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제 블로그에 강박이나 공황을 키워드로 들어오는 분들이 꽤 되는 걸 보면, 그만큼 마음의 불편함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저는 불안으로 힘든 분들을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불안도 가만히 보면 에너지이거든요.
비유를 하자면 밥솥에 구멍이 막혀 김이 잘 안 빠지듯이, 이러한 에너지가 체내에 압력감으로 머물러 있어 그렇지 불안정하게 올라오는 김만 잘 빼면 누구보다 내적 파워를 잘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불안장애의 매커니즘을 살펴보면 신경증(neurosis)과 관련이 깊은데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측두엽 하단에 있는 편도(amygdala)가 활성화 되는데, 타고나길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편도의 활성도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습니다(Steel, 2008).
그러니까 신경성 수치가 높을수록 편도의 활성도가 높고, 편도의 활성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한마디로 센서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좀 무시하고 지나칠 법한 것에도 볼륨을 높여 반응합니다.
그런데 이게 스트레스 상황에서 역기능적으로 발현되었을 때 강박과 공황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잘 쓰면 귀하게 발현되기도 합니다. 뛰어난 예술가들, 발명가들, 혁신가들을 보면 신경성 수치가 낮은 사람이 잘 없어요.
신경성 높으면 남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것에도 좋지 아니한 부분을 잘 포착하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나 발명품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불편한 부분이 해소되고, 낡은 제도가 개선되고, 세상이 진보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신경증은 직업의 성공과 플러스 상관관계가 있기도 합니다(McKenzie, J. F, 2018). 특히 사고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이요. 신경성이 높을수록 실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그런 두려움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경향도 높은 걸로 나타났거든요.
다만 이렇게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섬세하고 뾰족한 센서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요즘 강박장애와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원리는 비슷하다고 봐요. 제 식대로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1. 불안이나 강박, 공황이 올라올 때 회피하지 말고 용감하게 직면해라
2. 직면한 것과 싸우지 말고 부드럽게 하늘로 내어맡겨라
그러니까 한마디로 가열된 교감신경계를 참나(Self)로 돌려서 부교감신경계 모드로 전환하는 게 키포인트인데요.
이 그래프에서 보듯이 1번(불안이나 강박, 공황이 올라올 때 회피하지 말고 용감하게 직면)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면 이 녀석들이 죽 올라오다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내려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이렇게 견디는 걸 힘들어 합니다. 저렇게 상승 그래프 꼭지 지점에 다다르면, 공황을 경험한 분들은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라면서 회피하고 싶어 하는데요, 그럴 때 제가 설명해 드리는 게 ‘손가락 끼우기 노리개(Chiness finger trap)’입니다.
저 손가락 노리개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다음, 손가락을 잡아당겨 빼내려고 하면 튜브가 꽉 달라붙어 팽팽해집니다. 힘껏 잡아당기면 튜브가 더 가늘어져서 손가락에 더 꽉 끼게 되죠(이게 공황 상태).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손가락을 안으로 밀면, 손가락은 여전히 튜브 안에 있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깁니다.
즉, 튜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불안이나 강박 공황을 백퍼센트 없애거나 제거해서 완벽한 무균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심리적 여유 공간(wiggle room)을 얼마나 만드는가가 중요한데요.
심리적 여유 공간은 부교감 신경이 잘 작동할 때 생기거든요. 그런데 우리 뇌가 재밌는 게 인지(생각)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했던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제 내담자였던 한 분은 "저 손가락노리개(공황) 사이에서 여유 공간을 확보하려면 말이죠. 제가 작고 가벼운 물방울이 되어 스며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라고 했었는데요. 이런 탈융합도 괜찮습니다.
특히 직관이 잘 발달하고, 심상적 이미지에 잘 반응하는 분들은 제가 예전에 쓴 (클릭 ☞스트레스 완화 기법)만 인지해도 좋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법이 그렇듯이 근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주목한 부분이 “에너지의 흐름”인데요.
사람이 언제 가장 행복한가?를 놓고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했는데요. 공통된 의견이 ‘홀가분함’을 느낄 때였다고 해요.
그럼 우리가 언제 홀가분함을 느끼는가? 살펴보면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있던 미해결과제가 해결되었을 때거든요. 그리고 신체적 통증이 있다면 통증이 사라졌을 때, 뭔가 욕심이 사라졌을 때, 과도하게 나를 몰아붙이지 않을 때, 뭔가를 억지로 해내지 않고 유기적인 에너지 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할 때 그런 가붓함을 느끼는데요.
제가 공황이나 강박, 불안장애가 있는 내담자 분들과 상담하면서 효과를 본 부분도 이 홀가분함과 내밀하게 접촉할 수 있게끔 도왔을 때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정해진 규칙과 틀에 갇혀서 살아가서 그렇지, 우리 영혼은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 교육, 그리고 세상이 만든 틀 속에서 스스로가 “나는 절대로 ~하면 안 돼.” “나는 잘해야만 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나” “인정받는 나” 등 세상이 내사(introjection; 그것이 나라고 받아들임)한 자기에 물들면서 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물고기 같은 영혼이 압력감에 질식되거든요.
이러한 경직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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