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슬슬 봄이 오려는 모양이에요. 오늘은 한강 쪽으로 빙 둘러 나왔는데, 볕이 너무 따스해서 잠시 머물러 있었습니다. “언니 요즘은 왜 글이 안 올라와요?” 라고 후배가 문자를 보내서 ‘그래, 오늘은 짬을 내서 써야지.’ 하고선 늦은 밤,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클릭☞) 2편 감각 알아차리기에 이어서 (클릭☞)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볼게요. 남자는 무언가를 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겁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냥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못함을 느끼죠. 우리가 미해결 과제와 충분한 접촉이 끝나면(설사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 그래서 자꾸 생각이 났구나.’ 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충분히 알아차리면) 미해결 과제는 스르르... 뒤로 물러나 쉬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한 인물을 볼 때 ‘어, 나랑 비슷하네.’ 싶은데, 다른 세계가 있으면 호기심을 느낍니다. 혹은 정말 교차지점이 없는 사람 같은데, 본질적으로 무언가 맞닿아 있으면 매혹당하는 것 같습니다. 닉 나이트(Nick Knight)는 제게 후자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닉 나이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이었습니다. 잠이 안 와서 소파에 앉아 티브이 채널을 막 넘기다가 (저는 이럴 때 볼륨을 0으로 맞춰 놓고 화면을 돌립니다. 그러면 티브이 속 어지러운 세상이 어항 속에 잠긴 것처럼 고요하거든요.) 한 케이블 채널에서 멈췄습니다. 굉장히 낯설고 강렬한 작품들이 보여서요. ⓒ hypebeast.com 잠깐 닉 나이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는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을 결합한 1세대 포토그래퍼입니다. 다큐..
(클릭☞) 1편에 이어서 (클릭☞)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남자는 해결되지 못한 과제에 사로잡혀 있다가 치즈 케이크를 먹는 순간, 미각(달콤함)을 통해 지금, 여기를 알아차립니다. 그제야 비로소 포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이 보이고, 접시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상대편이 바로 앞에 앉아 있어도 안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처럼 몸의 감각(시각, 미각, 청각, 촉각 등)을 알아차리면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데 꽤 유용합니다. 저는 자료를 찾다가 엉뚱하게 인터넷을 배회할 때면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청각) ‘어떤 냄새가 나지?’(후각) 차를 한잔 들이키며 ‘맛이 좀 쓰네.’..
어렸을 땐 연휴가 되면 티브이 편성표를 오려서 클립으로 묶어 두었습니다. '올 연휴엔 어떤 특집 영화를 할까?' 라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형광펜으로 칠하는 기쁨이 있었죠. 아, 그때의 천진난만했던 연휴의 설렘은 추억 속 작은 풍경으로 남았네요. 올 연휴엔 심지어 박사 선생님 두 분과 프로그램을 짜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우연히 한 선생님한테서 저녁 초대를 받으면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고, 연휴의 스케줄이 꼬이고 말았네요. 이 꿀 같은 연휴에 일하다니...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우연히 구본정 선배가(느랏느랏이라는 까페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네요.) 검색을 하다가 ..
오늘은 (클릭☞)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게요. 남자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해소되지 않은 ‘기억’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기억을 ‘미해결 과제’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미해결 과제가 있으면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가족과 싸우고 출근하면 그것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죠. 집중하려고 해도 미해결 과제는 계속 머릿속에 남아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남자 역시 미해결 과제를 보따리처럼 꽉 안고 무언의 압박감을 받고 있습니다. 손에 포크를 쥐고 있어도, ‘손가락만’ 포크를 쥐고 있을 뿐, 머릿속은 어디 먼 데를 항해 중이죠.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도 미해결 과제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
그는 지난 기억을 안고 있다보따리처럼 그를 잡고 있는 것은잡혔을 때조차 안 잡히는 것들 해결되지 못한 채 초라하게 식어버리고 마는자세를 취하는 무엇 나아갈수록 밀리는 압박 붕대 같은 세계 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비겁해지는 기분 지금 여기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충분할 수 없는 지불받는 것은 피로한 얼굴과 알 수 없는 미래삼키지 못할 이야기들 포크를 잡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포크를 잡고 있을 뿐 어디 먼 데 항해 중인 그가 치즈 케이크를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을 때혓바닥 위로 감기는 돌올함 지금, 여기 손가락포크 접시 햇빛눈을 뜬 채 눈을 뜨는 흥미 있는 영화 100선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지난 가을에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하던 프레이저 플레스 호텔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밤늦도록 수다도 떨고, 남대문 시장 쇼핑도 하고 싶은데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남대문 바로 옆에 있는 프레이저 플레이스로 가자고 해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별 기대 없이 객실문을 열었는데, 내부가 꽤 넓고 쾌적했습니다. 호텔과 레지던스가 결합된 느낌이랄까요. 스튜디오 방문이라도 한 듯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독사진을 찍어 줍니다. 음, 다시 보니까 배경이 스튜디오 못지 않은데요? ㅎㅎ 저도 한 장 찰칵 찍혀 봅니다. 객실에 원래 있던 침대 2개에 침대 하나를 더 추가했는데도 공간이 좁지 않았습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넓어서 쾌적했습니다. 장기간 머무는 ..
올 겨울은 작년보다는 따뜻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 모양이에요. 저는 독한 감기에 걸려서 세미나도 못 나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앓다가 오랜만에 사진 정리에 돌입했습니다. 대학원 선생님이 가족들이랑 촛불집회 나가면, 근처에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해서 광화문 디타워에 있는 하머스 키친을 소개했더니, 폭풍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 친구와 광화문 광장에서 찰칵. 이날 아무튼 엄청 추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스크에 목도리에 무장을 하고 거리를 나섰습니다. 그래도 촛불집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가 뜨거워서 마음은 그다지 춥지 않았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일찍부터 나와서 자리하고 있었답니다. 광화문 디타워는 비교적 찾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교보문고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