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코로나로 어려운 분들이 많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상황이 얼어붙었는데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순방향을 타는 분들은 오름세이기도 합니다. 게임업계에 있는 어떤 분은 매출이 많이 뛰었고, 출판업계에 있는 선배 말로는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 독서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반면에 오프라인 고객이 주업종인 분야에서는 타격이 크죠. 건너 지인은 산후조리원을 개업했는데 산모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서 폐업 위기까지 가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어른도 힘들지만 조그마한 아이들도 힘듭니다. 조막만한 얼굴에 마스크 쓰고 있어서 콧등이 짓무르기도 하는 걸 보면 안쓰럽죠. 어떤 분은 2년 동안 만난 거래처 직원 얼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늘 마스크 쓰고 미팅해서 눈밖에..
요즘 새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다큐를 보고 있는데, 새의 세계도 그래요. 어떤 특정 성격이 강할 때, 그 성격이 빛을 발하는 환경이 있고, 반대로 불리한 환경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parus 라는 새가 있는데, 생존환경이 척박할 때는 속도가 빠른 녀석이 무리에서 군림하며 살아남습니다. 재빠를수록 활동 반경이 넓어서 부족한 먹이 찾기에서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먹이가 풍부한 시기가 도래하면 움직임이 많은 녀석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과도한 속도와 활동이 오히려 불필요한 움직임만 만들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거죠. 유전학자 딩(Yuan-Chun Ding)은 환경이 척박할수록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활동적인 유형이 유리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은 불필요하므로 안정적이고 신..
오늘은 옆길로 새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되는 순방향, 역방향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를 초기 상담했던 샘 기록을 보니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만나 보니, 잠시도 가만히 안 있고 다리를 떨거나, 티슈를 뽑아서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뭉친다든지, 이야기에 집중을 못하길래 3회기 이상 명상을 가르쳤습니다. 어느 정도 호전되는 듯했는데, 하루는 풀이 죽어 있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수업 시간에 낙서하다 걸려서 혼났다고 하는 겁니다. 왜 낙서를 했냐고 물어보니까 잘 모르겠다고, 그냥 버릇처럼 낙서했다고 하더라고요(마음이 불안하니까 낙서를 계속 하는 거죠). 그래서 차라리 앞으로는 낙서하면서 상담을 하자고 했죠..
가만 보면 말이죠. 감정이란 것도 단색으로 칠해진 감정은 드뭅니다. 화가 날 때를 관찰해 보면 화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서운함, 두려움, 실망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죠. 무엇보다 1년 365일 24시간 계속 이어지는 감정도 없습니다. 보통 90초 이상 지나서도 이어지는 감정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우리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매커니즘이 있어서 화가 났을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와중에도 “그래, 이렇게 화를 내서 무엇하리?” “근데 이따 점심은 뭐 먹지?” “오늘 날씨는 왜 이렇게 흐리지?” 이렇게 다양한 인지적 공간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출구가 되어 붙들고..
얼마 전 새벽녘까지 A 수녀님과 통화하다가 “수녀님은 개그맨이 되셨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라고 말하니 “몰랐어? 본캐가 수녀고, 부캐는 개그맨이잖아. 하하하.” 하고 웃는 거죠. 그러고 보면 A 수녀님이 성직자라는 본캐에서 벗어나 덜 경직되어 있고, 활짝 열려 있는 이유가 당신의 본캐와 더불어 부캐도 적절하게 발휘하며 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A 수녀님은 2012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요. 수녀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생생합니다. 당시 수녀님은 웃음 치료사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로 아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인터뷰하기로 한 날에 청계천을 지나는데, 말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거죠. 알고 보니 꽃마차를 끌고 사람들을 태우고 가다가 넘어져서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비행 청소년 상담을 하는 L 선생님을 보면 ARN 커뮤니케이션의 고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 학교 자퇴하려고요.”라고 하면 보통은 “왜? 자퇴하면 사회에서 취직도 안 되고, 힘들어지고 등등…….” 이런 반응인데 L 샘은 “학교 생활하면서 실망감을 느꼈구나(수용).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는데(재맥락화), 학교가 충족이 안 되었나 보네(니즈).” 라고 긍정적 의도부터 먼저 읽어줍니다. 저는 재맥락화의 꽃이 “긍정적 의도 읽어주기”라고 보는데요.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저도 해결적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드롭을 겪고, 점점 회기수가 늘기도 하면서 상담은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고, 그 첫 번째 출발이 수용이고, 다음 단계의 문을 여는 것이 그가 가진 “긍정..
요 근래 키워드 검색 유입량을 보면 “주영아 교수” 로 많이들 타고 오시던데, 주영아 교수님 레퍼런스 조회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고수”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야, 이놈아. 너는 선생을 근으로 달아 평가하냐?” 제가 좋아하는 은사님한테 한 소리 들은 적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저 선생님은 가짜구나, 싶으면 마음의 문이 닫혀서 그 과목은 성적이 좀 안 좋았습니다. 제가 살펴 본 진짜 고수들은 스스로를 거창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주변인들은 찐으로 인정하고 있죠. 주교수님 이력에 있는 학회 회장 이런 것도 다 추천 받으신 것이고, 조금만 더 학교에 계시면 연금도 나오는데, 당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나오신 분입니다. 책도 안 쓰시고 방송 출연도 안 하시는 분이지만, 제자가 궁금한 게 있..
교육 담당자분들의 니즈 중에 “중간관리자”에 대한 프로그램 문의가 꼭 들어 있는데요. 저 역시 잡지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했었고, 지금 제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기업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직무 스트레스 측정 도구를 개발할 때, 중간관리자들을 표본 집단으로 해서 문항을 만들기도 했는데, 사실 직무 압박감을 가장 많이 받는 포지션 중에 하나가 중간관리자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켜야 하고, 그 모든 걸 따르기엔 아래의 실무진 역시 불만이 많습니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그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이도 저도 못하는 내적 갈등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죠. 어디 그뿐인가요. 미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나면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