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메타모델로 복원해 보기 (2)

하루는 대형 쇼핑몰 매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저 스커트 있잖아. 저거 어디 브랜드인데, 내가 사려던 건데~”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그 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을 귀신처럼 탁 하고 잡아내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에 꽂혀 있으면 그것과 관련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다 끌어 모으는 거죠.

 

저는 그때 눈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 쉬어 가라고 이렇게 비싼 땅 가운데 벤치도 놓았네,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을 떠 보니까 벤치 방향이 모두 매장 마네킹을 향해 놓여 있더라고요. 결국 이 휴식 공간도 마케팅을 위한 공간이네, 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트루먼 쇼에 나오는 트루먼처럼 카메라 밖을 본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재밌는 게 사람들이 거울벽 앞에서는 잠깐씩 멈추더라고요. 거울벽 앞에서 옷매무새도 가다듬고요. 그런데 그 거울 너머로 본인들 모습이 보이고, 그 너머 배경으로 건너편 매장의 마네킹이 입은 옷들이 비추어져 있더라고요. 본인이 입고 있는 옷이랑 확연히 비교가 되게 말이죠.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밖에 없는 심리를 활용하고 있는 거죠. 

 

사람이 관계구성틀(Relational Frame)이란 상호 관계의 망을 갖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인데요.

 

그러니까 A와 B가 무관함에도 “동일하다. 유사하다. 같다.”와 같은 언어를 매개로 A와 B의 대등한 지점을 포착해 연관 짓고, 또 시간적인 인과를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에, 후에, ~했기 때문에 ~했다.” 등 맥락을 임의적으로 추출하여 관련 짓는 거죠.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고유성을 가진 A와 B에 대해서도 ‘~보다 더 좋은’ ‘~보다 더 큰’ ‘~보다 더 빠른’ ‘~보다 더 예쁜’ 등의 언어를 매개로 끊임없이 비교, 평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관계의 틀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제한한다는 거죠(Hayes, 2010).

 

나랑 공통점은? 나랑 다른 점은? 나보다 잘난 점은? 나보다 못난 점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연결 회로망에 빠져서 언어가 가진 한계 속에서 비교, 생략, 왜곡, 일반화가 일어납니다.

 

Richard Bandler가 뛰어난 상담사들을 분석했더니 이 분들이 뭐 대단한 화술을 가진 것도, 엄청난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담자가 가진 이슈들 중에 비교, 생략, 왜곡, 일반화 된 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상위자아를 활용해서 찌그러진 부분을 다시 복원시키고 있더란 말이죠.

 

예를 들어 내가 요즘 불행하다, 라고 해 봐요.

 

위 척도에서 요즘 어느 정도 불행한지 체크해 보세요.

 

예를 들어 8점 정도 요즘 불행하다고 해 봐요. 이때 (1) 요즘보다 더 불행했던 과거는 없는지 살펴 보는 겁니다.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 진짜 힘들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요즘 불행한지 다시 체크해 봅니다. 그때와 비교하니까 점수가 8점에서 5점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나 자신이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 보는 겁니다.

 

(2) 또 뭐가 있을까요. 과거에 내가 바란 것이었는데 이루어진 것이 있다면 떠올려 봅니다. 그 회사에 들어가기를 바랐는데 들어갔다든지,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해냈다든지, 도전하기 두려웠는데 막상 해 보니까 할 수 있었다든지 말이죠. 아주 작은 성공 경험도 괜찮습니다.

 

만약에 내 인생에서 바란 게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3) 나보다 더 힘든 분들도 떠올려 봅니다. 저는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다 죽어가는 분들을 보면 숙연해집니다. 예전에 특집으로 새벽 인력시장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영하의 추운 날씨였는데도 어떤 분은 손마디가 없는데도 배낭에 공구를 넣고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페인트칠하는 여성분들도 있었는데 인터뷰 요청 드리니까 “내 새끼들 먹여 살려야 한다. 오늘 일감 못 따면, 내일도 올 거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져서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4) 그리고 예를 들어 요즘 내가 3점 정도 행복한데, 4-7점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면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 비결을 탐구해 봅니다. 생산적인 활동을 했다든지,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했다든지, 부지런하게 살았다든지,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든지, 독서, 산책, 여행, 수다, 반신욕, 음악, 행복했던 경험 떠올리기 등등, 그 요인을 한 번 들여다보고 일상에서 활용해 보는 겁니다.

 

난 요 근래 행복했던 적도 없고,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다면?

 

(5) 날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탐구해 봅니다. 내 삶의 장애물이 되는 것들이죠. 원치 않는데 자꾸 하게 되는 것들, 내 건강을 해치는 것들, 날 힘들게 하는 것들, 안 좋은 습관들을 죽 써 보는 겁니다. 그리고 대안행동을 찾아보는 거죠.

 

아무튼 이 장애물적인 요소를 분석해 보면 물리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들(비용을 지불하고 맡긴다든지, 좋은 시스템과 습관을 확보한다든지, 장애물적 요소를 제거해 보는 방법들)과 정서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들(매사 같은 지점에서 걸려 넘어진다면 투사적 지점은 없는지, 과거 어떠한 경험이 나를 얽매이게 만드는지, 어떤 주된 정서가 나를 따라다니며 결핍감을 유발하는지, 나를 힘들게 하는 반복적인 패턴들, 내가 만든 나의 제한된 지점들)을 체크해 보는 겁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책에 담고 있는데요. 이후에 블로그 독자님들 하고도 프로그램을 진행해 볼까 해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비교, 분석, 평가, 왜곡으로 힘들 땐 이렇게 해 보세요.

 

 

예를 들어 난 왜 이렇게 〇〇한 점이 부족한지 모르겠다는 한탄이 든다면, 누구에 비해 그런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1) 그 비교한 사람한테는 부족한 삶의 다른 영역은 없는지 봅니다. (2) 그 사람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는지 봅니다. (3) 나보다 그러한 점이 부족한 사람은 없는지 봅니다. (4) 과거에 지금보다 그러한 점이 부족했었는데 나아진 점은 없는지 봅니다. (5) 앞으로 그러한 점을 보강할 방법이나, 아니면 포기하고 내가 가진 나만의 매력, 강점을 발굴해 보는 겁니다.

 

우리 무의식에는 양극으로 이어진 통로가 있는데 내가 시들어 있는 지점 끝을 따라가다 보면 환하게 꽃 피어 있는 지점이 있거든요. 뭔가 남 보기에 좋게 불쑥 솟아올라와 있다는 건 무의식적인 어느 지점에선 꺼져 있다는 걸 방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움푹 꺼져 있다면 좋은 지점이 어떤 장애물로 인해 의식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숨어 있기 때문이란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음, 이 이야기를 하면 또 끝이 없으니까 메타모델 복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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