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지인이 을지로에 출장을 왔는데, 생각을 정리할 겸 혼자 밥 먹기 좋은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추천해 준 밥집, '광장'. 이곳은 창가에 테이블이 있어서 혼밥하기 좋은 곳이랍니다. 지하철 역에서도 가깝고,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위치 클릭☞) 밥집 광장 허름한 건물 2층에 숨어 있어서, 잘 보고 가셔야 합니다. ㅎㅎ 그냥 쓰윽 지나칠 수도 있거든요. 메뉴는 그때그때 바뀌는 것도 같은데요. 주인장이 솜씨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맛납니다. 다만 양이 적고, 1인 1음료 주문은 필수라 밥값+음료값 더하면 아주 착한 가격은 아닙니다. 그래도 을지로에 일 보러 왔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가기 괜찮은 곳이에요. 광장은 셀프인데요, 음식이 나오면 주인장이 빨간 레이저 포인트를 쏘아 신호를 ..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복잡하고 불안정한 역동적 체계들은 최소한의 혼란에 의해 무질서로 내던져질 수 있지만, 특정한 끌개(attractors)들에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재조직한다. 우주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복합적 적응체계이기 때문에 “자연은 항상 길을 찾는다.” (Davies, 2004; Gribbin, 2004; Strogatz, 2003; Ward, 2001)
저는 아침잠이 꽤 많은데요, 요즘엔 새벽에 일어나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가 신부전 말기라 약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산책으로 체력을 보강해야 하거든요. 요즘은 새벽에 공원에 오는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까지 되었는데요. 하지만 어떤 날은 몸이 너무 피곤해서 정말 새벽에 못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소령이 무술하는 동영상을 한번 보고 일어나는데요. 내적 동기에 큰 힘이 됩니다. 이소령은 배우이기 이전에 무도인이었고, 무도인이기 이전에 철학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남긴 많은 명언이 있죠. 살펴볼까요? (1) 수행승의 자세로 정진하라 이소룡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살맛이 난다. 인생은 고통이다. 하지만 또 문제를 해결..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지난번에 엘리스(Albert Ellis) 박사가 말하는 (클릭☞)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지인이 요즘 제 블로그를 열혈 구독하고 있는데 “남을 판단하여 처단하고 싶은 마음 속에는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미해결 과제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라는 부분이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주면 좋겠다고 해서 덧붙여 써 봅니다. 음, 그러니까 상대가 법의 저촉을 받을 만큼 잘못한 건 아니지만, 왠지 그 사람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는 강렬한 불쾌함으로 확 올라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때가 있다는 거죠. 이때 자신이 왜 그 부분에 유독 예민한지 살펴봐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저는 동식물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을 보면(학대 수준이 아님에도) 강렬한 분노와 함..
가을이 도래하니,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감기에 걸리면 일상의 질이 확 떨어지죠. 그래서 저는 감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감기가 오려고 할 때, 종합감기약이라도 먹어 주는 센스가 필요한데 그냥 넘겼더니... 역시 제대로 앓고 있네요. 이번 연휴엔 지인들과 청평사에 가려고 했는데... 이 상태로 가기엔 무리라 저는 며칠 후에 가기로 하고... 멍하니 있다가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역시나 멍합니다... 하지만 공부한 것들을 뒤적이다 보니, 지금 상황에 맞는 논문 연구 결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픈 느낌, 생각이나 감정을 수용하는 것, 그것과 ‘함께’ 기꺼이 행동하려는 태도가 질병 관리를 가장 잘 예언한다(Gregg, 2004). (1) 질병에 대한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고 (2) 생각에 낚여들지 ..
어렸을 땐 종로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복잡하고 활기 가득한 8차선 도로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종로가 주는 이미지는 점점 칙칙하고 낡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종로에 영화를 보러 가면 낙후된 건물과 포장마차들만이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낙원상가 뒷골목으로 요즘 재밌는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익선동 맛집들인데요. 익선동 근처에 친구네 회사가 있어서 요즘 익선동에 종종 가게 되는데, 한쪽에는 할아버지들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 마시고 있고, 건너편에는 젊은 친구들이 예쁘게 차려 입고 한옥 처마 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기도 합니다. 지인 말로는 익선동에 다양한 맛집들이 들어서게 된 계기가 무산된 서울시 도시개발계획 사업 때문이라네요...
어떤 일에 별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고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좋아하는 관심사부터 시작하기.
내담자 분들을 만나면 “난 그건 못하니까.” “내 능력 밖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일정한 선을 긋고, 그 선 밖의 일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요즘 박사 수업을 한 과목 듣고 있는데, 교재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문장이 이런 식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기저선을 조사하기 위해 일반적인 혼합분석모델을 시행하여 평가 동안 반복된 측정과 이용 가능한 자료를 사용했을 때의 공분산에 의해 삶의 질의 평균의 형태가 시간에 따라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완전 만연체죠?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보니까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하신 교수님이 썼습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문장을 보면 읽기가 싫어집니다. 더불어 열등감이 올라옵니다. 옆에 앉은 박사 선생님은 척척..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시는 너무 쉬워서 현관에 놓인 나막신처럼 바로 신으면 되었지.
이제 더위도 주춤해지고, 가을이 훌쩍 다가왔다는 걸 느낍니다. 저는 계절 중에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가을이 되면 볕이 어느 정도 따스하면서도 기분 좋게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제 생일이 있어 좋고요 :) 이렇게 멋진 가을이 왔는데, 요즘 저는 운이 그닥 좋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 운이 좋을 때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나 주변 인연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예전에 말씀 드렸었죠? (클릭☞)개운법 반대로 운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내가 아프거나 주변 사람이 아프거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상한 일들이 벌어지죠. 요즘 집에 어떤 일이 생겨서 골머리가 조금 아픈 데다, 열두 살 된 강아지가 신부전증에 걸려서 온통 신경이 그 아이한테 쏠려 있습니다. 센터도 나가야 하고, 논문도..
마음먹은 것은, 마음먹은 만큼 감내해야 한다. 진짜 마음은 애쓰지 않는다. 억제할 수 없는 힘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 같은 거니까.
말이 단출하면서도, 시원하고, 들어 있는 핵심은 다 있는(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어퍼컷을 날리는), 그런 말들을 보면 막 메모하고 싶어집니다. 17.09.11 대정부 질문 中 자유한국당 박대출 : MBC 김장겸 사장 내쫓을 겁니까! 최근에 MBC나 KBS에서 불공정 보도하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 잘 안 봐서 모릅니다.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 ................... 자유한국당 김성태 :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 동북아균형자론이 얻은 게 뭡니까? 핵과 미사일입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 지난 9년동안 햇볕정책이나 균형자론을 폐가한 정부가 있었습니다. 그걸 건너뛰고 이런 질문을 받는 게 뜻밖입니다. 자유..
슥슥 데생하듯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본 것은 새로운 발견.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에 하나의 통로가 생겨났다.
가끔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고, 완벽해 보이는 분을 볼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멋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까운 사람들은 그에게도 연약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심리학자인 융(Carl Gustav Jung)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선한(good) 사람이기보다 온전한(whole) 사람이 되고 싶다.” 사회적으로 적응하며 살기 위해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외부 인격(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일을 할 때 만난 분들은 제가 사교성이 좋다고 말합니다. 내담자들은 제가 따뜻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안의 찌그러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를 마주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요. 사교성의 페르소나 뒤에는 사람을 가리고 평가하는 자폐적..
올 8월엔 여러모로 정신이 없어서 친구도 잘 안 만났는데요.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홍대로 갔습니다. (클릭☞) 구본정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요. 선배를 만나면 엄마밥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선배와 찾은 곳은 혼밥하기도 좋고, 같이 먹어도 좋은 가정식 백반집, (클릭☞) 개다리소반입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밥집입니다. 그날그날 바뀌는 메뉴가 맛있어서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죠. 오늘의 메뉴는 아삭고추 알록달록 덮밥이었는데요. 시원한 콩나물 국에 간이 적절하게 밴 스테이크와 감자가 입맛을 즐겁게 끌어당겼습니다. 개다리소반에 오면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그날의 메뉴를 시키면 되니 좋습니다. 조금 이른 저녁에 왔더니 사람이 없어서 선배와 둘이..
단번에, 완전히. 이런 건 북풍의 거짓말.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지그재그 나아가.
(클릭☞) ‘내 삶의 기프트 선’을 그리다 보면 다양한 패턴들이 드러나는데요. 보통은 다양한 유형이 혼재되어 있지만, 유독 두드러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우선 관계지향적인 분들의 이야기 속에는 주로 사람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 시기에 누구를 만나서 기뻤다, 누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누구랑 헤어져서 슬펐다 등등... 이런 분들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사람 때문에 큰 상처를 입거든요. 만약에 내 그래프 꼭지점의 이야기가 사람 중심이었다면 “아... 내가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구나. 사람들에게 너무 휘둘리진 말자.” 하고 알아차려 보는 거죠. 그리고 성취지향적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야기 꼭지점들이 주로 내가 이룬 것, 성취한 것들, 혹은 성취하지 못한 ..
내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떤 시기에 겪었던 일 중에서 내가 가장 강렬하게 정서를 느꼈던 사건만을 클로즈업해서 기억한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어서 저에게 올 8월은 슬픔과 아픔으로만 기억됩니다.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병원을 오갔던 슬픔만이 강렬하죠. (다행히 해피는 고비를 넘겼습니다. 기도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물론 올 8월은 슬펐지만, 매일매일이 오직 슬픔이기만 했을까요? 숨어 있는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가 제 블로그를 우연히 보고는 연락해 와서 오랜만에 만나게 됐고, 교류분석사 자격증도 땄고, 슈퍼비전 선생님 상담실에 갔다가 그 구조가 신비롭고 특이해서 우와... 하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변부의 이야기는 ‘강아지 아픔’ 이라는 메인 테마의 이야기..
끌리는 일, 사람, 사물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지.
몇 년 전, 친구랑 야경을 내려다보며 밥을 먹는데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넌 그래도 취재하면 새로운 사람들이라도 만나잖아. 난 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재미가 없어. 회사, 집, 회사 집.” 그때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래. 그냥 표면적인 만남 속에서 소비되는 느낌이야.”라고 말했는데요. 며칠 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모님이랑 남동생이 친척동생 결혼식에 갔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고요... 가족이 동시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까 친구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병문안을 가니까 친구가 핼쑥한 모습으로 넋을 잃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의 친구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는 것조차 친구 가족에게는 고통이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