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지난 번에 기러기 가족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기러기 가족일지라도 평소 화상통화, 전화, 이메일, 톡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하고, 서로에 대한 ○○○○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 간 유대관계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요(김기화, 2012). 여기서 ○○○○은? 가족이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는데요. 이 안쓰러운 감정은 요즘 주목받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약해지는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정서적 매개가 되고 있거든요. 안쓰러운 감정은 PTED(외상 후 울분장애)를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거 아세요? 요즘 한국인 10명 중 6명이 만성울분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유명순, 2021). 아무래도 코로나19가 PTED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금 당장..
오늘은 삼각관계(triangles)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삼각관계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불만이 생긴 한쪽이 당사자와 해결하기보다는 제3자의 대상에게 다가가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불안을 회피하려는 역기능적 심리패턴인데요. 삼각관계는 가족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역동은 아닙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직장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뒷담화도 삼각관계의 일종인데요. 예를 들어 A, B, C가 있을 때 A와 B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고 해 봐요. 이때 A가 제3자인 C에게 다가가 B의 험담을 합니다. C가 봐도 평소 B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C는 본인의 불만도 털어놓을 겸 A에게 맞장구치며 동조합니다. 설사 C가 봤을 때 B가 잘못한 게 아닐지라도 ..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죠. 세미나에서 어느 선생님이 한 사례를 들려주었는데요.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우리 반에 어떤 애가 있는데 걔를 학폭하는 애들이 빵셔틀 시키고 돈 빼앗고 때리는데, 나는 지켜보기만 했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답했는데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공부나 해.” 엄마 입장에선 내 아이 일이 아니니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당신도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아이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날 밤에 그 아이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실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 본인 이야기였던 겁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예전에 취재했던 경호업체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학폭 당하는 애들 보디가드해 ..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오늘은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가족 역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언어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말을 예쁘게 하십니다(세상에서 말 예쁘게 하는 사람 상위 5% 안에 든다고 저는 자신합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면 좀 어이없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가 주로 공격하면, 아버지는 유머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Gottman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부 간 대화를 5분만 들어도 향후 6년 뒤 이혼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그가 이혼하는 부부들을 연구해 봤더니 서로 경멸의 언어를 쓰더란 거죠. 한쪽이 경멸의 언어를 쓰면, 다른 쪽도 경멸의 언어로 피드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서로 경멸하는 언어를 주고받다가 이혼으로 간다는 거죠. ..
예전에 한 기자가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가족이요? 글쎄요.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요.” 말은 저렇게 해도 그에게 가족이란 더는 안 보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사랑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냉소 반 농담 반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제 오랜만에 가족상담하는 선생님이랑 통화하면서 “저는 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 가족 이야긴 못 듣는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하자 그 분이 이런 현명한 답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뭐긴 뭐야. 서로 빚진 게 있으니,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이지. 그냥 이 두 가지 버전의 변주곡이라고 보면 돼. 첫째.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둘째. ‘부모라면,..
우리가 말이죠.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왠지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느낌이 스치고 지나갈 때 말이죠. 이때 잠시 멈추고 직관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사는 데 치이다 보니 그냥 하던 습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도 있죠. 저는 자신에 대한 전문가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믿어요. 상담가는 그 막힌 물꼬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고, 그 꼬인 매듭을 푸는 건 자신의 내적 본질 속에 숨은 참자기(Self)이니까요. 그래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을 프로그램에 꼭 집어넣는데요. 이때 통로로 감정을 활용하는 편입니다. 우리 뇌가 감각을 받아들일 때 신피질(사고 능력의 원천이 되는 대뇌 피질)로 가게 되는데 신피질로 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름길을 하나 만들어 두었거든요. 그게 편도입니다. 이 편..
가끔 보면 말이죠. 매사 덤덤한 사람이 있습니다. 밖에서 폭풍이 치든, 지진이 일든 마이웨이로 가는 분들 말이죠. 반면 작은 피드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편도(amygdala)의 활성도가 높은 경우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 타고나길 신경성 수치가 높은 편인데요. 요즘 기업에서 압박면접할 때, 구직자가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글쎄요, 저는 압박면접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신경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부의 자극에도 맥박 수가 크게 변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사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압박면접으로 강심장을 뽑아 놓으면, 물론 이들이 다 반사회적이란 건 아니지만, 소시오패스 성향이 높을수록 비윤리적인 일을 ..
저는 핵심만 추려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한편으론 엉뚱한 분야까지 오지랖 넓게 파고들기도 합니다. 요즘은 에너지 흐름에 꽂혀서 열교환에 관심이 많은데요. 일단 쓰던 단행본부터 완료해야 하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그런데 정말 시간이란 게 존재할까요? 양자물리학자들은 이미 생명의 판형이 짜여져 있고, 사람이 시간이란 의미를 부여해서, 다중성의 겹을 한 방향으로만 읽어 나가는 것으로 보던데 말이죠.) 아무튼 불안, 강박, 공황장애 관련한 것도 그래요. 쓰다 보면 시리즈로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의 불편함이 있는 분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핵심 내용만 추려 볼까 해요. 1. 방어에 숨구멍 열기 가만 보면 그래요.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면 외려 덜 무섭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