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1편에 이어서 (클릭☞)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남자는 해결되지 못한 과제에 사로잡혀 있다가 치즈 케이크를 먹는 순간, 미각(달콤함)을 통해 지금, 여기를 알아차립니다. 그제야 비로소 포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이 보이고, 접시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상대편이 바로 앞에 앉아 있어도 안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처럼 몸의 감각(시각, 미각, 청각, 촉각 등)을 알아차리면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데 꽤 유용합니다.
저는 자료를 찾다가 엉뚱하게 인터넷을 배회할 때면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청각) ‘어떤 냄새가 나지?’(후각) 차를 한잔 들이키며 ‘맛이 좀 쓰네.’(미각) ‘(왼손으로 오른손을 만져보며) 손톱이 딱딱하네.’(촉각) 이렇게 감각을 알아차리면 지금 현재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래 전에 잡지 인쇄 감리를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인쇄소 사장님이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5분 전만 해도 저랑 이야기를 나누던 분이 쓰러져서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모릅니다. 119에 실려 병원에 갔는데요.
다음 달에 인쇄 감리를 가니까 사장님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괜찮으시냐고 물으니까 “괜찮아요.”라고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몸에 대한 감각이 둔해서 쓰러질 때까지 일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쓰러지고 나서야 ‘어이쿠, 나 아팠구나.’ 알아차리게 된다고요.
실제로 평소 자신의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남해까지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습니다. 맨 앞자리에 타게 되었는데, 5시간 동안 버스 기사분이 운전석에서 그대로 망부석처럼 앉아 계시는 겁니다. 잠깐 휴게소에 들릴 때도 화장실도 가지 않고, 운전석에서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나중에 남해에 내릴 때 보니 허리가 많이 굽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버스나 트럭, 택시 등 하루종일 운전하시는 분들일수록 신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여서 자주 몸을 풀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3분이라도 짬 나는 대로 말이죠.
우리가 의외로 자신의 신체 감각에 무딘 이유에 대해 펄스(Perls)는 개체가 자신의 욕구를 억압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 취재를 오전, 오후 연달아 뛴 적이 있는데요. 오전 취재가 좀 늦게 끝나서 오후 취재에 늦게 되었습니다. 이때 너무 마음이 급해서 점심을 건너뛰었는데도 배가 고픈지도 몰랐습니다. 하필 이날 평소 잘 안 신는 하이힐을 신고 갔다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도 전혀 아픈 줄 몰랐습니다. 일단은 시간을 맞춰야 하고, 뛰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몸과 정신이 해리되어 있달까요.
나중에 녹초가 되어서 집에 와서 누우니 그제야 아픈 무릎이 시큰거리고 배가 막 고파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때서야 편집장님에 대한 미움이 밀려 왔습니다. 왜 나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게 하신건지. 본인은 사무실에서 인터넷 서핑이나 하시던데 등등.... 뒤늦게 억압해 온 감정이 밀려오는 거죠.
아마 이런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면 감각이 둔해져서 집에 와도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지 모릅니다. 감정도 자주 억압하다 보면 그냥 기분이 안 좋을 뿐 그 감정의 실체에 대해서도 뿌옇게만 느껴질 뿐이죠.
거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항상 긴장된 채 일하는 분들, 1초 1분 촌각을 다투는 분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일터에서 일하는 분들일수록 자신의 몸과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징커는 자신의 화난 감정을 차단해버림으로써 분노감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내담자가 몸의 감각을 알아차림으로서 욕구를 파악한 사례를 아래와 같이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상담자 : 존, 당신은 지금 신체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나요?
존 : 팔이 긴장되어 있어요.
상담자 : 팔의 긴장을 풀기 위해 어떻게 하시겠어요?
존 : 팔 운동을 할래요.
상담자 : 팔 운동을 해 보세요. 그리고 무엇이 느껴지는지 말씀해보세요.
존 : 갑자기 주먹으로 무언가를 치고 싶어요!
이처럼 존은 ‘팔의 긴장이 사실 분노였구나.’라고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기서 치료자가 샌드백을 내민 뒤 “그 분노감을 표현해 보세요.”라고 한다면 존은 신나게 샌드백을 치면서 자신의 분노감을 알아차릴 겁니다. 만약 이때 “지금 당신이 때리고 있는 대상이 누구입니까?”라는 묻는다면 존은 자신의 적개심의 대상에 대해서도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한 번 써 보세요.
지금 신체에서 무엇을 느끼나요?
(저는 지금 어깨가 뻐근합니다. 특히 왼쪽 어깨가...)
어깨의 뻐근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깨를 한 바퀴 빙 돌려봤는데, 여전히 뻐근합니다.)
이 뻐근함의 느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좀 답답하고 움직이고 싶어요. 어딘가로 떠나고 싶네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느낌은 뭘 말하는 걸까요?
(지금 좀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요. 할 일도 많고, 아 쉬고 싶어...)
저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좀 엎드려 잤습니다. ^^ 아,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네요.
이처럼 신체 감각을 알아차림으로서 ‘지금 여기의 욕구를 파악’하는 건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눈치가 보여서 잘 수 없다면 잠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어 보는 겁니다.
단 3분도 좋으니 몸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주변도 훌훌 돌아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귀 기울여 보고요.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보세요. 숨을 자연스럽게 들이쉬고, 내쉬면서요.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서 좀 더 쓰고 싶은데, 글이 길어지니 다음 시간에 조금 더 이어서 말해 볼게요.
P.S. 혹시 국민체조를 아시나요? 초, 중학교 때 꼭 일주일에 몇 번씩 하던 체조였는데... 그때는 국민체조하기가 얼마나 귀찮던지 대충 시늉만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자기 전이나 틈틈이 가볍게 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스트레칭도 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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