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지난 번에 (클릭☞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애도의 단계 1)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글 방문 경로를 보니, 펫로스, 사별, 이별로 검색하고 오신 분들이 꽤 되더라고요.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애도의 단계라는 것이 딱 무 자르듯이, 단계별로 딱딱 진행되는 게 아니라, 1단계로 갔다가 다른 단계로 점핑했다가 다시 1단계로 돌아오는 등, 순환하기도 하고, 개인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학자들마다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하거나 더 심플하게 묶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나누어 봅니다. 1단계 부정과 충격의 단계를 지나 2단계 분노가 올라오는 단계가 지나면, 3단계인 그리움과 갈망(Yearning& Searching)..
14년 동안 함께 했던 강아지를 저는 2019년 8월 17일에 잃었습니다. 십여 년 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이후 친구를 잃은 아픔이 있었지만, 여전히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살이 타 들어가는 아픔입니다.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를 잃고 쓴 《애도 일기》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아픔에 대해 이렇게 토로합니다. “모든 일들은 아주 빨리 다시 시작되었다. 원고들, 이런저런 문의들, 또 이런저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차 없이 얻어내려 한다. 그녀가 죽자마자 세상은 나를 마비시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야, 라는 말로. (롤랑 바르트, 애도 일기, 1977년 11월 6일) 작년에 내담자 K를 만났을 때 그러더라고요. “내 새끼는 죽어 버렸는데, 남겨진 나의 ..
요즘 저는 정신적 역동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클릭☞ :로고테라피] 적당한 긴장감이 삶을 튼튼하게 한다.) 이 정신적 역동성에 깨소금 역할을 해주는 게 ‘좌절 경험’인데요. 우리는 삶에서 좌절 경험이나, 불안, 걱정 등을 가능한 제거하려고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빅터 프랭클이나 여러 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서 통찰한 지점이, 사람은 인생의 부정적 측면을 경험하지 않고는 인생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감사를 느끼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삶의 좌절이나 고통, 불안, 걱정과 같은 심리적 불순물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거죠. 무엇보다 부정 정서가 적절한 수준에서는 오히려 적응적인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Co..
지난 번에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이 ‘나 경계(I-boundary)’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클릭☞ [그럴 수 있다]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의 비밀) 이어서 오늘도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의 태도에 대해 써 볼까 해요. 지금 여기는 서울대 동물병원인데요. 키우는 강아지가 아파서 왔는데,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마음이 슬프네요. 우리가 보통 이렇게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부적응적 스키마(습관적으로 하는 생각 패턴)에 빠지기 쉬운데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혼자 울적하게 앉아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입니다. 혹은 ‘아, 영희와 민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는데, 나는 왜 이럴까?’이런 비교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이럴 때 알아차리는 거죠. 인간은 ..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알고 보면 다들 조금씩 엉망진창. 엉망진창은 균형을 잡아나가는 과정이니까 내가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 가치 잇게 여기는 것에 눈 맞추기 스케이트날이 불확실하고 찜찜한 건 삶이라는 빙판의 속성이니까. 그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거니까.
자아강도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공포스럽거나 불쾌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힘.
가끔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볼 때가 있는데요. 이 분들이 대단한 성공을 했다거나,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고 타인에 대한 심리적 수용력이 크고, 어려운 일을 겪어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너질 수 있는 일도 탄력적으로 잘 해결하고요. 이렇게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보면 양육환경에서 정서적 안정성을 갖고 자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천성인가? 등 여러 요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이런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연구한 논문과 사례도 많습니다. 이런 사례들, 그리고 제가 인터뷰했거나, 주위에서 보거나, 임상적으로 경험한 경우를 보자면,,, 우리가 보통 나와는 ..
감정과 생각이 많을수록 진짜 원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의식이 순수해지면 낮아지고 낮아진 만큼 가볍게 떠올라.
내 안의 시끄러운 승객을 태우고 가치에 따른 길을 운전해 가기 저항 없이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을 끌어안기 장애물을 만나면 부드럽게 핸들을 꺽어 윙크하며 전진하기
가끔 메일이나 방명록으로 이런 메시지가 옵니다. 상담을 받고 싶은데, 어떤 상담가를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저는 내담자와 상담가 사이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는데요. 굳이 중요한 것 하나를 꼽자면 표면적 이슈 속에 가리워진 진짜 이슈(진짜 자기 욕구 or 결핍감)를 볼 줄 아는 상담가의 눈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내담자를 만날 때, 그가 말하고 있는 이슈 속에 가려져 있는 진짜 이슈를 보려고 하는데요. 기업 강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방어가 무척 셉니다. 직장은 전쟁터 같은데, 같이 밥 먹기도 싫은 상사 혹은 동료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방어를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은유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요즘 제가 만들고 있는 인문상담 프로그램의 섹션 중 하나가 인데요. 사람 욕심이 1개 할 거, 3개 하고 싶고, 기왕이면 5개 하고 싶습니다. 목표를 높이고 의지를 갖는 건 참 좋은데, 사실 이런 과도한 목표가 오히려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잠깐, 여기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어떤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합니다. 제가 예전에 Shlomo Breznitz의 연구 이야기를 했었죠? 다시 정리하자면 군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A그룹에게는 "너희들 오늘 행군 거리가 30km다."라고 이야기 해주고(그리고는 나중에 10km 더 걷게 해서 총 40km를 채웁니다.) B 그룹에게는 "오늘 60km 걸어야 한다."라고 하고(사실 행군한 거리는..
천성적 경향성. 이 지점에 부름받는 것. 영혼이 그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방식. 지그재그 가더라도, 본연의 나를 믿어 준다면 기슭에 가닿는 가장 자연스러운 자리.
어느 날, 아는 분 따라 부모교육 세미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상담 쪽에서 돈이 되는 분야가 부모교육, 아이교육 쪽이니 샘도 이 분야에 내공을 쌓아야 한다며 권하길래 호기심에 따라 갔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나와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귀에 잘 안 들어왔습니다. “저 분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씀하시는 걸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분들은 말을 위한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어떤 선생님의 말씀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있는데요. 대략 정리해 보자면 이런 식의 플러스 대화법이었습니다. 똘똘이가 “엄마 나 앞집 형아랑 놀아도 돼?”라고 했을 때 A라는 엄마는 “안 돼! 숙제도 안 했으면서. 얼른 숙제해!”라고 소리칩니다. 똘똘이는 풀이 죽어서 책상 ..
마음은 자력을 가지고 있어서 내 마음이 공격적일수록 상대의 말에서 공격적인 시그널을 더 많이 읽어낸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아주 작은 단서에서도 그가 가진 매력을 읽어내듯이.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Ecriture(描法) No.080206 저는 누구나 내적 표상(表象)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세계는 꽤 강렬해서 시간이 흘러도 철 지난 달력처럼 내면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많은 걸 이루어도 내적 표상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시절이 너무나 강렬해서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그 시절이 내면에 판화처럼 걸려 있는 거죠. 대학 때 처음 올라온 스무살의 서울이 제게는 강렬한 내적 표상의 세계로 남아 있는데요. 여대생의 발랄함 같은 것은 티브이 드라마에나 있고, 뭔가 비릿한 현기증이 일던 그때. 장마철에 피어오르던 곰팡이꽃들, 아래층에 살던 백인 영어 강사는 만날 때마다 이상한 윙크를 던지고, 밤에는 윗집에서 싸우는 악다구니가 들리던.....
아주 쪼그마한 아가부터 삶의 문턱을 넘고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애착의 자연스러운 반응인지도 몰라 그런데 받으려고만 하면 평생 고아 같은 기분이 드니까 내가 먼저 사랑하고 인정해 주면 행복해진다 결국 네가 나고 내가 너니까.
(클릭 ☞)지난 글에서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 일어나면, 감정의 반응이 강렬해진다고 했는데요. 사실 몸이야 아프면 에고, 좀 쉬어야겠다 싶지만, 자아 고갈은 본인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강렬함이 하나의 시그널이 된다, 는 걸 귀띔해 드렸는데요. 자아 고갈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쉬어주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대비하는 연구와 방법도 있는데, 한번 알아볼까요? 자아 고갈 관련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Baumeister가 언급한 의지력의 경쟁 관계 부분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여러 과제를 수행할 때, 똑같은 의지력을 쓴다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직장일, 다이어트, 운동, 가족과의 좋은 관계 등 여러 과제를 수행할 때 필요한 자기..
나에게는 별게 아닌데 누군가에게는 꽤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별게 아닌데 나에게는 지축을 흔드는 일이라면? 어쨌든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우주는 재밌는 원리를 심어 두었다.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너에게도 중요한 일이 되어야 영혼이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공감력을 얻어 폭넓게 움직여진다는 거야 그런 면에서 어떤 사람은 어떤 물건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내 보기엔 천재인데 주어의 불일치로 잠식되기도 하지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일까?! 다시 태어난다면 폐기물 연구가로 태어나서 수도권매립지의 저 무한대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 기여하는 쓸모 있는 이가 되어야지 뱅뱅이 안경 쓰고 탁상공론만 하지 않고 수준 높은 전략가가 되어 상대를 설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순간 순간 오락가락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유독 그런 때 있지 않나요? 평소에는 그냥 넘길 일인데, 막 화가 난다든지 별스럽지 않은 일인데 불안하게 느껴진다든지, 사소한 실수에도 짜증이 난다든지, 같은 거리를 걸어도 더 황량하게 느껴지고, 그냥 스치듯이 들은 유행가에도 울컥 눈물이 난 적은 없으신가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갑자기 참을성이 없어지기라도 한 걸까요? 정서에 관련된 논문을 보면, 자아 고갈(ego depletion)에 의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휘둘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행동을 다루는 능력이 소진되었을 때를 뜻합니다. Inzlicht와 Gutsell 교수가 자아 고갈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요. 간략하게 요약하면 슬픈 영화를 A그룹과 B그룹에게..
어떤 식으로든 사람은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지점에서 불꽃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