꽤 유명한 그룹인데 저는 잘 몰랐네요. 보니까 예전에도 내한을 꾸준히 한 모양입니다. 보컬 욘시는 오른눈이 실명한 채로 태어났다고 해요. 첼로활을 비벼서 기타를 연주하는 점이 특이하네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 들리는 편인데요. 간혹 곡의 느낌은 모노톤인데 가사는 파스텔 느낌이 나거나, 반대로 곡은 화사한데 가사에 습기가 많으면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규어 로스는 '희망어'로 노래한다고 해요. 희망어는 보컬 욘시가 아이슬란드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언어라고 ..
뒤로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앞에선 안 보이던 길이 보이네. 뒤로 가는 것도 이유가 있을지 몰라. 에둘러 가는 무의식적 길 같은 것.
지난번에 뭔가 불안해서 집중이 안 될 땐 (클릭☞)If ~then 쓰기를 권했었죠? 뭔가 끝내지 못한 일이 떠올라서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땐 ‘If ~then’기법으로 (만약 ~일이 벌어진다면 ~해 봐야지) 써 보는 것만으로도 현재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고요. 문득 제가 인터뷰했던 어떤 분이 떠오르는데요. 그 분은 매일 새벽 5-6시를 ‘걱정의 시간’으로 정하고, 메모해 둔 걱정꺼리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요. 낮에는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많은데,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걱정꺼리가 떠오르면 업무에 방해가 될 때가 많아서 일단은 메모해 두고, ‘걱정의 시간’에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고요. 그런데 말이죠. 끝마치지 못한 일이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이에 대해..
지난 번에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오는데, 어디를 가이드해 줘야 하나, 친구가 고심하길래 나름 정리해 봤는데요. (클릭☞)[서울 가이드]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기 좋은 곳. 제가 친구에게 추천한 숙소는 이태원의 모스크(MOSC)랍니다. 게스트 하우스치고는 깨끗하고, 각 방마다 개별실로 분리되어 있거든요. 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저는 친구들이랑 4인실에 묵었는데 6만원대 가격으로 기억해요). 잠깐 잠만 자는데, 서울 시내 비싼 호텔에 묵는 것보다는 이렇게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게 낫죠. 이곳을 알게 된 건 에어비엔비를 통해서였는데요. 요즘 에어비엔비가 여러모로 말이 많죠. 그래도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지산 벨리록도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좀 먹었는데..
쳐다보던 관광 명소보다 잠시 앉아 쉬었던 의자, 그 칠이 벗겨진 플라스틱 의자가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삶의 밀도는 내 발에 신어 본 슬리퍼 같은 촉감에서 비롯되는 거겠지.
어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난 번에 (클릭☞)네가 쓴 글 있잖아. 과거에 우울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건, 지금 내 마음이 우울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 네 글 보니까 왜 그런지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도 자꾸 우울한 일이 떠오르면 어떻게 하니?” 사실 우리가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의지로 통제하기는 어렵죠. “우울해하지 말자! 레드 썬!” 한다고 해서 우울한 마음이 짠, 하고 가시는 건 아니니까요. 이미 활성화 된 생각이나 감정을 통제하려고 들수록 오히려 그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Engle, Conway, Tuholsky, & Shisler, 2006). 심리학자 Daniel Wegner가 A그룹 참여자들에게는 5분 동안 흰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B그룹 참여자들에게..
올 여름은 유독 덥네요. 요즘은 작업실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으며 유유자적하게 보냅니다. 아,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되나? 싶다가 “자유가 과분한 것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ㅎㅎ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럭셔리 호텔을 하나 잡아서 여름휴가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게 보내기도 하고, 에어콘 빵빵하게 나오는 만화방에서 죽 치고 앉아 있기도 하고... 더운데 고생하며 돌아다니기보다는 얌전히 방콕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저는 더울 때 모리스 드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 1876년~1958년)의 그림을 봅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어요. 눈길(La route sous la neige) 1..
그것은 그냥 그것이었지만, 그것이 나를 나타내 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나,가 된다. 그것은 사람을 부분적으로 만든다.
요즘 한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데요. 이 분의 이슈는 과거에 속상했던 일들이 수시로 떠올라, 필름처럼 펼쳐져서 괴롭다고 했습니다. 일종의 반추(과거에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는데요. 유독 과거의 삽화 중에서 우울하고 속상했던 기억만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내담자 보호 차원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문득 슈워츠와 블레스(N. Schwarz&Bless)가 언급한 정서의 정보 모델(Affect-as-Information Model)이 떠올랐습니다. ‘정서의 정보 모델’이란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정서’를 통해(정보로 삼아서)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유쾌했던 일이 더 잘 떠오릅니다. 반대로 슬플 때는 슬펐..
예전에 여행 칼럼을 썼던 필자 분이 "주문진 쪽에 가면 순긋해변 가 보세요. 수심이 얕으면서도 물 색깔이 예뻐요.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모래밭도 깨끗하고요."라고 했었는데요. 이상하게 순긋해변을 가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마음먹고 다녀왔습니다. 날이 흐렸는데도, 순긋해변 물 색깔은 정말 신비로웠어요. 색 바랜 듯한 한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옆에 경포해변에 비하면 정말 조용해서, 모래밭에 한참 누워 있었습니다. 경포해변이 잡지책 같은 느낌이라면, 순긋해변은 작은 시집 같은 곳이었어요. 뭔가 여백이 많은 느낌이랄까요? 실컷 누워 있다가 살랑살랑 걷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변에서 한 아이랑 아빠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던데,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찍고 말았네..
“바다에 / 많은 암초들 / 그 암초 하나에서 너는 구원 받으리.”_ Olav H. Hauge
지난 번에 (클릭☞) 단기적인 행복과 vs 장기적인 행복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드렸었죠? 1. 요즘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나요?(현재) 2. 무엇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가정) 이 두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감이 빠른 분들은 1번과 2번의 답 차이를 느끼셨을 겁니다. 1번 물음은 아무래도 이루기 위한 목표보다는 과정(ing)에 가까운 것이 많죠. 일상생활에서 마음먹으면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 혹은 감사함처럼 마음가짐에 가까운 태도도 있을 겁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의 공통적인 답변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나왔는데요. ** 가족과 친구, 좋아하는 사람, 애완동물 ** 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 여행을 할 때 ** 편히 ..
강숙 작가의 드로잉 展이 합정역 초이 갤러리에 있어서 슬쩍 들렸습니다. 강숙 님은 원래 동양화를 전공했는데요, 20년 넘게 콘티작가로도 활동 중이랍니다. 콘티 작가란 영화나 드라마나에서 촬영할 장면을 미리 그림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하지요. 이라는 인터뷰 칼럼을 통해 2009년, 처음 강숙 작가님을 만난 것 같은데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손을 덥석 잡더니, "우리 밥 먹으러 갑시다!" 하고선 무작정 저를 식당으로 이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 첫 인상이 굉장히 친근했달까요.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 같은 끌림이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종종 만날 때마다 늘 만나온 사람처럼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 갤러리에 들어서자 그녀가 그린 작품들이 수십 개의 소행성처럼 반깁니다. 크..
그는 K에게는 사려 깊은 사람이지만, J에게는 답답한 사람이고 L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P에게는 고집 센 사람이다. 그는 한 사람이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되는 여러 사람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느낌은 오는데, 왠지 뜬구름 잡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명확하게 잡히는 대상이 아니라서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차라리 ‘기쁨’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이 이렇게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잘 보거나, 자기 팀이 경기에 이기는 것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하는 것에 의해 순간적으로 유발되는 것이다(Arnold & Reynolds, 2003). 그러나 장기적인 행복은 단기적인 기쁨을 만들어 내는 여러 사건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행복의 측정치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삶에 대한 만족 척도(Satisfaction With Life Scale)(Pavot & Diener, 1993)’인데요, 이 척도는 사람들에게 아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