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합성]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3가지 방법 (2)

가만 보면 말이죠. 감정이란 것도 단색으로 칠해진 감정은 드뭅니다. 화가 날 때를 관찰해 보면 화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서운함, 두려움, 실망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죠. 무엇보다 1년 365일 24시간 계속 이어지는 감정도 없습니다.

 

보통 90초 이상 지나서도 이어지는 감정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우리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매커니즘이 있어서 화가 났을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와중에도 “그래, 이렇게 화를 내서 무엇하리?” “근데 이따 점심은 뭐 먹지?” “오늘 날씨는 왜 이렇게 흐리지?” 이렇게 다양한 인지적 공간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출구가 되어 붙들고 있던 감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에고는 접착력이(감정의 전염도가) 강해서 인지적, 정서적 틀을 만들고 주구장창 그것으로 채색하려는 습이 있거든요. 그래서 붙들고 있는 감정과 생각 사이에 미묘하게 떠 있는 공간을 발견해서 심리적 출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정서뿐만 아니라, 일적인 부분도 그래요. 내가 어떤 일에 매몰되어 있는데, 잘 안 풀리고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한번 무의식에 맡겨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본캐와 부캐에서 부캐가 또 다른 공간의 확장이 되어 주는 것도 이런 원리인 거죠. 예전에 <별인별색> 코너에서 한 수의사 분을 인터뷰했었는데, 이 분이 당신의 부캐로 휘게 요리(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서 블로그에 건강 요리 정보를 올리던 분이었는데요. 어느 날 모 포털 사이트에 그 분 얼굴이 떠 있더라고요. 보니까 원래 전공한 분야와 건강식을 접목해서 강아지 고양이 처방식, 영양식 쪽으로 저변을 넓혀서 스타트업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매출이 꽤 쏠쏠한 모양입니다.

 

인터뷰 당시 2009년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강아지 처방식 특별식 이런 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애완견 애완묘에 대한 웰빙에도 관심이 많잖아요. 흐름을 잘 탄 거죠.

 

이렇게 당장에는 부캐가 그냥 또 다른 나를 표현해주는 출구에 불과한 것 같아도 절묘하게 융합되면 또 어떻게 발현될지 모릅니다.

 

요즘 다양한 매체에서 자존감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요. 사실 모든 영역에서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아도 당신이 잘 발휘하는 영역에서는 자존감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자존감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단순히 자존감이 높다는 표현도 자기복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추상적인 묘사에 불과하다고 일갈하고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역으로 내가 자존감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파이를 늘려 나가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거창한 부캐가 아니더라도 [돌보기] 영역에서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키우는 동물일 수도 있고, 지역사회일수도 있고, 저처럼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삶이 더 윤기 있길 바라는 작은 실천일 수도 있습니다.

 

아는 분이 주말마다 외국인 노동자 분들을 위해 의료 봉사를 하는데, 병원에서 평일에 일하고 주말까지 시간을 내면 육체적으로도 피곤할 텐데, 오히려 주말에 가족분들과 같이 가니 사모님과도 사이가 좋아지고, 함께 간 자녀들도(사춘기 자녀가 상당히 속을 썩이는 편이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나아졌다는 거죠. 결국 돌봄이란 게 타인을 위한 것 같지만 당신 자신의 재생력이 되어 주거든요.

 

무엇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죠. 관계적인 측면도 그렇고, 집단도 마찬가지이죠. 한 집단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적절한 균형을 갖는 게 좋죠. 때로는 한 관계에 균열이 가도, 다른 관계에서 재생하는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회복탄력성의 중요한 변수가 되어 주는 게 결국 내면의 복합성을 존중하는 힘입니다. “가장 누추한 지점의 나도 사랑해 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스프링 같은 힘이 생기니까요.

 

양육발달에 대한 연구만 봐도 이유나 조건 없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은 회복탄력성의 구심점이 되어주는데요.

 

저는 고등학교 때 비평준화 고등학교로 유학을 갔는데, 공부를 조금만 안 해도 죽 미끄러지는 겁니다. 하루는 48명 중에 30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괜찮아. 네 뒤에 18명이나 있네, 넌 19명 중에 1등이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런 격려들이 지금까지도 심리적인 근육이 되어 주고 있죠.

 

스무살에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학교 가는 길 헷갈리지 말라며 미리 예행 연습으로 아버지와 버스를 타고 돌던 기억, 밥 굶지 말라고 당신이 자주 만 원짜리 지폐 여러 장을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주셨던 기억, 볼거리한다고 얼굴이 땡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서 모자 쓰고 다닐 때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강아지”라며 불러주었던 기억 등등…

 

임사체험한 분들이 사람이 죽기 전에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하는데, 저는 이런 장면들이 등불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성장기에 나는 지지받은 경험이 없다면(특히 혼란애착의 경우) 스스로에게 이렇게 수시로 말해 주세요. “그동안 정서적인 지지대가 없는 환경에서 너 이만큼 온 것만 해도 대견해. 누구보다 대견해. 세상이 널 버려도 나는 널 안 버려. 세상이 춥고 어두워도 나는 너에게 등불이 되어 줄 거야.” 하고 내가 나 자신의 부모가 되어 주는 겁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래요. 내가 ~라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이유나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하는 척 해도 괜찮습니다. 자기높임(self-enhancement) 페르소나도 때로 도움이 되거든요(Leary, M, R, 2002).

 

예를 들어 투자자를 만났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식의 자기낮춤(self-effacement) 페르소나를 쓰는 것보다는 잠재적 고객을 만났을 때, 프로페셔널하게 설명하고, 누구보다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줄 때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부풀린 페르소나를 쓸 경우, 내적 불안도도 올라갔는데요. 즉, 지나치게 잘 보이려는 욕심보다는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개발한 페르소나 발견하기 프로그램 중에 “타깃층 입장에서 나를 묘사하기”란 섹션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내가 모자를 판다면 모자를 사는 고객 입장에서 나를 제3자처럼 묘사해 보는 거죠. (미리 고객평을 써 보는 방식으로 묘사해 보는 겁니다.) ○○○이 개발한 모자는 착용감이 좋고, 디자인이 독특하며 DIY를 활용해서 나만의 문양까지 넣을 수 있는 모자네요. 이런 식으로요.

 

사실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부부 상담에서 쓰는 기법을 빌려온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내가 남편이라면 아내 입장에서, 남편인 나를 묘사해 보는 거죠. 그러면 내가 기여해 온 부분, 내가 잘해온 부분도 있지만, 양심상 내가 아내한테 못한 부분, 힘들게 하는 지점도 드러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나 각종 SNS도 그래요. 사업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내가 도달해야 할 타깃층이 내 SNS를 보고 어떤 인상을 받기를 원하는지, 어떤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지 미리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시작하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지 페르소나 측면에서 보면 외모도 중요합니다. 기왕이면 자리에 맞는 옷차림과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아는 선생님이 관상도 연구하는데, 외모보다는 표정이고, 표정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일리 있는 말이죠.

 

아무리 얼굴이 잘 생기고 예뻐도 표정이 일그러져 있으면 오던 복도 안 온다는 게, 인복 좋은 사람들 보면 표정이 참 좋습니다.

 

 

그냥 왠지 저 사람한테 떡이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달까요? 예전에 영업왕 분들 인터뷰하면서 “기사를 잘 써서, 저 분이 잘 되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분도 있었죠. 이런 분들, 진정성도 느껴지지만 이미 표정으로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거죠.

 

제스처 또한 내적 힘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깨를 펴고 자신만만하게 허리에 손 짚는다든지, 고개를 위로 드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생기고, 생각이 진취적으로 변하거든요.

 

상향 제스처와 에너지 상승에 대한 연구도 있는데(그래서 제가 화가 날 때, 손목을 열고 고개를 위로 들라고 하는 겁니다. 클릭☞화가 날 때) 우리 뇌는 제스처를 기반으로 사고하기도 하거든요.

 

그나저나 오늘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역방향 순방향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글이 흘러왔네요. 다음에 이어 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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