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잠깐 머리를 식힐 겸 파주 헤이리 마을에 다녀왔어요. 지금은 헤이리 마을이 참 예쁘게 꾸며져 있죠. 하지만 이곳도 예전엔 허허벌판이었다고 해요. 식물감각 주인 분이 황무지 같은 이곳에 건물을 짓고 주변에 200여 종이 넘는 우리 꽃과 나무를 심었다네요. 헤이리의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 식물감각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번에야 처음 가 보게 되었네요. 입구에 들어서니 와인병이 가득합니다. 주인장이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어서 평소 시중에서 쉽사리 맛볼 수 없는 와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와인 한 병 골라들고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탁 트인 천장과 꽃과 그림이 어우러져서 작은 갤러리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반드시, 기필코, 언젠가, 꼭, 항상, 다시는” 이런 말들은 그를 굳세게도 하였지만, 그를 그 안에 가두기도 했다.
새로운 포즈로 앉아 있어도 의자의 각도가 그대로라면 네가 있는 방향을 볼 수 없는 걸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지난주에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 한 커플이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그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는 “알았어. 미안해. 이제 안 그런다고.” 라는 말만 반복했고. 여자는 “미안하다고 하면 다야? 맨날 그런 식이잖아.”라며 돌아섰습니다. 트렁크를 끌고 멀어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문득 이 커플에게 “미안해.”라는 말은 서로에게 어떤 메시지로 쓰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심리상담가 Gary Chapman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주된 사과의 언어가 있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 누군가는 “미안해.”라는 말 대신 “나 때문에 얼마나 속상했니?”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혹은 “내 책임이야. 내가 잘못했어.”라는 책임을..
어느 시기에 발달하지 못한 것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발달하려 한다. 열여덟의 그가 마흔여섯의 그를 뚫고 나온다.
며칠 전에 후배가 “저 의료실비 하나 들려고 하는데, 혹시 아는 설계사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세요.”라고 하는데 문득 보험에 처음 가입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때는 바야흐로 2003년. 의료실비가 약간은 대중화되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당시 아이러브스쿨인가? 동창 찾기 사이트를 통해 그 친구가 제게 연락을 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제 짝궁이었는데, 꽤 친하게 지냈지요. 어렸을 때 전 바닷가 근처에 살았는데요. 그 친구와 같이 방조제 위를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무척 보고 싶어했던 친구였기에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죠. 그렇게 몇 번 만났는데, 하루는 이 친구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
모든 경험은 1%라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다만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판단할 때 고통이 되어 오겠지.
며칠 전에 한 아주머니가 저희 어머니를 붙들고 한탄했습니다. 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망쳐서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동네 엄마들이 "00이는 K 대학에 갔다면서?"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무시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구요. (저는 속으로 K 대학 정도면 서울에 있고, 뭐 나쁘지 않은데, 왜 그럴까? 갸웃거렸습니다. 제가 예전에 과외했던 학생은 K 대학이라도 붙었으면 했거든요.) 더군다나 아들 친구 P는 명문대에 떡하니 붙었답니다. 게다가 P 엄마가 “아휴, K 대학 붙은 것도 잘한 거야.”라고 말하는데, 더 화가 나더랍니다. P는 명문대 붙어 놓곤 그렇게 말한다는 거죠. 그 말이 다 진실이라고 쳐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들이 K 대학에 들어간 걸 무시하고 못 견뎌..
경험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올 수 있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더라.
그가 사라지고 싶었던 건, 그 비어버린 공간만큼은 충분히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 Reid Yalom 어빈 얄롬(Irvin D. Yalom)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재담꾼이자 통찰력이 번뜩이는 작가죠.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당면한 문제가 매듭이 풀리듯 스르르 풀릴 때가 많아서 그의 책을 흔쾌히 펴들게 됩니다. 특히 그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내담자 스스로가 통찰하게끔 등불을 들어줍니다. 그래서 얄롬의 독자가 되어 그가 만들어 놓은 길을 함께 걷는 과정은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는 소중한 과정이 되기도 하죠. 《삶과 죽음 사이에 서서》는 총 열 명의 내담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아껴 먹는 초콜릿을 꺼내 먹듯이 10개의 단편을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읽었습니다. 제가 많은 영감을 얻었던 단편은 입니다. 특히..
그 무엇이 다른 것을 통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나에겐 진짜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있는 그대로 말했지만 전부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 전부를 담아 낼 언어를 찾지 못했다.
며칠 전 삼청동을 걷다가 예쁜 액세서리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매대에 특이한 문양의 귀고리와 목걸이가 요모조모 놓여 있었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어서오세요.”라고 수줍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한 켠에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지인과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한 손님이 “야,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며 옆 친구에게 키득거렸습니다. 그런데 워낙 큰 소리로 말해서 제 귀에도 들렸고, 주인도 그 말을 들었는지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촌스럽다는 귀고리를 보니 작은 별이 박혀 있었는데 나름 앙증맞았습니다. 목걸이 하나를 계산하고 액세서리 가게를 나오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
예전에 필자 분이 알려 준 맛집 모모코.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안주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술집 같지만 안주로 나오는 밥이랑 요리류가 참 맛있는 밥집이기도 합니다. 뭣보다 이 집 막걸리 맛을 보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모모코 내부입니다. 사진 뒤편에도 좌석이 있습니다. 이쪽은 적당히 붐비지 않아 좋지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두 명은 예술의 전당에서 르코르뷔지에 전을 보고 모모코로 왔습니다. 저는 겨울 방학 내내 박사 선생님 두 분에게 낚여서(?) 고생하던 프로젝트를 손 털고 가뿐한 마음으로 왔지요. 이곳 주인장이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고양이 그림이 벽면에 그려져 있고, 고양이 조각도 많습니다. 모모코가 "나비야"라는 뜻이라네요. "어머? 어떻게 지냈니?" 오랜만에 만..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감정은 그가 처리해야 할 조용한 면적 때로 그 자신이 파묻혀도 모를 만큼 큰 면적.
요즘 동양고전연구회에서 엮은 《맹자》를 오가며 보고 있는데요, 맹자의 인물 분석은 꽤 예리하고 영묘합니다. 특히 그가 분석한 백이, 이윤, 유하혜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맹자가 분석한 그들의 모습을 조합해서 가져와 보았습니다. 백이 : 섬길 만한 임금이 아니면 모시지 않고, 부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는다.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어지러워지면 물러나는 이가 백이이다. (공손추 상 3-2-22) 백이는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않았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았다. 자기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자기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다. 세상이 잘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혼란하면 물러났다. 횡포한 정치를 하는 조정에나 횡포한 백성들이 사는 곳에는 살지 않았다. ..
마음밑돌 소개/주인장 소개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물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얽매이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물이 되어 흐르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기교가 뛰어난 글, 근사한 글, 타인을 사로잡는 글이 아니더라도 쓴다는 것은 내면에 ‘얽혀 있는 나’를 풀어 자기와의 연결감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쓴다는 것은 그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느끼는 과정’ 이기 때문입니다. 8년간 월간 「좋은생각」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당신의 삶이 씀으로써 치유되고, 다시 승화되는 것을 보며 치유적 글쓰기에 매료되어 상담심리대학원에서 공부하였습니다. 그간 다양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상담하면서 세상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졌고 무슨 일을 하는지 떠나, 한 존재 속에 스며 있는 내면의 수많은 층위와 굴곡, 아픔 그리고 ..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여러 층위로 이뤄져 있지 않을까? 그저 고리를 던지듯 관심 가는 면적만큼 걸려 기억의 매듭을 만들 뿐.
애드센스를 달면서 소스 코드를 건드려서 그런지, 블로그 아이콘이 날아가고, 뭔가 틀이 이상해졌네요. ㅠㅠ 음, 그래도 시간이 난 김에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해요. 합정역에 있는 '리틀파파'는 제가 사랑하는 단골 쌀국수 집입니다. 흐린 날씨, 뭔가 뜨끈한 국물이 땡길 때 자주 찾는 곳이죠. 한 가지 복병이 있다면 손님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웨이팅하는 줄이 길어서 겨울에는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게 흠이죠. 그런데 이날은 앞에 두 팀 정도 기다리고 있을 뿐, 한산했습니다. 5분 정도 기다린 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리틀파파 내부랍니다. 사진 오른쪽에 가려진 부분은 테이블 몇 개가 놓여져 있습니다. 함께 간 대학원 선생님들과 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저희가 들어오자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