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클릭☞) 단기적인 행복과 vs 장기적인 행복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드렸었죠?
1. 요즘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나요?(현재)
2. 무엇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가정)
이 두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감이 빠른 분들은 1번과 2번의 답 차이를 느끼셨을 겁니다. 1번 물음은 아무래도 이루기 위한 목표보다는 과정(ing)에 가까운 것이 많죠. 일상생활에서 마음먹으면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 혹은 감사함처럼 마음가짐에 가까운 태도도 있을 겁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의 공통적인 답변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나왔는데요.
** 가족과 친구, 좋아하는 사람, 애완동물
** 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 여행을 할 때
** 편히 쉴 때
** 좋아하는 일을 할 때
** 스포츠를 하는 등 활동적이 될 때
** 자연을 즐길 때
** 음악을 들을 때
** 코미디 프로를 볼 때, 누군가 웃긴 이야기를 할 때
** 두터운 신앙심을 가질 때, 기도할 때
**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대부분 ing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일상에서 존재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고요.
2번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 더 많은 돈
** 훌륭한 일자리와 안정된 미래
** 새로운 연인 혹은 현재의 연인과의 더 나은 관계
** 높은 학점과 스펙
** 괜찮은 사회적 위치
** 이사, 이직
** 건강
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죠. 여러분은 어떤 걸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소원이나 바람에 가까운 것들이 많을 겁니다.
1번이든, 2번이든 Michelle Shiota 박사는 현재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앞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들에 대해 지속가능한 baby step(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구체적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밟을 때 일상의 질(quality)이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1번 물음에 대해 ‘편히 쉴 때’라고 답했다면, 편히 쉬기 위한 baby step을 실천해 보는 겁니다. 요즘 대세가 무중력 의자라죠. 저도 하나 구입했는데요. 무중력 의자에 누워서 영화를 보면 행복합니다. ^^ 쉴 때 반신욕을 해본다든지 아로마 향초를 구입해서 피워 본다든지, 부드러운 잠옷을 구입해서 요가를 한다든지.... 편히 쉬기 위한 나만의 baby step을 실천해 보는 거죠.
2번 물음에 대해 ‘이직’을 썼다면, 관련 분야의 업계 동향을 파악해 본다든지, 다양한 정보를 서치해 본다든지, 내가 무얼 좋아하고, 내 커리어가 어떤지 검토해 본다든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본다든지, 헤드헌터에게 연락해 본다든지 등등... 막연하게 ‘이직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며 걱정하기보다는 baby step을 지속적으로 밟아나가는 겁니다. 퇴근 후 매일 30분이라도요.
그런데 문제는 1번 물음(요즘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나요?)에 대해 아래와 같은 답변을 쓰게 될 때입니다.
** 게임하기
** 도박하기
** 과속 질주하기
** 음주하기
사실 도박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이유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든지, 불안한 마음이 안정된다든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든지 등등... 그 기저에는 정서적인 해소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지만 그냥 스트레스 해소로 그걸 계속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은 피로로 누적되고, 나중에는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오죠.
흥미롭게도 행복한 기분 상태에 있는 사람은 도박이나 게임에 흥미를 덜 느끼게 된다(Nygren, Isen, Taylor, & Dulin, 1996)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가 정서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건, 감정은 무엇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우울한 건 우울한 이유가 있고,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이유가 있다는 거죠. 일종의 시그널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우울함이 듭니다. 이때 우울함은 내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까요?
---> 나도 활력 있게 살고 싶어. 이렇게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좀 움직여 보자.
이런 시그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호를 무시하고, ‘아... 우울하다. 우울해... 게임이나 한판 하자.’ 이렇게 회피하면 당장은 해소되는 것 같지만, 게임을 하면서도 우울합니다.
예를 들어 동창이 성공한 게 질투가 납니다. 이때 질투, 라는 정서는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너도 그림 잘 그렸잖아. 포기하지 말자. 그래,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틈틈이 그림 그려서 인스타에라도 올려보는 건 어때?
그런데 이런 내적 시그널을 무시하고 ‘아... 질투가 나. 난 바본가 봐. 다 필요 없어. 구제불능. 게임이나 하자.’ 이렇게 회피하면 무의식적 그림자는 ‘히스테리’나 ‘공격성’으로 올라와서 사는 맛을 떨어뜨립니다.
사실 2번 물음(무엇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에 대한 답변들이 ‘정서적인 충족감’을 위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2번 물음에 대해 ‘돈과 배우자’라고 썼다면 어떤 정서적 충족감을 위해 그렇게 썼을까요?
아무래도 돈이 있으면 인정받고, 배우자가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것 같아서 그렇게 썼다고 칩시다.
이때 돈과 배우자를 위해 baby step을 밟아보는 것은 좋습니다. 더 적성에 맞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도전해 본다든지, 재테크 공부를 한다든지, 이성이 많은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한다든지 해서 baby step을 밟는 건 막연하게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삶의 질(quality)을 높여 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도 돈을 못 벌고, 멋진 배우자를 못 만나면, 평생 그렇게 우울하게 살아야만 할까요?
또 돈이라는 게 벌었는데, 의지와는 상관없이 잃어버릴 때도 있죠.(인터뷰했을 때는 그 분이 성공한 위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분들도 봅니다.) 또 멋진 배우자라고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지 못할 때는요?
사실 정서적인 측면들(안정감과 인정 받음)을 충족하기 위한 baby step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명상을 해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마음을 비우고 사소한 것에 감사해할 때도, 기도를 한다든지, 마음이 순수해질 때라든지, 산책을 할 때라든지 운동할 때라든지 좋은 강의를 들을 때도 마음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할 때, 그것과 관련해 작은 봉사를 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느낄 때 등등... 꼭 돈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인정받는 충만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지금 내 조건이 대단하지 않아도, 내가 바라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아기자기한 정서적인 행복감 추구를 위해, 아주 소소한 것일지라도 구체적인 baby step을 음미하고 즐깁니다.
요즘 드는 생각이... 돈, 명예, 뛰어난 스펙 등을 위해 평생 내달리지만 사실 무의식에는 ‘정서’적인 측면을 성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목표와 꿈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 매몰되어서 소중한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모든 게 엉망이 되어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예전에 제가 음악하는 게 더 이상 즐겁지도 않은데, 유명해지고 싶어서 오디션의 끈을 놓지 못했던 (클릭☞) 청년 이야기를 했었죠?
이 친구가 요즘은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표정이 훨씬 밝아졌더라고요. “나는 네가 가수가 될 거라서 좋아한 게 아니라, 그냥 너 자체가 좋아. 나는 너를 좋아해서 만나는 거야.”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감동해서 지난번에는 그 자리에서 프러포즈를 했대요.
아무튼 정서적 행복감은 굉장히 주관적이어서 단 돈 만 원이 있어도, 어떤 사람은 ‘와 이 돈으로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거나, 시집 한 권 사 볼 수 있네...’ 라고 행복해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에게... 만 원을 어디다 써? 영화 한 편도 못 보는 돈이네.’라고 한숨 쉴 수도 있죠.
사실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성향은 타고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현재 얼마나 행복한가는, 몇 년 후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측 요인이다.(Pavot & Diener, 1993;D. Watson, 2002)라는 연구 결과까지 있는데요. 미래에 바라는 것이 실현되어도 염세적인 사람은 행복도가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고요. 그 상황에서 또 비관적인 면을 보기 때문이라네요.
그럼 타고나길 정서적으로 비관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김경일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충족하고 싶은 정서를 위한 baby step을 목록화 해서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행복하기 위한 후천적 노력이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니라, 이런 소소한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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