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ireugo
1. 외부는 유발 요인이 되나, 결국 자기 자신과의 관계의 질(친밀성, 사랑)에 달려 있다. 2. 의식이 진화하면 실행의 배후에 있는 사적인 '나'의 환상성이 사라진다. 이때 활동은 자율적이고 수월한 것으로 경험된다. 3. 업은 존재(Self)가 갖는 부분적 위치성으로서 존재를 통해 우주가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4. 모든 중독의 매커니즘의 배후엔 참나(Self)가 있다. 중독이 주는 기쁨은 현상계에서 참나와의 장애를 잠시 걷어내 주는 듯한 환상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만족일 뿐, 공허로 이어진다. 중독의 매커니즘을 예방하는 길은 그것에 대한 중요도를 낮추고, 대안 행동을 찾는 것이다. 5. 에고는 흥이 나야 일을 한다. 자신의 욕망을 추동력 삼아 공생의 방향으로 쓸 때 순환된다. 벌이 ..
며칠 전에 친구가 “네 글을 인터넷에서 봤어.”라면서 보내줬는데요. 보니까 2013년, 잡지에 쓴 글이었습니다. 박상륭 선생님에 대한 글이었는데, 누군가 인터넷에 올려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모양입니다. 아래와 같은 글인데요. “자기 안에 자꾸 금을 긋고 있으면 마음의 물길이 막힌다.” 고 인사동 어느 주점에서 박상륭 선생이 말씀하셨을 때, 나는 선생의 얼굴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렇게 선생은 내 안의 가장 큰 스승이 되었다. 선생의 언어는 문장이란 옷을 입고 있을 뿐, 내게는 벼락과도 같은 문자 이상의 직관이었다. 가만 보면, 하수는 정말 꼼꼼하게 자기 안의 털을 잔뜩 곧추 세우고는 긴장하며 걷는다. 그런데 고수는 자기 안의 물길이 흘러가게 내버려두면서도 자연스럽게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런 면에서 선생..
사람이 운명을 바꾸려면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해요. 첫째, 내가 사는 공간(환경)을 바꿀 것. 둘째, 내가 만나는 사람을 달리할 것, 셋째, 내가 쓰는 시간을 새로운 것들로 채워볼 것. 첫째, 공간을 바꾸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음, 이직이나 이사, 이민이 있겠죠? 그런데 이것도 말이 쉽지, 당장 실천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그런데 예전에 주역 강의를 잠시 들었었는데,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당장 있는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좋아하는 환경을 자주 방문하라고요. 그래서 저는 마음이 답답할 땐, 좋아하는 장소(주로 외곽의 한적한 까페인데, 이곳에서 책 한 권 읽고 오면 힐링이 절로 된답니다.)에 갑니다. 사람 없는 오전 시간에 미술관 투어를 하기도 하고요, 책 한 권 끼고 친구 한 명 꼬드겨서 돗자리..
요즘 코로나 때문에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축된 것 같아요. 저 역시 3월에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워크숍이 보류되었는데요. 저야 함께 하는 직원이 없으니 저 하나 책임지면 되지만, 딸린 식구가 많은 사장님들, 손님이 오지 않는 자영업자분들, 중국에서 원자재를 가져와야 하는 관련 기업들은 타격이 클 테니 걱정이 됩니다. 어제는 제 첫 내담자였던 A가 “샘, 저 한국 돌아오자마자 돈 벌었어요.”라고 하길래 취직한 줄 알았더니 체측알바(?)를 했답니다. 코로나가 의심되는 분들 체온을 측정하는 아르바이트인데 시급이 세다고요. 아이고 ㅠ..ㅠ 보건소에서 일하는 친구도 요즘 새벽까지 일한다더니 얼굴이 초췌해졌더라고요. 이 친구 말이 치사율은 메르스 때보다는 훨씬 낮은데, 전파 속도가 빨라서 걱정이라고요. 요즘..
이제 겨울이 온 것 같아요. 코끝으로 차갑게 스치는 공기에 몸이 움츠려 듭니다. 게다가 일조량도 줄어서 마음도 울적해지고요. 어릴 땐 어른들의 세계가 꽤 견고할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어린이보다는 나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엉망진창인 부분들이 늘어갑니다. 차라리 니체가 말했듯 어린이의 시기는 새로운 시작, 놀이, 거룩한 긍정의 성장, 망각할 줄 아는 천진난만한 샌드백이라도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질문이 아주 많은 아이였는데요. 어릴 때 찍힌 사진을 보면 저렇게 땅 보면서 생각에 잠긴 사진이 왜 이렇게 많은지 ㅎㅎ 돌아보니 기질이 (클릭☞)개방성이 강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개방성 강한 이들에 대해 PESM 증후군(정신적 과잉)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는 생각의 ..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지나고 나니, 뜨거운 가마솥밥이 먹고 싶더라고요~ 동양철학 하는 선생님과 시래기 국밥집을 찾았는데요. 4.19탑 근처에 라는 식당에 들렀는데~ 주문한 소불고기 가마솥밥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촉촉해서 맛있더라고요. 강추! 다시 오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 주문한 해물파전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소해서 금방 비워냈고요. 볶은 김치의 아삭함이 느껴지는 메밀전병도 다시 먹고 싶어지네요 :) 아무튼 맛집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교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교운기라는 말이 생소할 수도 있는데, 운이 바뀌기 전에 지나가는 기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계절이 바뀌듯이 사람마다 대운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가 있는데, 보통 10년 단위로 변화합니다. 교운기란 대운이 변화하기 전의 예비..
Ecriture(描法) No.080206 저는 누구나 내적 표상(表象)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세계는 꽤 강렬해서 시간이 흘러도 철 지난 달력처럼 내면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많은 걸 이루어도 내적 표상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시절이 너무나 강렬해서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그 시절이 내면에 판화처럼 걸려 있는 거죠. 대학 때 처음 올라온 스무살의 서울이 제게는 강렬한 내적 표상의 세계로 남아 있는데요. 여대생의 발랄함 같은 것은 티브이 드라마에나 있고, 뭔가 비릿한 현기증이 일던 그때. 장마철에 피어오르던 곰팡이꽃들, 아래층에 살던 백인 영어 강사는 만날 때마다 이상한 윙크를 던지고, 밤에는 윗집에서 싸우는 악다구니가 들리던.....
요즘 저희 아버지 연배의 분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인 모양이에요. 이 프로그램에는 묘한 최면이 깃들어 있어서 단순히 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아니하고, 직접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틈만 나면 그 프로를 즐겨 보시더니, 요 근래에 드디어 귀농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당신의 노후자금을 털어서 고향에 땅을 사고 집을 사고, 아주 신이 나셨습니다. 경치는 정말 멋져요. 앞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병풍 같은 청량산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마당에 누워 있으면 별도 보이고, 공기가 맑아서 콧속이 시원해집니다. 하지만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본다면 정말 투자 가치가 1도 없는, 정말 오지에 터를 잡으셨죠. 나이 들면 마트랑 대형병원 가까운 게 최고라는데, 아버지..
1월 1일, 새해가 밝았네요. 예전에 제가 개운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 통계를 보니까 많은 분들이 검색을 통해 이 글을 보셨습니다. (클릭 ☞) [개운법] 운이 좋아지는 법 그러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고, 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한때 운 좋은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게 있겠지,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삶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운이란 게 한 사람에게 고정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가끔 취재 수첩을 들여다 보면 운 좋은 분들의 재미있는 공통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생각난 김에 운 좋은 분들의 특징을 한 번 정리해 볼까요? (1) ..
행복한 성탄 보내고 계신가요? 요 며칠 저는 (클릭 ☞) [꿈 이야기] 꿈 속에 찾아온 세 아이 를 만났는데요. 제주에 살아 얼굴 보기 힘든 홍작가를 만나, 그간 밀린 이야기를 소근소근 나눴는데, 여전히 청신한 그 눈빛에 압도당하고 말았답니다. 그녀가 제주에서 보고, 듣고, 코 끝으로 맡은 풍경들을 한 장, 한 장 드로잉으로 담아 이란 달력을 만들었는데요. 해피에게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니 ㅎㅎ 오, 수풀 위로 빨간 태양이 떠 있는 그림 한 장을 발로 탁 찍습니다. 또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제 말 시키지 말라며 털썩 누워 버립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그대여~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신부전 3기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4기로 가는데, 이 상태만 유지해 다..
문득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올 한 해 나는 무얼하며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열심히 공부만 하고, 논문에만 집중해야지 했는데, 기업 강의와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시간을 다 쓴 것 같습니다. 저는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일어난 10대 뉴스를 작성해 보는데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한 번 써 보시길 바래요.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열 가지 일을 기준으로 헤드라인을 뽑아 작성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운 점을 써 보고, 감사한 일도 다행인 일도 꼽아 봅니다. 사실 어쩌면 10대 뉴스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일들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올 한 해 너는 어떻게 살았니? 라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하지만 10대 뉴스를 통해..
예전에 어느 분을 인터뷰했을 때 오프 더 레코드로 "많은 회의가 건성이다. 조직의 명운이나, 국가 정책 관련한 일도 그저 의례적으로 처리된다. 회의자료 준비한 대로 통과되는 수가 부지기수다. 똑똑한 사람들이 뭔가 집단이 되면 아리송해진다."라고 말했는데 을 보면서 그 분 말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에서는 한시현 VS 재정국 차관의 대비로 그려지긴 했지만, 저는 반대급부인 재정국 차관이 그저 한 명의 개인으로 읽히진 않았습니다. 재정국 차관 뒤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연결고리들이 있겠죠. 어쩌면 한 명 한 명이 개인이 되었을 때(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던 나치 대원도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해 주던 자상한 아빠였듯이요.)는 인간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집단적 선택으로 변환되면 이..
생각은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으니 차라리 "다음 생각은 또 뭐지?" 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기다리면 아무 생각 안 난다. 억누르면 튀어나오고, 바라보면 사라져.
방금 올린 유튜브 영상은 9월 20일에 만든 것인데, 이제야 편집을 좀 해서 올리게 되네요. 이 영상을 만들 때만 해도 제가 보름 가까이 어머니랑 병원에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가늠하고 있지 못하듯이요. 어머니는 무사히 퇴원을 하셨고(걱정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간 하던 일을 손 놓고 돌아오니 일상이 새롭게 보이네요. 가족과 번갈아 가며 간호를 했는데도 강아지와 산책할 짬을 내기도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서 와이파이가 안 되어서 그간 쟁여 놓고 못 읽은 책들을 실컷 읽다가 왔지만, 기분이 묘하네요. 정신 차려 보니 10월 중순이랄까요. 왜 그런 전래동화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나뭇꾼이 나무를 하러 산에 갔는데 산신령을 만났다. 산신령과..
추석 연휴 잘 쉬고 계신가요? 가끔 메일 주시는 분들, 잊지 않고 방명록에 글 남겨주시는 분들, 유튜브 구독자도 조금 늘어서 :) 감사하네요. 누가 블로그는 왜 해? 유튜브는 왜 하니? 라고 묻는데... 저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하면서 오히려 제 자신이 더 많이 배우고, 도움 되는 점을 나눌 수 있어 값진 것 같습니다. :)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저는 누구나 자기만의 매체를 갖기를 권합니다. 제 권유에 대학원 선생님들, 그리고 기업 강의를 함께 했던 선생님도 요즘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보람 있고, 재미도 있다며 푹 빠지신 것 같아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시작해 보길 권해 드리고 싶네요. 사실 파워 블로거나 유튜버가 아닌 이상 금전적인 보상은 없습니다. 구독자도 그다지 많지 않을..
며칠 전에 길을 가다가 문득 예전에 L이랑 함께 갔던 부암동의 까페 생각이 났는데요. 밀롱가(milonga)란 곳이었는데, 갑자기 그곳에서 본 그림들 생각이 났습니다. 밀롱가 주인장이 그린 그림들이었는데요. 작품 위에 붙어 있던 산호랑 조개껍데기 같은 것이 허공에 떠올랐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까페 주인장이 그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스윽 제 앞을 지나갔기 때문이죠. 그 분이 맞나? 넘 신기해서 한번 더 쳐다보았는데요. 맞더라고요. 괜히 혼자 반가워서 아는 체 하고 싶더라고요. 예전에 L이 작품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던 모습이 제 휴대전화에 아직 남아 있네요. 길을 걷다 문득 밀롱가가 떠올랐고 그곳의 그림이 떠올랐는데,,, 그때 마침 까페 주인장이 제 앞으로 스윽 지나가다니..
노회찬 아저씨를 처음 뵌 건 2010년이었던가. 진행하던 잡지에 원고 청탁을 하면서였다.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고, 심지어 보람 슈퍼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아, 이게 누구신가? 신 기자 아닌가." 그는 만날 때마다 소탈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당시 나에게 필자는 두 부류였다. 마감일을 잘 지키는 필자와 어기는 필자.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슴을 치는 명문장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필자일지라도 마감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필자를 만나면 "작은 약속도 안 지키면서 당신의 문장 안에서는 참 많은 미덕을 강조하는구나." 하고 비껴 보았다. 세상이 아는 노회찬 의원이 어땠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그는 진실되고 성실한 분이었다. 심지어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
어제는 꿈 속에 세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한 아이는 홍시야였는데, 제가 아는 어른의 홍시야가 아니라 아주 작은 꼬마 여자아이였습니다. 꿈 속에서도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고 있더라고요. "뭘 그려?" 하고 물으니 "되어지는 대로 그리고 있어." 하면서 씩 웃는데 빛이 났습니다. 그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 작은 뜰이 번지고, 깨끗하고 맑은 향기가 맴돕니다. 이 친구 천재인데, 언젠가는 이 친구의 진면목이 시원하게 세상 밖으로 흘러나올 날이 오겠죠? 꼬마 시야를 만나고 정처없이 걷는데, 작은 남자아이가 옵니다. 어, 너 누구니? 하니까 얼굴에 투구를 쓴 채 자기가 혁이라고 합니다. 너 집이 어디니? 하고 물어보니까 자기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번에 콘서트 가는데!" 라고 하니까 "안 오..
P는 꽤 오래 만나 온 내담자입니다. P와의 마지막 회기를 마치고 센터를 나오는데, 갑자기 가슴 속으로 슥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친구로부터 외려 제가 더 많이 배운 것도 같아요. P : "샘, 저는 가족들이 미우면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마이너스 상상법을 써요." ireugo : "마이너스 상상법?" P : "그러니까, 이런 거죠. 엄마가 또 그 아저씨랑 바람이 나서 집 나가면, 이렇게 상상하는 거예요. 엄마는 시한부 인생이다. 앞으로 3개월밖에 못 산다. 3개월밖에 못 사는데, 뭐 어쩌겠어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요. 그리고 남동생이 또 사고쳐서 학교에서 오라고 하면 이렇게 상상해요. 남동생은 지능이 많이 떨어지는 지적장애가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데 뭐 어쩌나. 내가 이해해..
예전에 어느 분이 강아지 암투병에 억 단위 돈을 썼다는 말에 "미쳤구나."라고 고개를 저었는데요. 고양이 간호한다고 사표를 쓰는 어떤 분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까지 관두냐...." 라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막상 자기 일이 되면, 그 이해가 안 가는 일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신부전 말기인 저희 집 강아지를 케어하면서 마음이 힘든 건 주위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해피가 아직도 살아 있어? 대단하다." "그냥 안락사 시켜." 강아지 약 챙겨 먹인다고 모임이나 뒤풀이 못 간다고 하면, "강아지 약 챙긴다고 일찍 갔어? 넘 웃기다." "너무 개한테 집착하는 거 아냐?"라며 혀를 찹니다. 하지만 제때 약을 안 먹으면 강아지가 밤에 발작을 일으키거든요. 사람들이 유별나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