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오늘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 에 등장하는 (클릭☞) 낙타와 사자,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니체는 정신의 변화 첫 단계로 낙타를 등장시킵니다. 낙타에게는 참고 견뎌내야 할 무거움 짐이 많습니다. 낙타는 유순하며 순종적인 동물이죠. 낙타가 짐을 기꺼이 지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낙타에게는 자유가 없죠. 궤도를 이탈할 용기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궤도를 벗어나 헤매는 삶에 대한 공포에 직면하느니 두려움 속에서 묵묵히 무거운 짐을 질뿐입니다. 누구나 내면에는 낙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낙타가 가진 두려움과 불안은 선택을 제한하죠. 만날 수 있는 사람, 도전할 수 있는 일, 떠날 수 있는 여행,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의 폭이 좁아지게 하니까요. 무엇보다 낙타는..
니체의 정신 변화 3단계(낙타, 사자, 아이에 대하여) 나 너희에게 정신의 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아이가 되는가를.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에게는 무거운 짐이 허다하다. 정신의 강인함은 무거운 짐을, 더없이 무거운 짐을 요구한다. 무엇이 무겁단 말인가?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짐이 가득 실리기를 바란다. 너희 영웅들이여, 내가 그것을 등에 짐으로써 나의 강인함에 기쁨을 느끼게 될 저 더없이 무거운 것, 그것은 무엇이지?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은 묻는다. 그것은 자신의 오만함에 상처를 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닌가? 자신의 지혜를 비웃어줄 생각..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 Daily Heart Croquis : 160816, , 홍시야 어떤 사람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홍시야. 그녀를 만난 건 2012년인 것 같은데요.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녀의 작업실이었던 부암동 플랫 274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파란 하늘 위에 떠 있는 제비꽃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제비꽃인데 왜 땅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죠. 함께 취재하러 갔던 이대성 기자가 "신 기자님,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어요. 완전히 홀려 있던데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아, 내가 그녀와의 대화에 엄청 빠져 있었구나, 알아차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는 제가 인터뷰한 예술가들과는 좀 다른 지대를..
요즘 논문에, 게슈탈트 모임에, 기말고사에, 소소한 강의에 상담실습까지... 게다가 연말이라 그런지, 얼마 안 되는 주변의 지인들까지 불러서 하루하루 시간에 쫓겨 사네요... 게다가 블로그에 팟캐스트에 덜컥 매체까지 만들어 놓고.... 어제는 갑자기 다 귀찮아져서 책 한 권 들고 (요즘 구마 겐고의 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 왜 이렇게 좋죠? 나중에 이 책에 대해 한번 소개할게요) 대학원 도서관에 처박혀서 보고 있는데, 친구한테 이런 문자가 왔어요. "잘 지내? 어제는 꿈을 꿨는데, 너랑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어. 그런데 그 영화 제목이 되게 웃기다. '과감하게 생략하라.'였어." 이 친구는 시를 쓰는데요, 약간 영적인 감수성이 있어서 이 녀석 꿈이 제게 영감을 줄 때가 많거든요. 다시 한 번 돌아보..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소년과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릴 적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소년에게서 벗어나지 못함을 느낍니다. 그때보다 더 많은 걸 보고 듣지만 그것은 표면적에 지나지 않는 피상적인 세계처럼 느끼지요. 때로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시늉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그의 진짜 그림은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조금씩 사라지지요. 이 사라짐의 서글픔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누구나 자신만의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본능적인 힘에 가까운데요. 하지만 아동기 이후에는 겹핍동기에 얽매여 우리의 가능성은 흩어지기 시작하죠. 결핍동기는 이를테면 배고픔, 추위, 불안 등을 벗어나기 위해 음식이라든가 안전, 타인의 ..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남자는 어릴 적,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자신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듣고 보아왔지만, 그러한 세계는 소년 시절의 식탁보다 가벼웠고, 그를 제대로 지탱해 주지 못했다. 때로 남자는 그 위에서 시늉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도화지는 조금씩 얇아졌다. 그의 도화지는 자신이 아는 곳에, 그가 아는 방식으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낮이 되면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사라졌다.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 세계를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는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던 그 소년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가 매일 그곳에 조금씩 버려두고 왔던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저작물에 ..
며칠 전 대학로에서 우연히 아는 오빠를 만났습니다. “어머, 지지배. 넌 늙지도 않냐.” (이 오빠 말투가 진짜 이렇습니다. ㅎㅎ) 반가워하더니 갑자기 “예전에 그 김고은 닮은 청순한 분은 잘 지내니?” 하고 묻는 겁니다. 누구를 말하는지 몰라서 갸우뚱하는 순간, “왜, 네가 예전에 소개팅 주선했던…….” 하고 말하는 순간 L이 떠올랐습니다. “응, 잘 지내지. 왜?”라고 묻자, “그때 내가 첫눈에 반했었잖아 ㅎㅎ”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잘해보지 그랬어?”라고 물었더니 “나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같아서 애프터 안 했지.” 그러는 겁니다. 헐, 그때 L은 연락이 없어서 속상해했었거든요. 암튼 그 오빠는 작년에 결혼해서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총각 때보다는 살이 붙어서 “오빠 살 찌니까 더 ..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지만 내적 균열감을 못 견뎌합니다. 못 견뎌하는 만큼 그 세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기우뚱거립니다. 여자는 다만 넘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최소한으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그녀도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죠. 그 안다는 느낌마저 벗어던지기 위해 여자는 양쪽 귀를 막습니다. 아침이 올 때까지……. 우리가 태도를 바꿔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클릭 ☞) 제가 용서 기도를 통해 감동받았던 이 친구의 연금술처럼요. 하지만 여자는 그러한 간극을 못 견뎌할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균열을 직면하게 될 때 이러한 간극을 피하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