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ireugo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지만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죠.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어요.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 상황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혹은 익숙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려 들 때도 있죠.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걷습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 친숙함의 베일 너머 낯선..
일상 이야기(essay) ireugo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저는 뭔가 무의식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글로 섬세하게 내놓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가 사진까지 잘 찍는다면? 더불어 드로잉으로 순간의 핵심을 포착할 줄 안다면? 이 매력적인 작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입니다. 그는 섬세한 눈과 더불어 사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탁월한 예술가이죠. 가끔 울적한 날엔 그의 에세이집 《영혼의 시선》을 펴듭니다. 잠깐 그의 글을 살펴볼까요?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自生)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어떤 관계가 떠오르세요? 아무래도 이런 모순적인 긴장을 동반하는 관계라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텐데요.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안 만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우리에게 밀접한 관계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우리에겐 가장 아프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관계의 속성이 마냥 좋기만 하고, 싫기만 하던가요? 그런 단선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요.‘관계의 불편한 실밥’ 같은 게 삐죽 나와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 떨어지고 싶은데, 그게 안..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떨어지고 싶어 더 꽉 붙들기.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탈출하기. 여자는 이런 세계가 어지러웠다. 이런 간극이 있는 세계는 결코 왕래할 수 없는 두 개의 마을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였다.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걸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