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연휴가 되면 티브이 편성표를 오려서 클립으로 묶어 두었습니다. '올 연휴엔 어떤 특집 영화를 할까?' 라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형광펜으로 칠하는 기쁨이 있었죠. 아, 그때의 천진난만했던 연휴의 설렘은 추억 속 작은 풍경으로 남았네요.
올 연휴엔 심지어 박사 선생님 두 분과 프로그램을 짜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우연히 한 선생님한테서 저녁 초대를 받으면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고, 연휴의 스케줄이 꼬이고 말았네요. 이 꿀 같은 연휴에 일하다니...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우연히 구본정 선배가(느랏느랏이라는 까페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네요.) 검색을 하다가 제 블로그를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워하시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글이 좋다며 격려해 주셨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응원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RSS 등록을 해서 그런지 요즘 네이버에서도 꽤 유입이 되고 있네요. 게을러서 관리를 못하는 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단 한 명이라도 이곳에서 뭔가 당신 자신을 위해 얻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이 공간은 제가 공부하는 것을 정리하는 일종의 아카이브이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나눔이 되면 더 행복할 거예요.
예전에 제가 안전지대 만들기에 대한 글을 썼었죠? (클릭☞ 추억의 드라마, 전설의 고향)
제가 만든 안전지대 리스트 속에는 선배의 목소리도 들어 있습니다. 선배는 저를 심리상담 쪽으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선배의 목소리에는 뭔가 사람의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내공이 워낙 깊은 분이라 힘든 일이 있거나 뭔가 답답할 때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 엉켜 있는 부분이 정리가 되는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겐 너무 소중한 분이죠.
지난 달만 해도 선배가 극동방송 <찬양가득 아름다운 밤>에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개편이 되면서 이젠 선배의 좋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쉽습니다. 홍대 제너럴닥터에서도 20~30대 집단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이끌었구요. 워낙 겸손한 분이라 본인 홍보조차 안 하는 분이고, 인맥으로 강의를 하시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 분입니다. 라디오 작가분들이 이런 보석 같은 분을 놓치지 말고 섭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구본정 선배 이메일 : omaemi@naver.com
문득 선배가 절 데려갔던 상수동 까페가 생각나 올려 봅니다. 느랏느랏(느릿느릿이라는 제주 방언이라네요)이란 곳인데요.
느랏느랏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19길 42-12 (02-325-0887)
상수동도 요즘 어딜 가나 북적이죠. 선배를 만나면 조용히 이야기 나누기 좋은 까페로 흘러들고 싶은데, 그런 곳이 귀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도 착하고(음료 가격이 삼사천 원대였습니다.) 테이블도 몇 개 없어서 조용하고, 또 음료도 맛있는 곳을 발견했네요. 선배가 방송 끝나고 종종 들르는 곳이라는데, 단둘이 이야기 나누기 좋은 까페입니다.
저는 핫초코를 선배는 한라봉 주스를 시켰습니다. 핫초코 위의 문양이 예뻐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네요. ^^
무엇보다 까페 조명이 얼굴을 빛나게 해 줘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옵니다. 지난 연말에 선배로부터 선물 받은 포근한 목도리를 두르고 신이 난 제 모습입니다. 이날 머리도 안 감고 나갔는데 이 정도면 화사하게 나왔죠? ㅎㅎ 친구한테 느랏느랏을 소개했는데, 셀카 잘 나오는 곳이라며 인스타에 올렸더군요 ^^
선배와 함께 해 온 시간도 꽤 되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 말고, 깊이 상대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서 나누는 대화는 드문 만큼 소중하죠. 문득 선배와의 대화는 제 삶의 따스한 아교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배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
선배, 다음에 느랏느랏에서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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