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MBTI 검사로 자신의 유형을 분류해서 “넌 뭐야? 난 INFP야.”라며 성격 파악을 곧잘 하죠. MBTI 검사는 융의 성격유형론을 근거로 마이어스가 만든 도구인데, “당신은 이런 유형이 나왔으니까 이런 유형의 사람이 분명하군요!” 라고 저는 개념화하지 않는 편입니다. 일단 융 자체가 말년에 주역의 원리를 깨치면서 본인이 어떤 한쪽의 성향을 쓰고 있다면, 그건 단지 그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적응적 발화(부분적 경향성)이지 사실은 그 너머에 안 쓰는(잠재되어 있는) 지점이 살아있다고 보았거든요. 아담 그랜트 역시 이런 지점을 통찰해 『MBTI 검사의 한계』에서 이렇게 힐난합니다. “MBTI 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당..
요즘 그간 만든 프로그램을 리뉴얼하면서 도리어 스스로에게 자가 치유 받고 있는데요. 특히 핵심감정을 찾는 지점을 정리하다 보니, 자존감이란 게 자연스러운 정서적 탄력성(내 감정을 인정하고, 허용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 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핵심감정이란? 동양철학을 정신의학과 융합한 소암 이동식 선생님이 통찰한 정서입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핵심감정이란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배여 있다, 쌀가마니의 어디를 찔러도 쌀이 나오듯이” 그의 인생 전반을 휘감고 있는 정서를 뜻합니다. 이런 핵심감정은 보통 아동기 때, 양육관계에서 정서적 상호작용이 많았던 사람, 양육의 주요 대상과의 관계에서 주로 형성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형성된 핵심 감정은 그를 휩..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한 남성이 있다고 해 보자. 그가 정상에 서서 마침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때 마음 한켠으로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이 든다면 그 부정적인 감정을 인격화해서 내면의 대화를 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세속적 에너지를 채우는 일에 생명력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내면의 아니마(여성성)를 돌보지 않는다. 이런 남성 안에서 관심 받지 못하고 답답한 환경에서 지내는 그의 아니마는 당연히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그러한 불안감이 그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라는 그 내면의 아니마의 부름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아니마는 그를 온전한 인격을 향해 가도록 이끄는 역할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잘 키워 독립시킨 한 여성이 있다. 그런데 만족은커녕 왠지 모르게 우울..
하루는 대형 쇼핑몰 매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저 스커트 있잖아. 저거 어디 브랜드인데, 내가 사려던 건데~”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그 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을 귀신처럼 탁 하고 잡아내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에 꽂혀 있으면 그것과 관련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다 끌어 모으는 거죠. 저는 그때 눈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 쉬어 가라고 이렇게 비싼 땅 가운데 벤치도 놓았네,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을 떠 보니까 벤치 방향이 모두 매장 마네킹을 향해 놓여 있더라고요. 결국 이 휴식 공간도 마케팅을 위한 공간이네, 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트루먼 쇼에 나오는 트루먼처럼 카메라 밖을 본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재밌는 게 사..
어제는 파도를 보는데 색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 저 파도를 A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요. A가 세상에 이젠 없다고 생각하니까 슬퍼졌습니다. 우리 뇌는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연관 짓기의 명수입니다. 불행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도 같이 떠올리거든요. 하긴 불행을 느낀다는 건 행복함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결핍감으로 다가오는 거겠죠. 인지심리학자들은 인류가 진화해 온 이유가 언어를 기반으로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데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문득 떠오르는 단어 2개만(사람이든 물건이든 풍경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써 보세요. 자, 떠올렸으면 아래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 첫 번째 단어와 두 번째 단어의 공통점은? (2) 첫 ..
왜 은행이나 병원 앞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질까? 심리분석가 Paco Underhill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을 차갑고 무미건조한 곳으로 병원을 두렵고 아픈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그 옆에 가게를 내는 건 추천하지 않아. 우리 뇌엔 연합력이 있어서 그러한 분위기를 흡수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말이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선물을 받은 게 아닐까?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여도 내 마음 속엔 생생하게 존재하는 선물. 저작물의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마음밑돌 All rights reserved
겨울이 있어 불행한 것이 아니다. 겨울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하다. 아픔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다. 아픔이 없기만을 바라기에 삶 앞에 넘어지는 것이다. 나무는 겨울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간다. 숲은 찬란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럽고 시린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인다. 나무의 삶은 그렇게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대극의 하나만을 취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대극을 리듬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극의 모든 국면을 리드미컬하게 넘는 것이다. _ 김용규
저번에 명동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다녀왔는데요. 단골 초밥집이 사라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문 닫은 가게가 늘어나면서 주인이 가게를 정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아지트가 사라진 기분이 들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골목 너머 다른 초밥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던데, 코로나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저 집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단골집이나 저 집이나 가격대나 위치적인 측면도 비슷하고 친절도(오히려 단골집이 더 친절한 편인데), 맛도 단골집이 더 나은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심상화” 였습니다. 몇 년 전에 친구랑 명동에 왔었는데요. 친구가 점심 때 초밥을 먹자고 하더니, 검색을 해서 두 군데 초밥집을 찾아냈습니다. 둘 중 어디를 갈까 고심했는데요.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