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하루는 대형 쇼핑몰 매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저 스커트 있잖아. 저거 어디 브랜드인데, 내가 사려던 건데~”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그 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을 귀신처럼 탁 하고 잡아내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에 꽂혀 있으면 그것과 관련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다 끌어 모으는 거죠. 저는 그때 눈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 쉬어 가라고 이렇게 비싼 땅 가운데 벤치도 놓았네,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을 떠 보니까 벤치 방향이 모두 매장 마네킹을 향해 놓여 있더라고요. 결국 이 휴식 공간도 마케팅을 위한 공간이네, 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트루먼 쇼에 나오는 트루먼처럼 카메라 밖을 본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재밌는 게 사..
어제는 파도를 보는데 색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 저 파도를 A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요. A가 세상에 이젠 없다고 생각하니까 슬퍼졌습니다. 우리 뇌는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연관 짓기의 명수입니다. 불행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도 같이 떠올리거든요. 하긴 불행을 느낀다는 건 행복함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결핍감으로 다가오는 거겠죠. 인지심리학자들은 인류가 진화해 온 이유가 언어를 기반으로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데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문득 떠오르는 단어 2개만(사람이든 물건이든 풍경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써 보세요. 자, 떠올렸으면 아래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 첫 번째 단어와 두 번째 단어의 공통점은? (2) 첫 ..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왜 은행이나 병원 앞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질까? 심리분석가 Paco Underhill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을 차갑고 무미건조한 곳으로 병원을 두렵고 아픈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그 옆에 가게를 내는 건 추천하지 않아. 우리 뇌엔 연합력이 있어서 그러한 분위기를 흡수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말이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선물을 받은 게 아닐까?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여도 내 마음 속엔 생생하게 존재하는 선물. 저작물의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마음밑돌 All rights reserved
겨울이 있어 불행한 것이 아니다. 겨울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하다. 아픔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다. 아픔이 없기만을 바라기에 삶 앞에 넘어지는 것이다. 나무는 겨울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간다. 숲은 찬란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럽고 시린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인다. 나무의 삶은 그렇게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대극의 하나만을 취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대극을 리듬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극의 모든 국면을 리드미컬하게 넘는 것이다. _ 김용규
저번에 명동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다녀왔는데요. 단골 초밥집이 사라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문 닫은 가게가 늘어나면서 주인이 가게를 정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아지트가 사라진 기분이 들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골목 너머 다른 초밥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던데, 코로나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저 집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단골집이나 저 집이나 가격대나 위치적인 측면도 비슷하고 친절도(오히려 단골집이 더 친절한 편인데), 맛도 단골집이 더 나은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심상화” 였습니다. 몇 년 전에 친구랑 명동에 왔었는데요. 친구가 점심 때 초밥을 먹자고 하더니, 검색을 해서 두 군데 초밥집을 찾아냈습니다. 둘 중 어디를 갈까 고심했는데요. 그때..
지난 번에 기러기 가족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기러기 가족일지라도 평소 화상통화, 전화, 이메일, 톡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하고, 서로에 대한 ○○○○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 간 유대관계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요(김기화, 2012). 여기서 ○○○○은? 가족이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는데요. 이 안쓰러운 감정은 요즘 주목받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약해지는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정서적 매개가 되고 있거든요. 안쓰러운 감정은 PTED(외상 후 울분장애)를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거 아세요? 요즘 한국인 10명 중 6명이 만성울분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유명순, 2021). 아무래도 코로나19가 PTED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금 당장..
오늘은 삼각관계(triangles)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삼각관계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불만이 생긴 한쪽이 당사자와 해결하기보다는 제3자의 대상에게 다가가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불안을 회피하려는 역기능적 심리패턴인데요. 삼각관계는 가족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역동은 아닙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직장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뒷담화도 삼각관계의 일종인데요. 예를 들어 A, B, C가 있을 때 A와 B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고 해 봐요. 이때 A가 제3자인 C에게 다가가 B의 험담을 합니다. C가 봐도 평소 B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C는 본인의 불만도 털어놓을 겸 A에게 맞장구치며 동조합니다. 설사 C가 봤을 때 B가 잘못한 게 아닐지라도 ..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죠. 세미나에서 어느 선생님이 한 사례를 들려주었는데요.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우리 반에 어떤 애가 있는데 걔를 학폭하는 애들이 빵셔틀 시키고 돈 빼앗고 때리는데, 나는 지켜보기만 했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답했는데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공부나 해.” 엄마 입장에선 내 아이 일이 아니니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당신도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아이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날 밤에 그 아이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실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 본인 이야기였던 겁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예전에 취재했던 경호업체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학폭 당하는 애들 보디가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