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코로나로 인해 칩거하며 글만 쓰다 보니 뭐랄까요. 요일이나 달의 경계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달력을 넘기다가 비로소 ‘아, 벌써 올 해의 마지막달, 끝을 향해 가고 있구나.’ 이런 자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이 무렵이 되면 올 한 해 동안 일어난 10대 뉴스를 다이어리에 쓰곤 하는데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한 번 써 보세요. 올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에 유독 남는 것, 기분 좋았던 것, 슬펐던 것 다 좋습니다. 딱 10가지만 차례대로 써 보세요. 그럼 보통 패턴이 드러나죠. 어떤 사람이나 일이 등장하기도 하고, 내 주요 관심사는 무엇이었으며, 나를 기분 좋게 했던 것, 힘들게 했던 것도 드러납니다. 나를 기분 좋게 했던 것은 새해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힘들게 했던 ..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새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다큐를 보고 있는데, 새의 세계도 그래요. 어떤 특정 성격이 강할 때, 그 성격이 빛을 발하는 환경이 있고, 반대로 불리한 환경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parus 라는 새가 있는데, 생존환경이 척박할 때는 속도가 빠른 녀석이 무리에서 군림하며 살아남습니다. 재빠를수록 활동 반경이 넓어서 부족한 먹이 찾기에서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먹이가 풍부한 시기가 도래하면 움직임이 많은 녀석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과도한 속도와 활동이 오히려 불필요한 움직임만 만들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거죠. 유전학자 딩(Yuan-Chun Ding)은 환경이 척박할수록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활동적인 유형이 유리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은 불필요하므로 안정적이고 신..
가만 보면 말이죠. 감정이란 것도 단색으로 칠해진 감정은 드뭅니다. 화가 날 때를 관찰해 보면 화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서운함, 두려움, 실망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죠. 무엇보다 1년 365일 24시간 계속 이어지는 감정도 없습니다. 보통 90초 이상 지나서도 이어지는 감정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우리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매커니즘이 있어서 화가 났을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와중에도 “그래, 이렇게 화를 내서 무엇하리?” “근데 이따 점심은 뭐 먹지?” “오늘 날씨는 왜 이렇게 흐리지?” 이렇게 다양한 인지적 공간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출구가 되어 붙들고..
얼마 전 새벽녘까지 A 수녀님과 통화하다가 “수녀님은 개그맨이 되셨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라고 말하니 “몰랐어? 본캐가 수녀고, 부캐는 개그맨이잖아. 하하하.” 하고 웃는 거죠. 그러고 보면 A 수녀님이 성직자라는 본캐에서 벗어나 덜 경직되어 있고, 활짝 열려 있는 이유가 당신의 본캐와 더불어 부캐도 적절하게 발휘하며 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A 수녀님은 2012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요. 수녀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생생합니다. 당시 수녀님은 웃음 치료사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로 아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인터뷰하기로 한 날에 청계천을 지나는데, 말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거죠. 알고 보니 꽃마차를 끌고 사람들을 태우고 가다가 넘어져서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교육 담당자분들의 니즈 중에 “중간관리자”에 대한 프로그램 문의가 꼭 들어 있는데요. 저 역시 잡지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했었고, 지금 제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기업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직무 스트레스 측정 도구를 개발할 때, 중간관리자들을 표본 집단으로 해서 문항을 만들기도 했는데, 사실 직무 압박감을 가장 많이 받는 포지션 중에 하나가 중간관리자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켜야 하고, 그 모든 걸 따르기엔 아래의 실무진 역시 불만이 많습니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그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이도 저도 못하는 내적 갈등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죠. 어디 그뿐인가요. 미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나면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
마음밑돌 소개/강의와 프로그램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마음밑돌 소개/주인장 소개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코로나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어둡죠. 저 아는 분은 올 상반기에 창업을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그런 마음까지 들었을까 싶어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저 역시 다수를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올해 코로나로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계획이 틀어진 입장에서 답답합니다. 단행본 작업이나 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 하고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날엔 무기력함을 느끼죠. 얼마 전에 코로나 연구하는 분께 “언제 코로나가 종식될 것 같으세요?”고 여쭈니 솔직히 당신도 잘 모르겠다고 변수가 너무 많다는 말에 나심 탈레브의 통찰이 떠올랐는데요. 위기분석가인 나심 탈레브가 그런 이야기를 했죠.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어떤 것을 무리하게 추구하지 않을 때 또는 그것을 피하려고 위축되지 않을 때 당신의 영혼은 가장 완전한 원형에 도달한다.
저는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뜻풀이를 하자면 ‘마음을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입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 잠깐 몸 담았던 여성지에서 전국 수석한 아이들을 인터뷰했는데요. 그때 어려운 형편에서도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었는데, 집중력 비결을 물으니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저는 공부하기 전에 용서 기도를 해요. 몸이 아픈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집 나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솔직히 지금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 제 마음에 대해서도 용서한다는 기도를 하고, 공부하면 집중이 잘 되요.” 그때 그 학생의 말이 잊히지 않아서 메모해 두었는데요. 고작 열아홉밖에 안 된 이 친구가 용서 기도를 통해 ‘진공묘유’를 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진공묘유 관련..
이성은 그 목적을 향해 매진하는데, 비록 그 앞에 방해물이 나타나더라도 기꺼이 타오르고 넘어선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불더미 속에 던져진 물건이 오히려 재료가 되어 불길이 더욱 강하게 타오르게 하듯이 자신의 목적에 쓰임한다.
가끔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볼 때가 있는데요. 이 분들이 대단한 성공을 했다거나,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고 타인에 대한 심리적 수용력이 크고, 어려운 일을 겪어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너질 수 있는 일도 탄력적으로 잘 해결하고요. 이렇게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보면 양육환경에서 정서적 안정성을 갖고 자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천성인가? 등 여러 요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이런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연구한 논문과 사례도 많습니다. 이런 사례들, 그리고 제가 인터뷰했거나, 주위에서 보거나, 임상적으로 경험한 경우를 보자면,,, 우리가 보통 나와는 ..
어제 친구가 블로그 글을 쓱 보더니, “근데 회복탄력성이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 글은 그냥 공부한 걸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썼던 것 같아요. 방문자수도 늘고 있는데, 읽는 분들 입장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간단히 말해서 어떤 압력(스트레스)을 받았을 때 원래 제자리로 회복되어 돌아오는 힘(탄성력)을 말하는데요.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력을 뜻합니다.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니까 거창한 역경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힘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회복탄력성은 자잘한 일상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관계 갈등을 자연스럽게 이겨내는데 필요한 탄성력인데요. 사실 하루하루 살면서 발목을 잡는 건 사소한 ..
선배의 강의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심장호흡법인데요. 이 호흡법은 하트매스 연구소의 롤린 맥크레이티(Rollin Maccraty) 박사의 연구에 의해 검증된 호흡법입니다. 심장호흡을 하면 우리가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파동을 느껴서 가장 창의력 있는 상태(정합 상태)가 된다고요. (클릭☞) 1편에 이어서 써 볼게요. 선배의 강의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심장호흡법인데요. 이 호흡법은 하트매스 연구소의 롤린 맥크레이티(Rollin Maccraty) 박사의 연구에 의해 검증된 호흡법입니다. 심장호흡을 하면 우리가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파동을 느껴서 가장 창의력 있는 상태(정합 상태)가 된다고요. 1. 심장호흡법 (1) 두 손을 심장에 대고 편안하게 5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십니다. (시계의 ..
새해가 밝았네요. 요즘 저는 회복탄력성에 꽂혀 있습니다. 신기한 게 비슷한 외상 경험을 해도 “그 일은 내 인생을 파괴했어요. 정말 끔찍했어요. 앞으로도 내 발목을 잡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서 내가 안주하지 않고, 더 단단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는 거죠. 내담자 분들은 주로 전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제가 잡지에 인터뷰했던 분들은 후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후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자기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요. 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상황적으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내가 박차고 나아가야 했죠.” “그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