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ireugo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떨어지고 싶어 더 꽉 붙들기.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탈출하기. 여자는 이런 세계가 어지러웠다. 이런 간극이 있는 세계는 결코 왕래할 수 없는 두 개의 마을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였다.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걸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