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44 파블루 네루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 네루다 시집 《질문의 책》에 수록된 44번째의 시 어제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저 아이를 잠시 만나 본 밤이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시인 진은영 님의 이런 아름다운 글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죠. "가끔 한밤중에 깨어있거나 혹은 해가 지는 건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있으면 속에서 누가 울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하루 종일 의젓하고 단호하게 행..
지난주에 세종대 대양홀에서 상담사례 심포지엄이 있어 다녀왔는데요. 세종대 쪽은 처음이라 두리번거리다가, 맛도 양도 일품인 맛집을 발견했답니다. 가게 이름이 Tokyo 420인데요.(위치는 클릭☞: 도쿄 420 아쉽게도, 사라졌네요)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맛도 일품이고, 무엇보다 푸짐한 양에 감탄했습니다. 장정 여러 명이 먹어도 너끈할 만큼 큰 그릇에 통 큰 양이 담겨 나왔거든요. 주 메뉴가 일본 가정식 우동과 백반이었는데요. 옆 테이블을 보니까 돈까스에 시원한 모밀, 김이 폴폴 나는 로제 까르보나라를 먹고 있어서 따라 시켜봤습니다. ㅎㅎ 짜잔, 돈까스가 나왔답니다. 사진으로 보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일반 돈까스의 2배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같이 간 지인들도..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세상이 아는 그 사람보다 내가 아는 그가 중요하다.
어제는 지인이 “언제 행복해요?”라고 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좀 골똘하게 생각했을 텐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작업실에 있을 때요.”라고 답했습니다. 작업실을 얻게 된 이유는 제 게으름에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 눕고 싶고, 자고 싶기 때문에 (강아지 옆에 느슨하게 누워서 게으름 피우는 게 일상의 행복한 낙이거든요. 또 식구들과 수다를 떨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 있으니까요.) 집과는 좀 분리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대학원 공부가 타이트한 데다, 외부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 작업실에 자주 못 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업실에 있으면 나만의 요새에서 마음껏 읽고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위 사진 속 공간이 제가 쓰는 곳인데요. 노트북 하나, 스탠드 하나, 책걸상 하나가 전부이지만..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어느 분이 탈융합과 마음챙김에 대한 메일을 주셨는데요. 부족하게나마 이 글이 답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저는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 ACT)에 관심이 많은데요. ACT란 올라오는 불쾌한 생각이나 감정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수용과 알아차림을 통해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려는 마음챙김입니다. ACT는 현대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들(불안, 공황, 우울 등등)이 원치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억제하려는 ‘애씀’에서 생기는 것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ACT에서는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올 때 그것과 싸우거나 논쟁하지 않고 단지 알아차리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행동하기에 집중합니다. 우리는 가끔..
며칠 전에 사촌 동생이 잠깐 집 근처에 놀러왔는데, 스마트폰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느라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못 본다고 한탄했습니다. 영화를 초반부에 좀 보려고 하면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고, 얼른 답장을 해 줘야 마음이 편해진다고요. 스마트폰을 안 보면 불안한 이유가 뭘까요? 사실 우리가 중독되는 이유는 뇌의 보상회로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 어떤 특정 행동을 했을 때 그 스트레스가 풀렸다면---> 그게 하나의 순환구조로 이어지죠. 역기능적인 행동일지라도요... 스마트폰 메시지를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게임에 빠지는 것도 그러한 보상강화(아, 이걸 하니까 기분이 좀 풀리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죠. 저도 소싯적에 인터넷 중독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
5월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이렇게 끝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올 5월만큼 바빴던 적이 없는 것 같네요. 6월이 되면 정신분석 강의도 끝나고,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과 함께 한 인문상담프로그램도 끝나게 되어 좀 여유 시간이 생기겠지요. 작은 식물 하나를 키우는 것도, 하다못해 이런 블로그 하나를 꾸려나가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 같아요. 오늘은 대학 때 제가 좋아했던 공간을 오랜만에 다녀왔는데, 어쩜 그렇게 그 시절 그대로인지 반가운 마음에 포스팅해 봅니다. ㅎㅎ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라는 바(Bar)인데요. 가게 이름이 특이하죠? 지하 입구에 그려진 파란 나비 그림도 여전하네요. 지하 내부로 들어가면 사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둥 중앙에 코끼리..
아무리 바보같이 허허허 웃는 사람도 그 안에는 건드리면 안 될 핵심이 숨어 있다. 그가 오랫동안 그것을 숨기고 아끼고 피해온 것은 그것이 그의 존재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클릭☞) 1편에서 편향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그럼 편향하지 않고 생생하게 환경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Perls는 불안이란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간격’이라고 말합니다. (Perls et al., 2012). 우리가 지금 여기를 떠나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면 어찌해볼 수 없는 행동만큼 불안이 스며듭니다. 따라서 ‘개체가 미래로 달려가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은 더욱 커지게 되죠. Perls는 편향을 보이는 내담자는 흔히 신체감각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지시문을 통해서 신체지각을 열어 줍니다. “당신의 신체감각에 온전히 집중해 보세요, 애써 이완하려고 하지 말고 당신의 신체감각을 자연스럽게 느껴보세요. 고통스러운 것이든 즐거운 것..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었는데요. 그녀는 웬만하면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남 이야기 하듯 객관화해서 말하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도 전혀 흥분하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마치 뢴트겐 사진을 보며 판독하듯이 분석적인 태도로 말하곤 했달까요. 그녀가 의젓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어쩐지 개인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술을 한잔 하면서 속내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그럴 때마다 자신은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고요. 그때마다 감정을 차단하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해나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한편으로는 편했지만, 더 이상 설레고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 덤덤한 삶이 되어..
당장은 허공을 찍는 것 같아도 마음을 다한 자리는 있는 그대로 너를 받히고 있어.
(클릭☞) 까페 소사이어티 전을 보고 올라오니, 오치균 작가의 가 보입니다. 사진에는 어스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저 오묘한 하늘빛은 뭔가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합니다. 모든 게 어둑어둑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 속 곳곳에서는 빛이 숨어 있죠. 부암동의 여름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뭔가 뭉개진 쑥색 같은 저 여름의 습기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희망의 빛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오치균 작가는 생존하는 국내 작가 중에 작품 값이 비싼 작가라죠. 작품 경매에서는 환영받는 화려한 작가이지만, 그는 공황장애로 인해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는 매우 심플한 생활을 한다고 해요. 이 작품은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어서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길었던 휴일은 그간 못 만난 몇몇 지인들을 만나다 보니 금방 다 가버렸네요. 아쉬워라. 간만에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아, 그래. 블로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 싶어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놀아달라고... 공을 던지니까 번개처럼 가져 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네요. "오늘은 미세 먼지가 심하니까 그냥 집에 있자."라고 하니까 저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ㅎㅎ 열두 살 치고는 동안이죠? 건강하게 살자, 해피야. 며칠 전엔 서울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까페 소사이어티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금산갤러리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던 마츠에다 유키(Matsueda Yuki) 작품이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지만, 딱 세 작품만 걸려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마츠에다 유키는..
“아니, 어쩜 저럴 수 있지? 겉은 멀쩡하게 생겨서…….” “그러게, 사람은 모른다니까.” “생긴 건 헐크인데, 겪어 보면 완전 다정하다.” “야, 겉보기엔 천상 여자 같지? 기가 얼마나 센지 몰라.” 한 인물을 볼 때, 전혀 다른 면이 보이면 우리는 당황합니다. 그 격차가 크면 경악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평소 근엄해 보이던 제주지검장이 여고생 앞에서 바바리맨 쇼맨십을 발휘하다가 체포될 때의 모습, 평소 이미지가 좋은 사회적 지도층 인사인데 술집 종업원의 머리채를 붙잡고 술병을 깨뜨리는 모습, 얌전하게 생긴 이웃이 사람을 죽였다면? 이런 병리적인 모습을 보면 “어휴, 정말 말세야.”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런데 Rita Carter는 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수많은 인격을 갖고 있다고요. 다만 저 위..
저런 말을 하는 건 나를 무시하기 때문일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일까?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에서도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은 건 확신을 얻어 나를 보호하고 싶기 때문. 하지만 결론이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닌 걸.
(클릭☞) 식물감각에서 나와 발견한 고막원 다방. 고막원의 외관은 약간 색이 바랜 까페처럼 뭔가 빈티지스러웠는데요.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서자 천장도 높고, 싱그러운 화초로 가득해서 눈이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름이 고막원일까? 뜻을 찾아 보았더니 고려시대 복암사를 가기 위해 쉬었다 갈 수 있는 원(院)이 고막원이었다네요. 이 뜻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막원. 뭔가 단단한 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좋네요. 졸음을 쫓고자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주문했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꼭 오후 3시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제가 오후 3시 같다고 하면 지인들은 '오후 3시면 3시지, 오후 3시 같은 건 또 뭐야?' 라고 묻습니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
그는 문제 이외의 것은 전부 말하면서 정작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비겁해서가 아니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최소한의 울타리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왠지 모르게 찌뿌둥한 적 없으셨나요? 보통 그런 경우 전날 과음했거나 감기 기운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피로가 누적되었다든지... 여러 요인들이 있겠죠. 그런데 잠들기 전에 내가 느꼈던 기분 때문이라면? ‘어 진짜?’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잠자기 전 기분(감정)은 꽤 중요합니다. 우리가 잠들기 전에 느꼈던 기분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무의식에 스며들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거든요. 잠자기 전은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의 ‘시작’이니까요. 보통 우리는 자기 전에 스마트 폰부터 꺼내 듭니다. 혹은 티브이를 틀어 놓고 멍하니 쳐다 볼 때도 있고요. 그렇게 미디어가 흘려놓은 방향들을 이리저리 따라가다 보면 감정이 오락가락합니다. 유쾌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
요 근래에 접한 가장 아름다운 사람.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그의 시집 를 오가며 찬찬히 보고 있는데탄성이 절로 나오네요. 그의 시들은흰 눈을 뭉쳐서 얼려놓은 것처럼 서늘하지만밑바닥에는 이토록 뜨거운 생명의열기가 가득하네요. 몇 편의 시들을 나누어 봅니다. 꽃노래는 많으니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뿌리도 노래합니다-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었는지요.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농장에 당신이 방문했을 때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이 농장에서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새 식탁보, 노란색!그리고 신선한 흰 종이!단어들이 올 것이다천이 좋으니종이가 섬세하니!피오르에 얼음이 얼면새들이 날아와 앉지 오늘 달이 두 편 보였다새로 온 달과 사라진 달나는 새 달의 존재를..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애쓸 때마다 나 자신을 꼭 안아 줘. 얼마나 이리저리 돌아서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모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