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Loss]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애도의 단계 2

 

 

지난 번에 (클릭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애도의 단계 1)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글 방문 경로를 보니, 펫로스, 사별, 이별로 검색하고 오신 분들이 꽤 되더라고요.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애도의 단계라는 것이 딱 무 자르듯이, 단계별로 딱딱 진행되는 게 아니라, 1단계로 갔다가 다른 단계로 점핑했다가 다시 1단계로 돌아오는 등, 순환하기도 하고, 개인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학자들마다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하거나 더 심플하게 묶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나누어 봅니다.

 

1단계 부정과 충격의 단계를 지나 2단계 분노가 올라오는 단계가 지나면, 3단계인 그리움과 갈망(Yearning& Searching)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3. 그리움과 갈망의 단계

 

떠나보낸 존재가 보고 싶고, 되찾고 싶어지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목소리, 체취, 모습 등 함께 했던 순간들이 하나의 LP판처럼 머릿속에 끊임없이 돌아가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흐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해피의 모습이 입체 화면처럼 너무 생생하게, 마치 잡으면 그 복슬한 털이 만져지는 것 같은 양감까지 느껴져서 눈물이 자꾸 터져나오더라고요. 충격을 받아 무감각했던 슬픔이 분노를 통해 올라오다가, 비로소 그리움과 갈망이 담긴 울음으로 나오는 거죠.

 

이 단계에서 식욕부진이나 불면증으로 힘들어하기도 하는데요. 프로이트는 이 단계에 대해 리비도(Libido)를 회수하면서 겪는 슬픔의 단계로 정리합니다. 이때의 리비도는 원본능, 열정의 덩어리,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갈망과 심리적 집중성을 뜻하는데요. 사랑하던 존재에게 집중했던 마음을 회수하면서 겪는 고통으로 눈물이 자주 납니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상담을 받거나,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되는데요. 그럼에도 보통 이런 슬픔과 눈물을 받아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나 자신마저도 스스로에게 울지 말자. 그만 울자.”라며 스스로를 억압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이 단계에서 충분히 슬퍼하는 것은 상실을 치유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억압된 감정은 귀환하기 마련이고, 제대로 치루어지지 않은 리비도의 회수는 트라우마가 되어서 훗날 비슷한 상황에 빠지거나, 그럴 가능성만 올라와도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으로 치솟아 오릅니다. 그래서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상실의 아픔으로 남은 것은 국가적 애도의 부재에 있다고 봐요. 저는 아주 큰 슬픔일수록 충분히 드러내 놓고 슬퍼해야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감정을 막 드러내 놓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누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마음이 너무 힘들다며 울고, 공원에서 종종 만나는 분이 강아지가 왜 안 보이냐고 물으면 또 흐느껴 울고, 친구 만나도 울고, 상담하는 선생님들 만나면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의 이런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요. 아 이렇게 눈물이 계속 나는 게 참 자연스러운 거라는 받아들인 뒤 스스로를 허용해 주니 외려 정화되는 고요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4. 혼란과 절망의 단계(Disorganization&Despair)

 

슬픔의 파도가 지나간 뒤에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이미 존재가 떠났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지만, 만사가 귀찮아지고, 일상이 위축되는 단계인데요. 상실된 존재가 내 삶에 중요할수록 인생의 의미를 잃었다는 혼란스러움에 외려 냉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세상이 흑백 텔레비전처럼 느껴집니다. 폭풍우가 지난 뒤의 잔잔한 파도처럼 고요한데, 그 고요함이 무기력하고 무감각하고... 저 멀리 떨어져 쏟아지는 햇살이 나와는 상관없이 느껴집니다.

 

제가 예전에 정서의 정보 모델(Affect-as-Information Model)에 대해 이야기해 드렸는데. 쉽게 말해서 정서를 통해(정보로 삼아서)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유쾌했던 일이 더 잘 떠오르고, 슬플 때는 슬펐던 일들이 더 잘 생각난다는 거죠. 슬픈 기분일 때는 집 앞 놀이터에서 가족과 즐겁게 배드민턴을 쳤던 추억조차 슬프게 느껴집니다(Levine & Pizarro, 2004).

 

내 마음이 흑백이니, 세상도 흑백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분열감과 혼란도 자연스럽게 동반되는데요.

 

저는 해피의 물품을 정리하면서 물품을 정리하는 나, 해피를 추억하는 나, 내일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나,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드는 나가 뒤섞인 가운데, 차분하게 이 모든 걸 관망하고 있는 나가 분열되어 느껴졌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나머지 단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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