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리더십은 개인의 행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클릭☞)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이를 본능적으로 따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리더십 관련해서 주욱 논문들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이 구성원의 저항을 존중할 때 비로소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초반의 지점’이 열린다는 점이었습니다(Liden & Graen).
리더가 무언가를 하자고 했을 때, 올라오는 구성원의 저항을 허용하고 인정하면 다음 갈 길이 보이는데, 일단 그 저항을 꾹 눌러놓고 다음 단계를 밟으면 겉으로는 수긍하여 따라가지만, 그것은 시늉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문득 떠오른 게,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었죠. 저는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하는 불빛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소위 학군 좋은 동네에서 꽤 성황리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선생님 말씀이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자해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학업 스트레스가 높고,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슬픈 현실이죠.
Cowan(2005)은 자해하는 내담자의 심리를 연구한 분인데, “이제 저는 자해 같은 행동은 안 할래요.”라고 내담자가 말했을 때, 상담자가 “그래요? 참 잘 생각했어요. 소중한 나를 이제 함부로 여기지 말고, 지켜주세요.”라면서 자해를 멈추고자 하는 내담자의 행동만 조급하게 편들 경우, 외려 증상이 악화되는 걸 발견했는데요.
자해를 해서라도 관심 받고 싶어 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하려고 하는 내담자의 심리와 vs 이제는 그런 행동을 그만하려는 마음만을 지지하는 상담자가 다투는 꼴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Cowan, 2005, p.141).
Perls 같은 경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아는 상전(top dog)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러고 있는 하인(underdog) 사이에서 언제나 심리적 고투를 벌이며 산다고 말합니다.
똑똑한 상전은 뭐가 옳고 그른지도 잘 알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알지만 하인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토로하며 그 자리에 머물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때 조급하게 상전 편만 들면 외려 하인과 덥석 손 잡는 게 무의식의 심리라는 거죠.
상전은 상전대로, 하인은 하인대로 자기 목소리를 호소하기 전까지는 치유가 불가능하고, 이런 변증법적인 차원을 통과해야 통합적인 나로 수렴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지그재그의 심리적 고투를 통과하려면 보다 높은 자아강도를 필요로 하기에, 이미 잘 하고 있는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고 성장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지점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아무리 망가진 나일지라도 건강하게 기능하는 측면이 있고, 이 지점을 발굴하여 지지해 줄 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죠(Yontef, 2008).
역기능적인 행동 속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긍정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것, 따라서 변화를 거부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줄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저는 저항과 리더십에 관련된 지점을 보면서 이건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적용 가능한 것 같아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요.)
역설적이게도 효과를 빨리 얻으려는 개입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올라오는 저항은 일단 허용하고, 그 다음에 갈 길을 모색해 보는 거죠.
구성원이 괜히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늘어놓을 때,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반대를 한다.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 된다면서. 사실 이런 경우도 잘 보면 그렇게 반대함으로써(내가 살아 있다는 치아 공격성을 드러냄으로써) 자기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거든요.
갈등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논문과 저서에서 말하고 있지만, 핵심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요.
(1) 일단 올라오는 저항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구나)
(2) 너는 지난 번 프로젝트에서 이러저러한 강점이 있던데(가능성, 강점지지)
(3)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서로 win-win 하는 지점 찾기)
첨언 : 아무리 민주적이더라도 최소한의 시스템과 룰은 필요하다(리더의 수용력과 카리스마도 필요).
암튼 말이죠. 오늘 수능 시험 끝마치고 온 자녀가 있다면 ”어때? 잘 봤어?” 이렇게 묻기보다는 “오늘 하루 긴장하느라 애썼네.” 라고 양가가적인 부분도 헤아려 주시면 좋겠네요.
제가 예전에 <별인별색: 자기 개성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란 코너를 취재하면서 느낀 거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좋은 대학 나왔다고, 가방끈 길다고 성공하는 세상은 아닐 듯 싶어요. 자녀가 잘하는 부분들,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고, 공부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분야, 그걸 돈(재화나 사회적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행복해지니, 수능 망쳤다고 삶 전체를 망친 건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두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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