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예전에 L교수님을 인터뷰했을 때 그러더라고요. 하루는 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려고 했는데, 교육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제목을 좀 바꿔 보시지요. 이렇게 하면 아무도 안 옵니다.” 그런 주제의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이미 “나는 우울과 불안을 가지고 있는 못난 사람이에요.”라는 자존감을 깎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 사람들이 신청을 안 한다고요.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하죠?” 라고 물으니 로 바꾸길 권하더랍니다. 그래서 제목만 바꿨더니 정말 수강생들이 배로 늘었다고 해요. 이처럼 우리는 내면의 어둠에 대해 몹시 두려워하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길 원치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융 심리를 만나면서 깨닫게 된 건, 어둠 속에서도 꺼내어 쓸 만한 멋진 빛이 들어 있고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며칠 전에 친구가 “네 글을 인터넷에서 봤어.”라면서 보내줬는데요. 보니까 2013년, 잡지에 쓴 글이었습니다. 박상륭 선생님에 대한 글이었는데, 누군가 인터넷에 올려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모양입니다. 아래와 같은 글인데요. “자기 안에 자꾸 금을 긋고 있으면 마음의 물길이 막힌다.” 고 인사동 어느 주점에서 박상륭 선생이 말씀하셨을 때, 나는 선생의 얼굴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렇게 선생은 내 안의 가장 큰 스승이 되었다. 선생의 언어는 문장이란 옷을 입고 있을 뿐, 내게는 벼락과도 같은 문자 이상의 직관이었다. 가만 보면, 하수는 정말 꼼꼼하게 자기 안의 털을 잔뜩 곧추 세우고는 긴장하며 걷는다. 그런데 고수는 자기 안의 물길이 흘러가게 내버려두면서도 자연스럽게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런 면에서 선생..
요즘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오고,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서 여기저기 걷는데 문득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지더라고요. “요즘 왜 글 쓰기 싫어?” 그러니까 이런 답을 들려주더라고요. “잘 쓰고 싶어서. 그런데 안 풀리니까 화가 나.” 그래서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런 마음도 모르고, 게으르다고 몰아붙여서 미안해.” 이렇게 내 안의 그림자와 화해가 이루어져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는데요. 제가 쓰는 이 방법은 내 안의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는 내부 연결 대화법인데요. 융은 자신의 그림자와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림자에 압도되지 않고 잘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림자 대화법은 중독 치료를 할 때 쓰는 ‘외재화 기법’과도 연관되어 있는데요. 우리가 더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도 이어서 (클릭☞양극성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융이 말했듯, 이렇게 억압된 자신의 양극성과 접촉하면 아주 놀라운 에너지가 탄생하는데요. “어,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라는 새로운 탐색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 속 많은 부분들과 만나 마음의 생기가 돕니다. 사실 번아웃 된 경우를 보면 주위 기대나, 환경의 제약에 의해서만 살아지는 나 자신이 싫어서 스스로를 놓아버린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만사가 귀찮고, 내 욕구가 정확히 무언지 파악하기도 힘들어지는 거죠. 제가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의미 있었던 지점이 "나는 지금 무엇무엇을 하고 싶다."라고 매회기마다 4-5개씩 쓰는 것만으로도 내담자 분들이 생기는 되찾는 지점이었는데요. 그래서 내가 번아웃 되었다면, 역..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때야말로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 _ ireugo 전진은 퇴행을 담보로 한다. 퇴행하고, 전진하고 전진하고, 퇴행하고 1보 전진, 2보 퇴행 2보 퇴행, 1보 전진 삶의 그래프는 일직선이 아니다. 지그재그의 방합이다. _ Maslow, A. H 프롬과 호니의 발견에 따르면 사람을 괴롭히는 여러 증상들 역시 자기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저항적 퇴행인 셈이다. 이런 점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히 병리적인 카테고리에 놓일 것이다. _ Maslow, A. H
퇴행이 전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_ ireugo
오늘은 이어서, 양극성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클릭☞거울처럼 읽어주기)에서 자신의 반대 방향의 욕구를 읽어 주면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A를 해야 해!” 라고 말할 때 말이죠. 융에 따르면, 사실 무의식과 마음 그리고 영혼(Self)이 일치한다면 “A를 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사실 B도 하고 싶지만(의식적으로 억압한 채) “A를 해야 해!” 라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A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하면 흥도 안 나고, 무의식은 짜증이 납니다. “쳇, 내 이야기는 안 들어주고. 난 협조하기 싫어.”라고 마음 밑바닥에서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저번에 우리 내면은 (클릭☞양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내 안의 양극성을 자각하고, 억압된 지점에 물꼬를 틔우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해요. 제가 유독 마음이 가는 분들이 있는데요. 바로 자기 분노감을 적절하게 표현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경우, 참고 참다가 번아웃 되어 막판에 확 뒤집어 놓고 퇴사해 버리거나, 수동공격(passive aggressiveness ; 겉으로는 티를 안 내면서, 일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잦은 실수를 유발하는 등, 자기 나름의 에둘러 가는 공격법을 쓰지만, 사실 이런 케이스는 본인 커리어에도 안 좋고, 구성원 전체에도 비협조적 분위기를 조성하거든요)을 구사합니다. 융을 비롯해 코헛(Heinz Kohut)이란 정신분석가가 말하길, 우리가 자신의 한쪽 측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