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며칠 전에 대선 후보들이 나와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보았는데요.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고, 제가 주목한 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바쁜데, 한 후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남달랐습니다. 수용(Acceptance)-->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진정 필요로 하는 것(Needs)에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상대 후보의 공격이 들어올 때 수용(Acceptance) : 아 ooo 후보님은 그렇게 생각하시군요. (수용)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ooo 후보님은 그렇게 지엽적인 부분만 바라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참나와 연결된 괜찮은 나 일깨워 주기 진정 필요로 하는 ..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가만히 보면 말이죠. 우주가 한 사람을 양극성 방향으로 트레이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외도전문상담가로 이름 난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원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바람이 나, 가정이 붕괴되면서 아이를 업고 다시 공부해서 상담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요. 내담자 분 말이 다른 샘한테 상담 받으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이 분은 아주 속 시원하게 정곡을 찔러 준다고 하더라고요. 당신 경험에서 흘러나온 통찰이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통찰 안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저며 있을까. 고통이 담겨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 분이 너무 힘들었을 때 죽으려고 마포대교까지 갔었거든요. 보통 자기계발서 같은 데 보면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 이렇게들 이야기하는데 제가 취재..
어제는 오랜만에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편집자 몇 분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 여러 번 책 제의를 준 분이 있는데 당시 제 블로그 방문자가 많아야 하루에 40-50명일 때 글이 좋다고 격려해 주었거든요. 하지만 책 기획 방향이 맞지 않아 응해 드리지 못했는데요. 책을 낼 때 투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출판사 쪽에서 이미 기획안을 가지고 필자에게 연락해 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게 오는 기획안을 보면 부자들의 생각 기법, 부자들의 마인드셋 주로 이런 쪽으로 제안이 많이 오는데요. 물론 그동안 취재했던 분들 성공 키워드를 주욱 뽑아서 살 붙여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마 양심상 그런 책은 못 쓰겠는 게, 당시에는 잘 나가다가 지금은 망했거나 사라진 경우도 있고, 가슴 아프게..
분노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문득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올라서, 오늘은 살짝 이야기를 선회해 볼까 합니다. 며칠 전에 기업 사보 담당자 분이 ‘MZ 세대 심리’란 주제로 원고를 써 달라고 해서 짧게 키워드를 뽑아서 써 주었는데요. 요즘 MZ 세대 탐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죠. 아무래도 사회 전반의 주축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그 자리를 메꾸어 나가는 MZ 세대가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여러 매체에서 ‘MZ 세대가 왔다. MZ 세대를 잡아라. MZ 세대를 연구하자.’라며 MZ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저는 MZ 세대가 갖는 특성이 비단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경향성은 아닌 듯합니다. 회복탄력성 프로그램 진행할 때, 보통 교육담당자 분이 직급별에 맞게 나눠 진행해 달라..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하루는 “그대는 명상 선생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왜 에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전달하려고 하는지? 세간에 보면 자기 압력감이 너무 커서 못 견디는 사람들이 죄다 명상 선생하며 힘 빼는 연습 가르치고 있다.”라며 웃으시던데(이 선생님은 사람을 딱 보면 그 사람의 컬러감과 영적 파장까지 읽어내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그 재능을 숨기며 사는 분입니다.) 제 생각은 그래요. 어디 분야 선생이 따로 있다고 여겨지지 않고, 본인이 좋으면 그걸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압력감이 너무 커서 못 견디는 사람들이 명상 선생 하면 또 어떤가요? 자신도 살리고, 타인도 살리면 좋잖아요. 저도 명상에 심취해 있던 시절, 현상계에서 웃고 떠들고 아프고 짜증나고 화내고 이런 감정놀음이 싫어서 ..
카테고리 없음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났던 일은?” “날 화나게 했던 사람은?” 등 분노감을 이슈로 진행하다 보면 마치 그때, 그 장소,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한 화를 느끼거든요. 기억 회상에 따른 감정 변화 연구를 보면 우리 뇌는 내가 화가 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그저 상상 속 과거 회상일 뿐인데도) 전두엽의 활성도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혈액 순환도 감소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때와 지금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데, 질문 몇 개만으로도 그때의 장면이 3D 입체 화면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게 말이죠. 사실 공포 같은 경우는 특정 상황에 대해 거의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우리가 귀신 영화..
저번에 클릭 ☞A유형 기질이 성격적인 성공 요인을 갖추어도, 적개심이 핵심감정으로 깔려 있으면 무너지는 감정적 요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충분히 잘될 만한 힘과 저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적개심이란 감정이 안개처럼 깔리면 정서적 탄력성이 끊어지면서 몰입, 도전, 조절력을 도리어 떨어뜨렸다는 거죠. 적개심의 한 축인 분노는 사실 잘 쓰면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명리학으로 보면 오행 흐름상 저는 나무로 태어났는데, 분노-목(木) 기운이 약으로 쓰이거든요. 저 같은 사람은 뭉친 생각의 기운을 풀 때 분노감을 적절하게 쓰면, 마음이 명확해지면서 에너지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어떤 분의 경우에는 분노-목(木) 기운이 에너지 오행으로 가득 차 있어서 이런 경우엔 목(木) 기운을 ..
가만 보면 말이죠. 사람이 운이 나쁠 때, 나한테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주변 이목 신경 쓴다고 케이크 굽고 있거나(그러면서도 호떡에 대한 집착을 못 버려서 케이크 속에 호떡을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서로 시너지가 안 나는 관계인데 어떤 카르마에 묶여서 한쪽이 절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든지요. 인간관계도 그래요. 어떤 사람이 10을 가졌다고 해 봐요. 그런데 10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나와의 시너지의 합이 1일수도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6-7을 가져도 나와 보완되는 부분이 있으면 10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래요. 내가 호떡을 잘 굽는 사람인데 케이크..
우리가 두드러진 개인적 성취나 결혼, 자녀의 출가, 입학과 졸업, 새 직장 얻기 등은 기분 좋은 일이고, 축하받아야 할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기쁨만큼이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토머스 홈스(Thomas Holmes)와 리처드 라헤(Richard Rahe)가 5천 명이 넘는 내담자를 대상으로 생활사건 변화 검사를 해 봤더니, 이러한 긍정적 사건도 일상적 흐름을 깨는 변화이므로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압력감으로 다가왔다는 거죠. 이때,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건강이 악화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긍정적 사건도 이렇게 스트레스의 유발 요인이 되는데, 부정적 사건은 오죽하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활사건이 변화되는 와중에서도 리듬을 타듯이 강인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
오늘도 이어서 《황제내경》의 극(克) 감정을 활용해 균형을 되찾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주제가 떠올라서 살짝 가욋길로 벗어날까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그냥 넘길 일인데 막 화가 난다든지, 별스럽지 않은 일인데 불안하게 느껴진다든지, 사소한 실수에도 짜증이 난다든지, 같은 거리를 걸어도 슬프고 우중충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갑자기 참을성이 없어지기라도 한 걸까요? 이렇게 감정의 강렬함이 증폭된 경우를 보면 자아 고갈(ego depletion) 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행동을 다루는 능력이 소진되었을 때를 뜻하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잘 모릅니다. 그냥 피곤하다, 정도로만 느낄 뿐이죠..
제가 요즘 명리학도 같이 보고 있는 이유는, 핵심감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반사판처럼 그 자신을 습관적으로 비추는 뉘앙스적인 감정이 있는데, 이 감정은 평생 그 자신을 따라다니며 핵심감정의 축을 이룹니다. 그런데 척도 검사와 그의 살아온 내력 삽화만으론 뭔가 맥이 잘 안 잡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명리학을 통해 들여다보니 그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감정 오행이 무엇인지, 그 사람을 생하고 있는 감정 오행이 무엇인지 타고난 생년월일시로 대입하다 보니 에너지적인 흐름이 보여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임상으로 주변 지인들을 봐 주고 있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요즘 여기저기서 전화가 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에... 전화 안 받아서 미안합니다. 저 올해 가기 전에 책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
사람이 언제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질까? 성찰해 보면 지금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나 ‘끝 관점’에 설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이들에게 ‘부검 메일’을 쓰게 하는데, 왜 우리 회사를 떠나는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대해 고마운 점, 아쉬운 점(~이랬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에 입각해서 작성합니다. 실제로 부검 메일은 조직 운영과 안정화에 대한 기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검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오해가 풀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퇴사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요. 개인의 삶에도 대입해 보자면 ‘끝 관점’은 의미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것은..
요즘 MBTI 검사로 자신의 유형을 분류해서 “넌 뭐야? 난 INFP야.”라며 성격 파악을 곧잘 하죠. MBTI 검사는 융의 성격유형론을 근거로 마이어스가 만든 도구인데, “당신은 이런 유형이 나왔으니까 이런 유형의 사람이 분명하군요!” 라고 저는 개념화하지 않는 편입니다. 일단 융 자체가 말년에 주역의 원리를 깨치면서 본인이 어떤 한쪽의 성향을 쓰고 있다면, 그건 단지 그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적응적 발화(부분적 경향성)이지 사실은 그 너머에 안 쓰는(잠재되어 있는) 지점이 살아있다고 보았거든요. 아담 그랜트 역시 이런 지점을 통찰해 『MBTI 검사의 한계』에서 이렇게 힐난합니다. “MBTI 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당..
요즘 그간 만든 프로그램을 리뉴얼하면서 도리어 스스로에게 자가 치유 받고 있는데요. 특히 핵심감정을 찾는 지점을 정리하다 보니, 자존감이란 게 자연스러운 정서적 탄력성(내 감정을 인정하고, 허용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 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핵심감정이란? 동양철학을 정신의학과 융합한 소암 이동식 선생님이 통찰한 정서입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핵심감정이란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배여 있다, 쌀가마니의 어디를 찔러도 쌀이 나오듯이” 그의 인생 전반을 휘감고 있는 정서를 뜻합니다. 이런 핵심감정은 보통 아동기 때, 양육관계에서 정서적 상호작용이 많았던 사람, 양육의 주요 대상과의 관계에서 주로 형성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형성된 핵심 감정은 그를 휩..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한 남성이 있다고 해 보자. 그가 정상에 서서 마침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때 마음 한켠으로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이 든다면 그 부정적인 감정을 인격화해서 내면의 대화를 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세속적 에너지를 채우는 일에 생명력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내면의 아니마(여성성)를 돌보지 않는다. 이런 남성 안에서 관심 받지 못하고 답답한 환경에서 지내는 그의 아니마는 당연히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그러한 불안감이 그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라는 그 내면의 아니마의 부름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아니마는 그를 온전한 인격을 향해 가도록 이끄는 역할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잘 키워 독립시킨 한 여성이 있다. 그런데 만족은커녕 왠지 모르게 우울..
하루는 대형 쇼핑몰 매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저 스커트 있잖아. 저거 어디 브랜드인데, 내가 사려던 건데~”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그 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을 귀신처럼 탁 하고 잡아내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에 꽂혀 있으면 그것과 관련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다 끌어 모으는 거죠. 저는 그때 눈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 쉬어 가라고 이렇게 비싼 땅 가운데 벤치도 놓았네,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을 떠 보니까 벤치 방향이 모두 매장 마네킹을 향해 놓여 있더라고요. 결국 이 휴식 공간도 마케팅을 위한 공간이네, 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트루먼 쇼에 나오는 트루먼처럼 카메라 밖을 본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재밌는 게 사람들..
어제는 파도를 보는데 색깔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 저 파도를 A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요. A가 세상에 이젠 없다고 생각하니까 슬퍼졌습니다. 우리 뇌는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연관 짓기의 명수입니다. 불행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도 같이 떠올리거든요. 하긴 불행을 느낀다는 건 행복함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결핍감으로 다가오는 거겠죠. 인지심리학자들은 인류가 진화해 온 이유가 언어를 기반으로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데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문득 떠오르는 단어 2개만(사람이든 물건이든 풍경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써 보세요. 자, 떠올렸으면 아래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 첫 번째 단어와 두 번째 단어의 공통점은? (2) 첫 ..
왜 은행이나 병원 앞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질까? 심리분석가 Paco Underhill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을 차갑고 무미건조한 곳으로 병원을 두렵고 아픈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그 옆에 가게를 내는 건 추천하지 않아. 우리 뇌엔 연합력이 있어서 그러한 분위기를 흡수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말이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선물을 받은 게 아닐까?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여도 내 마음 속엔 생생하게 존재하는 선물. 저작물의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마음밑돌 All rights reserved
겨울이 있어 불행한 것이 아니다. 겨울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하다. 아픔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다. 아픔이 없기만을 바라기에 삶 앞에 넘어지는 것이다. 나무는 겨울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간다. 숲은 찬란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럽고 시린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인다. 나무의 삶은 그렇게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대극의 하나만을 취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대극을 리듬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극의 모든 국면을 리드미컬하게 넘는 것이다. _ 김용규
저번에 명동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다녀왔는데요. 단골 초밥집이 사라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문 닫은 가게가 늘어나면서 주인이 가게를 정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아지트가 사라진 기분이 들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골목 너머 다른 초밥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던데, 코로나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저 집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단골집이나 저 집이나 가격대나 위치적인 측면도 비슷하고 친절도(오히려 단골집이 더 친절한 편인데), 맛도 단골집이 더 나은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심상화” 였습니다. 몇 년 전에 친구랑 명동에 왔었는데요. 친구가 점심 때 초밥을 먹자고 하더니, 검색을 해서 두 군데 초밥집을 찾아냈습니다. 둘 중 어디를 갈까 고심했는데요.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