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8)


어떤 분이 융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야.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아들러 같은 처세술적인 팁이 좀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시던데

 

외려 저는 융이야말로 사람은 어떤 역동으로 움직이는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가?”에 깊이 파고든 처세의 장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보통 번아웃 된 케이스를 보면, 일을 설렁설렁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이상이 높고, 자기 일에 열정을 쏟아붓던 분들이 많이 겪습니다.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 봤는데도, 보람을 잃을 경우 슬럼프에 빠지는 거죠.

 

번아웃 되면 자신을 지탱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주위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 공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쌓아두지만 말고, 적절하게 주위 사람에게 표현해 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면 그냥 확 들이받고 퇴사해 버리거나, 상대가 당황할 만큼 공격해 버리기도 합니다.

 

편향을 쓰면서 참고 있다가, 표현하는 과정에서 터져버리는 거. 좀 더 유연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1. 상대의 에고가 원하는 것은? 그리고 두려워하는 것은?

 

예를 들어서 회사에 인력 부족으로 내 업무가 아닌 것까지 떠맡게 된 상황이라고 해 봐요. 이런 경우

 

제가 이 일까지 다 하려면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상사에게 말했는데 그냥 하는 데까지 해 봐요.”라고 푸시해서 번아웃 되었다면 이런 물음을 가져 보는 겁니다.

 

상사의 에고가 원하는 것? : 기한 내에 업무를 마치는 것. 그리고 매출을 올려서 본인이 인정받는 것

 

상사의 에고가 두려워하는 것? : 기한 내에 업무를 못 마치는 것. 그리고 매출이 떨어져서 본인이 질타받는 것.

 

융은 그림자로부터의 얽매임(본인이 두려워하는 것)과 본인이 원하는 것(달콤한 열매, )의 두 가지 심리적 기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역설의 힘이 생긴다고 보았는데요.

 

제가 이 일까지 다 하려면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습니다.”(x)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업무량이 워낙 많아서 기한 내에 업무를 못 마치면 우리 팀(회사)에 피해가 갈까 두렵습니다. 팀(회사) 매출이 오르고 인정받으려면, 인원 보충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o)

 

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뭔지 감이 오시나요? 전자는 자신의 에고 입장에서 말을 했다면 후자는 상대 에고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것이 주어가 되어 있죠. 부하가 번아웃 되는 건 상사의 에고가 고려 못한다고 쳐도, 기한 내 일을 못 마쳐서 팀에 피해가 가고, 매출 하락이 되는 건 상사의 에고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인 만큼, 후자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죠.

 

융은 의 에고적 싸움을 통과해 확장된 Self로 나아갈 수 있다면 단일비전(unitive vision)의 파워풀한 힘이 생긴다고 보았는데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하루는 어느 대표님이 직원들을 죽 앉혀 놓고 리더로서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다. 나한테 부족한 면이 있음 솔직하게 말해 봐라.”라고 했는데, 직원들이 처음에는 미적거리다가 나중에는 A부터 Z까지 부족한 면에 집중해서 총공격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접근은 평소에 잠재워 둔 직원들의 그림자를 불러내서 마녀사냥당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불러낸 거죠.

 

융은 빛이든 그림자든 그것이 그의 내부에 어떤 상()으로 맺히면, 마치 자석처럼 그것을 향해 움직인다고 보았는데요. 우리가 빛만큼이나 사실 그림자에도 끌리거든요. 그래서 리더의 그림자에 대해 집중해 보라고 하면, 구성원들의 무의식의 그림자까지 덩달아 투사되어 공격적인 집단 무의식이 형성될 수밖에요.


 


그런데 "내가 부족한 점"에 대해 묻는 게 아니라, 우리가 더 잘 되려면 어떠한 점이 보완되면 더 좋을까?”란 질문을 구성원들에게 던져 보는 겁니다. 그러면 주어의 일치성(우리가 하나라는 무의식적 연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에고 차원의 이해관계를 떠나(저 대극의 화살표의 지점을 떠나) Self 차원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죠. 리더의 부족한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되려면 뭐가 필요한지에 포커싱 되어 있으니까요.

 

제가 대학 때 친구 따라 창업 연합 동아리에 가입한 적이 있는데요. 누가 창업 아이디어 발표를 하면 니 까짓 게 그런 걸 한다고?” 주로 이렇게 딴지 거는 분위기라 한 학기 활동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 있는데요. H 오빠는 누가 창업 주제를 이야기하면 신박하네. 이런 점은 꽤 괜찮은데? 그런데 이런 점은 실현하려면 좀 어렵겠다. 이런 세미나가 있는데 한번 가 봐.”라고 추천도 해 주고, “내가 만약 너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라고 상대 입장에서 조언해 주는 겁니다.

 

그가 그때 했던 조언 중에 인상 깊었던 게 취업을 뽑힌다는 개념으로, 1차원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일단 관심 가는 분야 책을 다양하게 읽어. 그리고 관련된 회사를 분석해. 그 회사가 잘 하고 있는 점, 부족한 점을 정리해. 그 다음에 그걸 대표랑 실무자 이메일을 알아내서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는 거야.”

 

그때는 그의 말을 흘려들었는데, 실제로 입사한 후배 중에 이런 방식으로 들어온 경우가 있습니다. 신입 채용 기간도 아닌데, 기존의 잡지를 분석해서 장단점을 정리한 다음에 자기만의 좋은생각을 만들어서 대표 앞으로 보낸 거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호기심이 생긴 발행인 그 친구를 불렀고, 인턴으로 바로 채용했는데요.

 

암튼 말이죠. 이 창업동아리의 H 오빠는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꺼내면 분리된 에고차원의 입장에서 보는 게 아니라, Self 차원으로 끌어올려서 만약에 나라면 저걸 어떻게 했을까?’란 전방위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딱 마주쳤지 뭐예요. 페이스북에서 보니 지금 어엿한 가장이 되어 스타트업 회사 대표가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그가 왠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 같습니다. 에고의 분리된 차원을 떠나서, Self 차원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융 분석심리학자들은 Self 차원으로 가려면 자아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에고가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자아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내 마음이 병들어 있는데, 어떻게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여 역지사지가 가능하며, 우리가 하나라는 무의식적인 연합이 생기겠어요?

 

자아강화를 이루려면 셀리그만 같은 경우 트라우마 치료에서 좋은 일 찾아내기연습을 꾸준히 하기를 권합니다. 실제로 PTSD에 시달리는 군인들에게 자아강화를 일깨우는 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거든요. 잠들기 전에 그날 하루 중 가장 소소하지만 기분 좋았던 일 세 가지를 떠올려 보는 거죠.

 

1. 저도 생각난 김에 해 볼까요? 서울집에 들렀다가 누전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당황했는데, 인터넷을 뒤져 어떤 기사님에게 전화했더니 차근차근 설명해 주셔서 따로 전기설비업체를 부르지 않고 해결되었던 게 감사했네요. 친절히 설명해 주신 기사님 블로그 홍보해 드리고 싶습니다. (클릭)https://blog.naver.com/chualmul

 

2.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오후에 홍작가가 보내 준 노래를 들었는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 그녀의 청아한 노래소리를 듣고 있으면 행복해져요. 그림도 잘 그리는데 자작곡도 이렇게 슥슥 잘 만들다니!

 


3. 그리고 문득 하늘로 떠나보낸 강아지 생각이 났는데, 언젠가 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시규어 로스의 영상이 떠올라서 다시 보고 있으니 큰 위로가 되네요. 참 고마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잠들기 전에 아래의 빈칸을 채워보세요.

 

(1) 오늘 하루, 소소하지만 기분 좋았던, 그래도 참 다행이었던 일 3가지는 무엇이었나요?


(도저히 안 떠오르면 가상의 마이너스적인 조건도 도움이 됩니다. ex) 우리 집이 홍수에 젖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내가 병에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눈이 보이고 귀가 들려 다행이다. 핸드폰을 안 잃어버려서 다행이다)

 

 

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작물의 링크는 허용하나무단 복사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마음밑돌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을 공유하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