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탄력성] 지나치게 생각이 많을 땐, 어떤 감정을 극(克)으로 쓸까? (4-2)

 

사람이 언제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질까? 성찰해 보면 지금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나 ‘끝 관점’에 설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이들에게 ‘부검 메일’을 쓰게 하는데, 왜 우리 회사를 떠나는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대해 고마운 점, 아쉬운 점(~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에 입각해서 작성합니다.

 

실제로 부검 메일은 조직 운영과 안정화에 대한 기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검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오해가 풀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퇴사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요.

 

 

 

개인의 삶에도 대입해 보자면 ‘끝 관점’은 의미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시적이고, 변할 것이며 언젠가는 끝난다고 보면 ‘건강한 거리두기’에 도움이 되죠.

 

오늘이 2021년 7월 2일이죠. 2121년 7월 2일에는 저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사랑과 예의를 다하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는 태도인지 무의식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칼 융은 생명의 역동적 에너지는 이러한 양극쌍의 역설(시작과 끝, 탄생과 죽음)에서 꽃 핀다고 보는데요.

 

《황제내경》 역시 이러한 ‘상극’관계에서 오는 길항적 에너지를 활용해 균형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원리를 중독 치유에서도 쓰고 있다고 보는데요. 예를 들어 프로그램 나가면 이런 질문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녀가 게임중독이라 제어를 못해서 힘들다, 새벽 3-4시까지 앉아서 게임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하는데요.

 

 

충동통제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인지행동심리학자들은 오히려 역으로 “자율성을 키워줘야 한다.”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너 게임하지 마!”라고 잔소리할수록 아이 입장에서는 더 하고 싶어 합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기분 전환 하려고 게임을 하는데, 이제는 게임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럴 땐 차라리 “너 게임해도 괜찮다. 대신 언제부터 언제까지 공부하고 게임할지 너 스스로 시간표를 짜서 보여 줘.”라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피드백을 받게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아, 게임하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면 계속 게임하니까, 공부 먼저 하고 게임을 해야겠다.”라든지 “욕심 부려서 공부 분량과 시간을 많이 잡았다.”라든지 "낮잠 자고 일어나서 하니 더 잘 되었다."라든지 본인 스스로 수정해 시간을 안배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그리고 지켰을 경우엔 칭찬해 주는) 강화 행동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사람은 같은 일이라도 자기가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어야 자율감을 느끼고, 그것을 지켜나갈 때 오는 행복감을 만끽해야 자기효능감과 꾸준함이 높아지니까요(Deci, E. L., & Ryan, R. M. (2012). Self-determination theory).

 

 

암튼 오늘은 말이죠. 《황제내경》의 극(克)감정을 활용해서 보완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서 해 볼까 합니다.

 

저번에 클릭 수 기운이 지나치면 공포와 불안이 일어나 신장을 상하게 하는데 이럴 땐 토(土)의 기운(이해하고 통찰하는 기운)을 쓰면 도움 된다고 했는데요.

 

그럼 토(土)의 기운(생각하는 기운)이 지나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경우에 해당되겠죠. 

 

 

 

 

 

「음양응상대론편」에서는 이를 사상비思傷脾, 노승사怒勝思로 해갈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생각(土)이 지나치면 비장을 상하게 하는데, 목(木)의 기운으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다는 거죠.

 

목(木)의 기운은 뚫고 성장하는 에너지, 그러니까 시작을 의미하는데요. 감정으로 보면 생명력, 자신감, 활기, 분노, 화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차라리 벌컥 화를 내어 강단 있게 떨치고 일어나는 편이 낫습니다.

 

《황제내경》에서는 적절하게 잘 흘러나오는 土의 에너지는 목극토(목으로 지나친 토를 잡아, 즉 뭉친 생각을 풀어주어)를 통해, 중화의 덕(德), 즉 신뢰, 믿음, 신앙심, 변하지 않는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경우, 여러 경우의 수 안에서 생각하느라 지쳐 간다면 에잇 몰라! 하고 걷어차 보는 거죠. 목은 치고 나가는 힘, 행동력, 시작, 실천과도 연관되어 있으니 목의 힘으로 타파해 보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분노나 화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데, 그것이 지나칠 경우 주변에 피해를 주고,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지, 적절한 木의 기운은 생각에 휩싸여 같은 자리를 맴돌 때(土의 기운이 과해질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자양강장제가 됩니다.

 

그러니 무언가에 사로잡혀서 그 안에서 뱅뱅 돌고 있다면, 차라리 속으로 벌컥 화를 내면서(이 자식! 올 테면 와 봐라.) 용맹한 木의 기운을 써 보는 겁니다.

 

그런데 용맹한 것까진 좋은데 木의 기운이 뻗쳐나가서 자제가 안 될 땐 《황제내경》에서 어떻게 극(克)으로 굴려 보완하고 있을까요? 이건 다음에 좀 더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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