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ireugo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났던 일은?” “날 화나게 했던 사람은?” 등 분노감을 이슈로 진행하다 보면 마치 그때, 그 장소,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한 화를 느끼거든요. 기억 회상에 따른 감정 변화 연구를 보면 우리 뇌는 내가 화가 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그저 상상 속 과거 회상일 뿐인데도) 전두엽의 활성도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혈액 순환도 감소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때와 지금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데, 질문 몇 개만으로도 그때의 장면이 3D 입체 화면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게 말이죠. 사실 공포 같은 경우는 특정 상황에 대해 거의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우리가 귀신 영화를 ..
마음돋보기 ireugo
저번에 클릭 ☞A유형 기질이 성격적인 성공 요인을 갖추어도, 적개심이 핵심감정으로 깔려 있으면 무너지는 감정적 요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충분히 잘될 만한 힘과 저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적개심이란 감정이 안개처럼 깔리면 정서적 탄력성이 끊어지면서 몰입, 도전, 조절력을 도리어 떨어뜨렸다는 거죠. 적개심의 한 축인 분노는 사실 잘 쓰면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명리학으로 보면 오행 흐름상 저는 나무로 태어났는데, 분노-목(木) 기운이 약으로 쓰이거든요. 저 같은 사람은 뭉친 생각의 기운을 풀 때 분노감을 적절하게 쓰면, 마음이 명확해지면서 에너지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어떤 분의 경우에는 분노-목(木) 기운이 에너지 오행으로 가득 차 있어서 이런 경우엔 목(木) 기운을 좀 빼줘..
가만 보면 말이죠. 사람이 운이 나쁠 때, 나한테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주변 이목 신경 쓴다고 케이크 굽고 있거나(그러면서도 호떡에 대한 집착을 못 버려서 케이크 속에 호떡을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시너지가 안 나는 관계인데 어떤 카르마에 묶여서 한쪽이 절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든지요. 인간관계도 그래요. 어떤 사람이 10을 가졌다고 해 봐요. 그런데 10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나와의 시너지의 합이 1일수도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6-7을 가져도 나와 보완되는 부분이 있으면 10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래요.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케이크..
우리가 두드러진 개인적 성취나 결혼, 자녀의 출가, 입학과 졸업, 새 직장 얻기 등은 기분 좋은 일이고, 축하받아야 할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기쁨만큼이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토머스 홈스(Thomas Holmes)와 리처드 라헤(Richard Rahe)가 5천 명이 넘는 내담자를 대상으로 생활사건 변화 검사를 해 봤더니, 이러한 긍정적 사건도 일상적 흐름을 깨는 변화이므로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압력감으로 다가왔다는 거죠. 이때,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건강이 악화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긍정적 사건도 이렇게 스트레스의 유발 요인이 되는데, 부정적 사건은 오죽하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활사건이 변화되는 와중에서도 리듬을 타듯이 강인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
오늘도 이어서 《황제내경》의 극(克) 감정을 활용해 균형을 되찾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주제가 떠올라서 살짝 가욋길로 벗어날까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그냥 넘길 일인데 막 화가 난다든지, 별스럽지 않은 일인데 불안하게 느껴진다든지, 사소한 실수에도 짜증이 난다든지, 같은 거리를 걸어도 슬프고 우중충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갑자기 참을성이 없어지기라도 한 걸까요? 이렇게 감정의 강렬함이 증폭된 경우를 보면 자아 고갈(ego depletion) 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행동을 다루는 능력이 소진되었을 때를 뜻하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잘 모릅니다. 그냥 피곤하다, 정도로만 느낄 뿐이죠..
일상 이야기(essay) ireugo
제가 요즘 명리학도 같이 보고 있는 이유는, 핵심감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반사판처럼 그 자신을 습관적으로 비추는 뉘앙스적인 감정이 있는데, 이 감정은 평생 그 자신을 따라다니며 핵심감정의 축을 이룹니다. 그런데 척도 검사와 그의 살아온 내력 삽화만으론 뭔가 맥이 잘 안 잡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명리학을 통해 들여다보니 그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감정 오행이 무엇인지, 그 사람을 생하고 있는 감정 오행이 무엇인지 타고난 생년월일시로 대입하다 보니 에너지적인 흐름이 보여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임상으로 주변 지인들을 봐 주고 있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요즘 여기저기서 전화가 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에... 전화 안 받아서 미안합니다. 저 올해 가기 전에 책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
사람이 언제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질까? 성찰해 보면 지금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나 ‘끝 관점’에 설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이들에게 ‘부검 메일’을 쓰게 하는데, 왜 우리 회사를 떠나는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대해 고마운 점, 아쉬운 점(~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에 입각해서 작성합니다. 실제로 부검 메일은 조직 운영과 안정화에 대한 기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검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오해가 풀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퇴사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요. 개인의 삶에도 대입해 보자면 ‘끝 관점’은 의미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것은..
요즘 MBTI 검사로 자신의 유형을 분류해서 “넌 뭐야? 난 INFP야.”라며 성격 파악을 곧잘 하죠. MBTI 검사는 융의 성격유형론을 근거로 마이어스가 만든 도구인데, “당신은 이런 유형이 나왔으니까 이런 유형의 사람이 분명하군요!” 라고 저는 개념화하지 않는 편입니다. 일단 융 자체가 말년에 주역의 원리를 깨치면서 본인이 어떤 한쪽의 성향을 쓰고 있다면, 그건 단지 그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적응적 발화(부분적 경향성)이지 사실은 그 너머에 안 쓰는(잠재되어 있는) 지점이 살아있다고 보았거든요. 아담 그랜트 역시 이런 지점을 통찰해 『MBTI 검사의 한계』에서 이렇게 힐난합니다. “MBTI 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