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란 칼럼을 맡았을 때, 유독 기억에 남는 대표님이 있습니다. 리더십에 대해 물으니 보통 대표분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하더라고요.
그 분 말씀이 그동안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인프라를 구축해 놓으면 함께 일했던 사람이 핵심기술을 가져가 자기 사업화하거나, 개발 중이던 아이디어를 다른 회사로 옮겨가서 변형한 다음 특허 내는 사례들도 있었는데요.
이런저런 배신을 겪으면서 사람을 안 믿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람을 믿지 못하니까 제대로 일을 맡길 수 없고, 본인이 다 하려고 하니까 외려 꼬여 버리는 일이 생기면서 스스로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그때 하던 말씀이 “예전에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실망이다. 충격이다. 그랬는데, 어느 날 문득 기대한다는 건 누구 탓할 필요 없이 내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
“나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나 나약한 지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니, 다각도로 바라보게 되더라. 팩트 운운하지만 사실 자기 욕하는 거 좋아할 사람 없고, 주관이 분명해도 소외받기 싫어서 무리에 휩쓸리기도 하는구나. 별 뜻 없이 한 말도 누군가엔 위화감이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게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라고요.
리더십을 떠올리면 저는 이 분 인터뷰가 돌올하게 떠오릅니다. 특히 구성원들의 강점을 보는 눈, 설사 배신당하더라도 구성원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역설적인 힘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들이요...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교육담당자 분들의 니즈 중에 “리더십”은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어가는데요.
저는 리더십을 거시적인 측면보다는 개개인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뛰어난 리더가 있더라도 구성원 개인에게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조직 구조 혁신의 효과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어떻게 하면 적절한 보상과 제한으로 구성원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가. 리더십 관련해서 당근과 채찍 활용법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물론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과 보상은 성과 발휘에 정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가 큰데요. 내재적 동기란 외부적 성과를 떠나서 스스로가 그 일에 열정을 느껴 자발적으로 덤벼드는 태도 속에서 탄생합니다. 하지만 외재적 동기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나 강화가 있어야 움직이는 동기인데요. 외재적 동기는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Daniel Pink, 2005).
리더십 관련해서 요즘 인문상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요. 구성원들을 유기적으로 밀착시켜 잘 리드하는 리더들 공통점을 살펴보면, “구성원들의 강점을 발견해 내고, 발휘할 수 있게 돕는 통찰력이 있다(Seligman, 2005)”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리더십이란 게 거창하게 정의하자면 참 많은 걸 갖다 붙일 수 있지만 상담학적으로 보면 결국 “개인의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따릅니다(Seligman, 2001),
리더가 부하 직원의 강점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결국 개인의 행복 지수를 올려주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리더를 따르게 되는데요.
사기(史記)에 보면 예양(禮讓)이란 자객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양이란 사람은 춘추시대 진나라 사람이었는데요. 그의 주군인 지백(智伯)이 죽자, 예양은 지백을 죽인 조양자(趙襄子)를 암살하기로 결심합니다. 예양은 여러 번 조양자를 죽이려고 하는데요. 하루는 조양자가 지나가던 다리 밑에서 예양이 암살을 시도하다가 붙잡히고 맙니다.
조양자는 예양에게 이렇게 묻는데요. “이전에 모시던 주군이 죽었을 때는 복수 안 하다가, 왜 지백의 복수는 되갚으려 하는가?”
그러자 예양이 이렇게 답합니다. “이전의 주군들은 나를 일반 신하 중에 한 사람으로 대했기에 나도 그들을 많은 주군 중에 하나로 대하였지만, 지백은 나를 특별한 국사(國士)로 대우했기에 나도 국사의 역할로 보답하려는 것이오!”
예양의 이 일화에서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 즉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라는 말이 나왔듯이,
리더가 구성원의 강점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고,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알아봐 주는 이를 따른다는 것은 리더와-부하와의 관계만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헤어지지 않는 부부와 연인의 비결이 뭔지 아시나요? Gottman 박사가 수십 년간 수천 쌍의 부부와 연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상대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도록 도와준 커플은 헤어지지 않았다고 해요(JM Gottman, 1988).
이런 지점은 부모-자녀 사이에서도 상관 관계를 보였는데요. 아이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는 아이와의 친밀도도 높았을 뿐더러 아이도 부모를 따르는 경향이 높았습니다(Seligman, 2001).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래요. 친구의 강점을 알아봐 주고, 그걸 발휘할 수 있게 돕는다면 옆에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밖에요.
리더십도 관계의 한 분야이기도 하고, 관계라는 것은 상호작용이면서도 결국 개인의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상대의 강점을 알아주고, 그걸 잘 이끌어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건 꽤 의미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음, 리더십 관련해서 여러 논문들을 주욱 보니까 체크해 볼 만한 지점들이 눈에 보이네요.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난 리더가 아니니 리더십은 상관없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 자신을 이끄는 자기 경영도 리더십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으니(평생 나 데불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나를 경영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경영하나요?) 앞으로 리더십 관련해서 좀 더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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