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N] 정서적 길이 열리면 커뮤니케이션은 덤

 

며칠 전에 대선 후보들이 나와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보았는데요.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고, 제가 주목한 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바쁜데, 한 후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남달랐습니다.

 

수용(Acceptance)-->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진정 필요로 하는 것(Needs)에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상대 후보의 공격이 들어올 때

 

수용(Acceptance) : 아 ooo 후보님은 그렇게 생각하시군요. (수용)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ooo 후보님은 그렇게 지엽적인 부분만 바라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참나와 연결된 괜찮은 나 일깨워 주기

 

진정 필요로 하는 것(Needs) : 제 안건은 이러저러합니다. (나의 니즈 전달) ooo 후보님도 이런 맥락에서는 그러하다고 믿습니다 (공통적으로 겹치는 니즈 전달)

 

영업왕들을 비롯해서 커뮤니케이션 대가들을 보면(예수님과 부처님도) 이런 ARN 방식을 잘 쓰고 있다고 느끼는데요.

 

ARN은 제가 통찰한 커뮤니케이션 패턴입니다. 언젠가는 이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데요(지금 쓰는 책이나 잘 쓰지, 왜 자꾸 다른 주제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네요. 산만함은 제 창조적 연결성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저처럼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는 생각의 갈래들이 많다면 올라오는 감정은 충분히 수용해 주되, 우선순위 파악을 해 줄 필요가 있죠.)

 

 

아무튼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말이죠. 수용(Acceptance)은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이자 정서적 결을 바꾸는 핵심이 되거든요.

 

보면 반대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사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당신의 표현 방식이거든요. 그걸 인정해 주어야 다음 단계가 진행 가능합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걸 인정받으면 저항력이 잦아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매커니즘은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내부대화에서도 꽤 중요한 대목입니다. 정서연구가들은 정서조절의 핵심이 내 감정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었나, 그리고 그것을 밀어내거나 회피하지 않고 수용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요.

 

중독 치료 연구를 주욱 봐도 느끼는 게, 결국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기저에는 올라오는 특정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느끼기 싫어 회피로 연합된 행동이 있다는 거죠. 느끼기 싫은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술을 마신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SNS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반추도 비슷한 맥락이죠. 같은 생각을 자꾸 곱씹는 이유는 당시에 올라온 내 감정을 내가 안 받아주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감정에 귀 기울여주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새어나온다는 거죠. 심지어 평생을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감정이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가능한 충분히 느껴보라고 권하는데요

 

그냥 있는 그대로,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대로, 그 감정을 느껴보라고 하면

 

감정에 압도되어(감정=나라고 생각) 공황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그럴 땐 심리적 공간을 확장해서 내가 저 흰 여백이고, 감정은 저 검은 점이라고 생각하면서

 

저 검은 점(감정)은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올라온 것이니 그 메시지를 충분히 읽어 주길 권합니다. 

 

사람이 자기 가치가 낮아질 때는 자기 감정을 부정적으로 느낄 때이거든요.

 

 

 

 

 

제가 오랫동안 만났던 한 내담자 분은 어떤 사람을 많이 미워했는데요(이 사례는 허락을 받고 공개합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표면적 이슈지만 (그때 이 이슈만 가지고 6회기 이상 상담했습니다. 사실 누구라도 미워할 만한 상황이었거든요. 결과만 놓고 본다면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당신 삶이 망가졌으니까요.) 그런데 상담 회기가 거듭될수록 제가 엉뚱한 지점을 파고들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진짜 이슈는 따로 있었던 거죠. 이 분은 당시에 그 사람을 믿고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던 겁니다.

 

당시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믿고 아꼈는지, 그때의 내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느껴보고

 

부정적 결과를 떠나, 내가 그 사람한테 느꼈던 감정은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는 것, 자책하거나 원망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가 수용해 주었을 때 꼬여 있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더는 미워하지 말자라든지, 이미 끝난 과거, 그만 생각하자는 결심은 나와의 정서적 연결성이 끊어진 상태에서는 그저 표면 위로 떠오른 거품 같은 방어였으니 늘 같은 자리를 맴돌았던 거죠.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연결성이 얼마나 열렸는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의식으론 논리가 지배하는 것 같아도 무의식적으로 정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세간에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법, 협상에서 승리하는 법, 기선 제압하는 법 온갖 전략이 난무하지만 결국 1단계는 정서적 수용이라고 봐요.

 

상대에게 심리적 공간을 널따랗게 마련해 주어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내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그나저나 쓰다 보니 수용(Acceptance)만 이야기하다 이렇게 길어졌네요.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 써 볼게요.

 

참, 지인이 이런 영롱한 뮤지션이 있다고 알려 주었는데, 새로 나온 앨범을 들으니 참 좋더라고요. 홍찬미라는 가수인데, 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묻어둔 감정이 깨어나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드네요. 문득 함께 듣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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