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여자는 남자를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에 문을 열어 줍니다. 돈 비슷한 돈, 명예 비슷한 명예, 호기로운 활달함. 남자가 지닌 친숙함은 세상의 친숙함과 알맞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죠. 돈이면 돈이지, 왜 돈 ‘비슷한’ 돈이었을까요? 돈만큼 구체적인 단위이면서도 맞닥뜨리는 이에 따라 수천 갈래로 불어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을 맡아서 자수성가한 분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엄청난 부자였는데도, 돈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서랍으로 친다면 누구보다 큰 서랍을 갖고 있고, 그 서랍을 채울 줄 ..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며칠 전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미모의 라라윈 작가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공문선 선생님,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아가다 수녀님이었죠. 맛있게 월남쌈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공선생님이 “이제 먹방의 시대가 가고, 인테리어의 시대가 올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문득 오래 전 잊고 있던 취재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대화의 힘은 이런 것이겠죠. 묻어있던 기억 한 조각에 화르륵 불을 붙이는 ‘촉발’에 있달까요, 때는 바야흐로 2007년 어느 트렌드전략연구소 소장님을 취재할 때였습니다. “앞으로는 저성장 시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답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허한 속이라도 달래야겠지..
가끔 저는... 살던 곳을 가 볼 때가 있습니다. 대학 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탁구장이 생겼더라고요. 한때 먹고 자던, 라디오를 듣고 귤을 까 먹고 멍 때리던 그곳에서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으니 어찌나 묘하던지요. 제겐 홍대 밥집(찻집이자 술집이기도 하네요), h가 그런 묘한 곳이기도 합니다. 연남동이 뜨기 전에 이곳은 주택가였는데, 제가 좋아하던 언니가 살던 집이 있던 곳이었거든요. 그때 다니던 회사가 이곳 근처에 있어 언니 집에 가끔 놀러가곤 했습니다. 나란히 조르륵 늘어서 있던, 그녀가 만든 패브릭 제품들이 떠오르네요. 어찌나 손재주가 좋은지 커튼이며 식탁보며 손수 만든 거라 앙증맞으면서도 예뻤거든요. 그때 거실에 누워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덧 ..
저는 문명의 이기와 친숙하지 않아서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는데요. 제 주변에 분들 보니까 몇몇 분이 활발하게 팟캐스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혼자 흥이 나서 1여년 넘게 진행하시는데, 어느 날 보니 컨텐츠도 꽤 쌓였고 구독자 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 있더라고요. 어느새 자기만의 매체가 생긴 거죠.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많은 분들에게 0.1%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었습니다. 잡지사를 다니면서 저도 팟캐스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여력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한번 저질러(?)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컴맹에 가까운 제가 막상 팟캐스트를 만들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
요즘 니체 아저씨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열독 중인데요. 니체는 특별히 인간의 능력들 가운데에서 ‘작별의 능력’을 예찬합니다. ‘작별하는 능력 없이’ 창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작별의 능력은 관념적이나 추상적인 게 아닌, 합리적이고 유용하기도 합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예술가들, 발명가들 대부분이 어떤 문제에 붙잡혀 붙들려 있을 때보다는 그것을 잠시 잊어두고(잠시 작별하고) 있다가 다른 일 하다가 번쩍! 하고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될 때가 많다고 술회합니다. 그만큼 작별의 능력은 ‘문제에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지 않게 하는’ 유연한 거리 두기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는 거죠. 어디 그뿐인가요. 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느꼈지만, 오래 살아 남는 CEO일수록 ..
마음밑돌 소개/주인장 소개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퍼스널 스케치(Personal Sketches)는.... 다양한 인물의 심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고 글로 표현해 보는 시간입니다. 줄 없는 노트, 혹은 에이포 용지 넉넉하게, 그리고 펜 한 자루가 있다면 충분합니다. 또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고 함께 해 주세요.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지만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죠.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어요.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 상황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혹은 익숙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려 들 때도 있죠.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걷습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 친숙함의 베일 너머 낯선..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저는 뭔가 무의식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글로 섬세하게 내놓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가 사진까지 잘 찍는다면? 더불어 드로잉으로 순간의 핵심을 포착할 줄 안다면? 이 매력적인 작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입니다. 그는 섬세한 눈과 더불어 사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탁월한 예술가이죠. 가끔 울적한 날엔 그의 에세이집 《영혼의 시선》을 펴듭니다. 잠깐 그의 글을 살펴볼까요?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自生)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어떤 관계가 떠오르세요? 아무래도 이런 모순적인 긴장을 동반하는 관계라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텐데요.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안 만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우리에게 밀접한 관계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우리에겐 가장 아프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관계의 속성이 마냥 좋기만 하고, 싫기만 하던가요? 그런 단선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요.‘관계의 불편한 실밥’ 같은 게 삐죽 나와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 떨어지고 싶은데, 그게 안..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떨어지고 싶어 더 꽉 붙들기.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탈출하기. 여자는 이런 세계가 어지러웠다. 이런 간극이 있는 세계는 결코 왕래할 수 없는 두 개의 마을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였다.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걸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