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탄력성] 성격적 성공 요인을 갖추었는데, 한쪽은 왜 무너졌을까? (2)

가만 보면 말이죠. 사람이 운이 나쁠 때, 나한테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주변 이목 신경 쓴다고 케이크 굽고 있거나(그러면서도 호떡에 대한 집착을 못 버려서 케이크 속에 호떡을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시너지가 안 나는 관계인데 어떤 카르마에 묶여서 한쪽이 절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든지요.

 

인간관계도 그래요. 어떤 사람이 10을 가졌다고 해 봐요. 그런데 10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나와의 시너지의 합이 1일수도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6-7을 가져도 나와 보완되는 부분이 있으면 10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래요.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케이크 굽느라 고생한 기간이 꼭 시간 낭비일까? 그건 또 아니란 말이죠. 그 경험도 운이 바뀌어서 맞는 옷을 입게 될 때, 분명 쓰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많은 인터뷰이들이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하거든요. 케이크를 구우면서 알게 된 노하우를 호떡에 접목시키게 되었다든지요.

 

 

아무튼 말이죠. 정서란 게 왜 중요하냐면 내가 의식적으로 “이렇게 해야 해. 이게 더 이득이야.”라는 다짐을 하더라도 무의식과 합일이 안 되면 어떤 묘한 찜찜함의 정서로 스스로에게 암시나 시그널을 줍니다.

 

이때 감정을 무시하고 애쓰면서 나아가다 보면 제동이 걸리는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이건 영혼이 무의식을 통해 “나 좀 돌아봐 줘, 이 바보야.”라고 울분을 터뜨리는 순간이란 거죠.

 

그래도 방치하고 계속 나아가다 보면 몸으로 신호를 줍니다.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거죠.

 

참자기(Self)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내 길인지 아닌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면 굳이 스스로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데, 운이 나쁠 땐 꼭 절망적인 노력을 하면서 애쓰고 있다는 거죠.

 

인터뷰하다 보면 보통 사업하는 분들 단골 스토리 중에 사기 당하는 경험이 있는데, 당신들이 고통을 겪은 뒤에 이런 말을 합니다. “사기꾼을 안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 만나는 게 돌아보면 그 사람 탓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어떤 지점을 상대가 절묘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얻어 걸리는 것이고, 내가 그것을 욕심 때문에 꽁으로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탈이 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당신들도 느끼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당장은 그 사람이 내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니까 덥석 손을 잡는다는 겁니다. 사실 나보다 현명한 무의식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촉으로 신호를 보내주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는 거죠.

 

 

그래서 스캇펙 같은 경우,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하려면 “마음이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그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기분인지 느껴 봐라. 그리고 마음이 결정을 다 내릴 때까지 건드리지 마라. 자기 자신이 되도록 허락하라.”라고 조언합니다.

 

정서라는 게 참 묘해요. 때로는 이렇게 시그널이 되기도 하고, 길을 이탈했을 때 잡아주는 어떤 끈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서가 습관화 되어서(어떤 상황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핵심 감정으로 굳어져 당사자에게 오히려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때입니다.

 

 

 

보통 상황에 맞게 올라온 정서는 90초 정도면 사라집니다. 누구나 화가 나는 상황에 처하면 화가 납니다. 이건 정상적인 감정이란 거죠.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자동적 반응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었다가 사라졌는데도) 계속 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90초 이상 계속 이어지는 감정은 내가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예전에 그런 경험을 해서 과거 트라우마에 점화되었다든지, 앞으로 재발될까 봐 불안해서 붙잡고 있다든지)

 

저번에 클릭☞A유형 기질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요. A유형 기질이 강인한 성격적 성공 요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무너지는 요인 중에 핵심 감정인 ○○○이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 감정이 무언지 궁금하시죠?

 

바로 적개심이었습니다(Barefoot, J. C., & Boyle, S. H. 2009).

 

이 A유형 기질의 사람들은 경쟁심과 추진력이 강하고 성취력이 높아서 이 강인한 성격적 기질을 잘 쓰면 선두로 치고 나가는데(아마 이때는 이러한 적개심이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분노에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게 하는 힘이 있어 기운이 없을 때 화를 내면 마음이 명확해지면서 에너지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 적개심을 에너지 삼아서 쓰다 보니까 분노를 습관적으로 자주 느끼고, 이렇게 분노를 자주 느끼면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피해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삶의 만족감도 떨어지고(무얼 해도 화가 나고, 성에 안 차고,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설사 원하는 대로 성취를 했다 하더라도 불만족을 느끼는 경향이 강합니다(Robinson, Vargas, Tamir & Solberg, 2004).

 

무엇보다 이러한 적개심이 핵심감정으로 베이스에 깔려 있으면, 중립적인 단어를 봐도 나를 위협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높았다는 거죠(Barazzone & Davey, 2009).

 

그래서 스트레스에 취약해 유연성이 떨어질뿐더러,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높고(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스스로를 멸시하는 경향성도 높음), 심혈관계 질환,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릴 확률도 높았으며 아드레날린이 무려 4배 가까이 더 많이 혈관으로 방출되어 건강이 악화되면서 여러 신경증적인 정신병리도 같이 따라왔다는 거죠.

 

무엇보다 A유형 기질이 높을수록 내 통제력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므로 같이 사는 배우자나 자녀의 스트레스가 높아 갈등이 유발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성격적 성공 요인을 갖추었으면서도 이 적개심이 베이스로 깔리면 다음과 같은 양태가 나타났는데요.

 

성격적 성공요인- 몰입

: 일어나는 현 상황에 대해 회피하기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힘과 주의를 필요한 곳에 집중함

 

A유형의 몰입(적개심이 베이스로 깔려 있음)

: 일어나는 현 상황에 대해 방해물을 제거할 때까지 집착적으로 몰두하거나 회피하면서 불만을 쏟아냄. 과대몰입 혹은 근시안적 매몰

 

성격적 성공 요인-도전

: 부정적 변화를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보는 태도. 좌절에도 불구하고 낙천성과 우호성을 잃지 않음

 

A유형의 도전(적개심이 베이스로 깔려 있음)

: 갈등과 경쟁에서 절대 패배는 없으며, 항상 승리하려는 강한 의지와 욕구. 실패할 경우 견딜 수 없어 함. 여섯 살짜리 아이와의 체스 경기에서도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

 

성격적 성공 요인-조절

: 큰 문제를 해결 가능한 작은 문제로 나누어 봄. 유연성, 인내심, 효율성 높음. 지금 일어나는 상황과 내게 필요한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대응

 

A유형의 조절(적개심이 베이스로 깔려 있음)

: 나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견딜 수 없으며,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안 하는 게 나음.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나에 대한 공격이며(적개심이란 필터가 씌이면 주변적 상황을 날 위협하는 것으로 인지), 세상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어떤 절대적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도달하려는 절망적인 노력을 함

 

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그럼 이러한 적개심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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