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예전에 조향사 분을 인터뷰했을 때 그러더라고요. 향수에서 향을 만들 때 들어가는 95%의 베이스는 비슷하다고요. 나머지 5% 천연 원료가 향기를 좌우하는데요. 그 5%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사실 자스민향 1ml를 만들려면 8000송이 이상의 꽃이 필요하다는 거죠. 사람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각계각층의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겁니다. 아무리 영적으로 열린 분들이라 해도, 돈 좋아하고, 명예 좋아하고, 이성 좋아하고, 인간이라면 베이스는 다 비슷하다고 봐요. 그럼에도 남다른 분들한테는 특별한 자기만의 향기가 있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 같아도 그 5% 차이가 그 사람의 향기를 만들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향기가 타고난 것 같아도 그 분들 나름으로는 끊임없이 갈고 닦아온 결과물이..
후배가 ‘코로나로 지친 마음 극복하기’란 주제로 원고를 써 달라고 해서 짧은 글을 써 줬는데, 사실 저도 요즘 마음이 힘듭니다. 아무래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이 상황을 조심하며 통과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원고에 썼던 몇 가지 상담심리학적인 팁을 정리해 보자면, 사실 1.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겁니다. 집단으로 번지는 사태를 보면서 생기는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하지만 2.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는 건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여러 연구를 봐도 정보의 과다성이 주는 피로도는 상당하거든요. 알면 알수록 적절한 해결방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안감만 증폭되죠. 그래서 저는 요즘 저녁 먹을 때만 뉴스를 보고, 휘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아침에는 하루를 기분 좋..
어떤 분이 “융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야.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아들러 같은 처세술적인 팁이 좀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시던데 외려 저는 융이야말로 “사람은 어떤 역동으로 움직이는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가?”에 깊이 파고든 처세의 장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보통 번아웃 된 케이스를 보면, 일을 설렁설렁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이상이 높고, 자기 일에 열정을 쏟아붓던 분들이 많이 겪습니다.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 봤는데도, 보람을 잃을 경우 슬럼프에 빠지는 거죠. 번아웃 되면 자신을 지탱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주위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 공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쌓아두지만 말고, 적절하게 주위 사람에게 표현해 보라는 조언..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1) 여러 감정을 깊이 경험할 수 있는 능력 (회피하지 않고 감정의 밀물과 썰물을 느낌) 2) 자신의 권리를 기대할 수 있는 능력 (주어진 권리를 찾고 구하고 요구할 수 있는 능력) 3)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능력 (숨기고 억누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아프면 아프다, 표현할 수 있는 능력) 4) 자존감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 (표면에 스크래치가 나더라도, 본래의 나는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능력) 5) 고통스러운 감정을 달랠 수 있는 능력 (내 뜻대로 안 되어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능력 : 자기 자비) 6) 삶의 목표를 정해서 매진할 수 있는 능력 (목표를 세울 줄 알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능력) 7) 친밀감을 가질 수 있는 능력 (자신을 보호하느..
마음을 관찰하면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요. 머릿속으로 어떤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에 수반되는 기억이 흘러나오거든요. 예를 들어 기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기뻤던 기억과 더불어 그에 반대되는 슬픔이라는 단어까지 상기할 수 있는 게 사람의 마음 작용인데요(Hayes, 2010). 그래서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코로나로 기왕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올 하반기에는 단행본을 완료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공기 좋은 곳에 왔는데 말이죠. 환경은 고요해도, 마음의 잡념은 워터볼 눈송이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재밌는 게. 잡념 속에서 회상된 사람들을 명명해 보면, 그들은 뿅, 하고 진짜 실체를 가지고 등장하는데요. 사실 이런 허상 같은 홀로그램을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기..
며칠 전에 친구랑 통화하는데, 이 글(클릭☞)감정수용을 읽고 궁금한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감정은 억압하면 증폭되고, 허용하면 지나간다고 했잖아.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느껴 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오히려 점점 더 열이 오르면서 화딱지가 나던데, 왜 그럴까?” 사실 이런 의문은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방어 없이 감정을 느껴보려고 하는데, 오히려 거기에 훅 빨려 들어가거나, 공황이나 불안 같은 경우, 있는 그대로 느낄수록 무서워진다고요. 그럴 때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제가 ACT(수용전념치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입니다. 왼쪽에 보면 사람 테두리를 둘러싼 저 빨간 점들이 보이죠? 보통 그림자는 내부적 압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압력(저 빨간 점)은 외부와의 상..
지난번에 (클릭☞)그림자 투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오늘도 이 그림자란 녀석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 해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나(페르소나)와 보고 싶지 않아서 억눌러 둔 나(그림자)는 얼핏 보면 적대적인 것 같아도 하나의 대극 쌍(한 몸의 양극)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이부영, 2006). 문득 잭 웰치가 떠오르네요. 그는 미국의 성공한 기업인이죠. 철의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받지만, 냉혈한으로 비판받아 왔는데요. 그는 5년 간 11만 명을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융의 그림자 원형을 살펴보면, 냉혹한 인물일수록 감정에 휘둘리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그림자를 갖고 있습니다. 감정에 이끌리는 자신이 두렵고 불..
목표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무의식은 반대급부를 잡아당겨 그곳에 도달할 가능태는 적어진다. 영혼은 오로지 느낌으로 안다. 흐름에 저항하거나 떠밀려가지 말고 가능태의 흐름을 타면서 부드럽게 노저어 가라. 우리가 미로 속에 빠져들지 않고 가능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저절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은 최적의 균형점을 드러내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