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코로나로 지친 마음 극복하기’란 주제로 원고를 써 달라고 해서 짧은 글을 써 줬는데, 사실 저도 요즘 마음이 힘듭니다. 아무래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이 상황을 조심하며 통과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원고에 썼던 몇 가지 상담심리학적인 팁을 정리해 보자면, 사실 1.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겁니다. 집단으로 번지는 사태를 보면서 생기는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하지만 2.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는 건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여러 연구를 봐도 정보의 과다성이 주는 피로도는 상당하거든요. 알면 알수록 적절한 해결방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안감만 증폭되죠. 그래서 저는 요즘 저녁 먹을 때만 뉴스를 보고, 휘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아침에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는 거죠. 아침의 감정이 하루의 결을 좌우하거든요.
그리고 3. 혐오는 사실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가 그 어떤 감정과 생각이 올라와도 허용해 줄 필요는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올라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우리 무의식은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일 먼저 흡수하기 때문에, 설사 외부를 향해 혐오감을 품더라도 ‘나=혐오’로 받아들입니다. 뇌는 주어의 일치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나 그 상대가 내가 아니더라도 ‘나’라고 느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마구 분비하거든요. 물론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 화에 계속 사로잡히면 손해보는 건 나라는 거죠.
이 외에도 불확실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서로를 응원하기 등 몇 가지 내용을 담았는데, 글쎄요, 읽는 이에게 얼마만큼 와닿았을지는 모르겠어요.
요즘 쓰고 있는 단행본 주제를 다 뜯어고치고 있는데, 하루는 저희 어머니가 귀여운 부엉이 한 쌍을 사 와서 벽에 걸어두는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엉이를 왜 사왔냐고 물으니, 부엉이가 복을 불러온다며 활짝 웃는 겁니다.
문득 예전에 회사 사람들이랑 동강에 워크숍을 갔을 때 부장님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당시에 부장님이랑 한 조가 되어 래프팅을 하는데 열심히 노를 저으며 커브를 돌다가 부장님이 강에 풍덩 빠졌는데,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면서 내의가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뻥 터진 게 내의에 귀여운 부엉이 한 쌍이 그려져 있더라고요.
다들 아들내미 속옷 훔쳐 입은 게 아니냐고 놀리니까 “이거 일급 비밀인데, 니들만 알고 있어라. 사실 부엉이가 복을 불러와서 입었다. 너희도 부엉이를 몸에 지녀봐라. 우리 아들이 성적도 올랐고, 시골에 묻어둔 땅값도 올랐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속삭이는 겁니다.
저는 귀여운 분이네, 하고 웃었는데 당시 독자 선물을 관리하던 과장이 “저도 부엉이 한 쌍이 복을 불러온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어요. 동대문에 부엉이 한 쌍 손수건도 팔던데. 나 내일 동대문에 독자 선물 사러 가는데, 부엉이 손수건도 사려고요. 혹시 필요한 분?” 하고 물으니까 부장님을 놀리던 사람들이 “나!, 저요!” 하면서 반응이 꽤 좋은 겁니다. 어떤 분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랑 보호자들한테 두루 선물하고 싶다고 여러 장을 주문하더라고요.
부엉이가 진짜 복을 불러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찾아보았더니 잘 안 보이더라고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단군신화에서 환웅의 토템을 부엉이로 보았고, 그걸 지니면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사람 심리가 말이죠. 진짜 어떤 상징이 복을 준다고 믿으면(이때 진심으로 믿는 게 중요) 무의식은 그걸 진실로 받아들이거든요. 일종의 최면 효과로 볼 수 있는데, 최면도 요즘 상담에서 다시 각광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실 꽤 논리적인 것 같아도, 이성보다 무의식의 힘이 훨씬 세거든요.
암튼 말이죠. 제가 블로그 통계를 살펴보면 이 글은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될 거야,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 누군가 우연히 검색하다 이 글을 읽어도 도움이 될 거야, 라고 쓴 글은 조회수가 별로 안 높고, “개운법” 관련한 글들이 인기가 참 많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지금의 삶보다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비결이 있다면 뭘까? 운이 좋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까? 진짜 좋은 운을 부르는 비결이 있을까? 성공 패턴이란 게 있다면 어떤 걸까?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쓰려던 책이 아우렐리우스와 니체의 마음챙김적 요소를 상담심리학적으로 엮어서 풀어내 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건 샘, 그냥 논문으로 써. 응?” 주로 이런 반응이 많더라고요 ㅎㅎ
처음엔 고집 부리다가, 그래, 어차피 냄비받침대로 쓰일 책을 써서 무엇하랴, 기왕이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고 유용한 것, 그리고 재미도 있으면서 요즘 코로나로 마음이 지친 분들에게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주제로 방향을 틀자, 라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실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게, A라는 방식으로 누가 성공했다 해도 다른 누군가가 그 A의 방식을 쓴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부지런해야 성공한다? 라고 하지만(물론 부지런해서 성공한 분들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은 본인이 게을러서 ‘꼭 해야 할 일’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연구하다 보니 성공한 분도 있습니다.
초지일관의 자세가 있어야 성공한다? 라고 하지만, 금방 싫증내는 성격이 호기심으로 이어져 새로운 탐색과 개발로 이끈 경우도 있고요.
계획을 면밀하게 세워야 성공한다? 라고 하지만, 도리어 계획이 없어 틀에 갇혀 있지 않아 유연함으로 기회를 포착한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상담심리학적으로 보면 결핍과 재능이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내 재능은 결핍에서 나온다. 결함과 창조적 능력은 동반자 관계에 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는 거죠.
제가 융과 아들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열등함과 고통 덕분에 사람이 성장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백 퍼센트 아귀가 딱 맞는 개운법은 어쩌면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타고난 천성을 바탕으로 내가 신이 나는 방향으로 개성을 꽃 피우면 되는 거죠. 못하는 걸 괜히 억지로 애써서, 남 따라하며 잘 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데 남들 볼 땐 시시하다고 해서 그 재능을 안 쓰고 묻어둘 필요도 없다는 거죠.
하지만 말이죠. 각자 다 다른 것 같지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통된 마인드셋이 있긴 합니다.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제가 인터뷰했던 분들과 내담자들의 태도의 차이(특히 지금 알코올치료병원에 다시 입원한 제 내담자는 진짜 똑똑하고 예쁜 녀석이거든요. 다만 이 친구는 마인드셋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이 친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없고, 너는 맨날 안 될 거야, 니가 해서 뭘 한다고? 주로 이런 피드백에 노출된 환경에 있었기에 자기 강점을 발현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자존감이란 것도 그래요. 아무리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있는 그대로 귀해. 나는 이뻐!”라고 백날 말해도, 한 연구에서 보면 세 명의 실험자가 아침에 “헐, 너 요즘. 이상해. 좀 모질란 사람 같아.” 이런 반응을 하고, 점심 때도 다른 누군가가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어디가 안 좋아? 좀 바보 같아.”라고 하고, 저녁에도 또다른 누군가가 “너 참 얼굴이 안 되어 보인다. 요즘 고민 있어?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라는 피드백을 의도적으로 하면, 무너지는 게 사람 마음이거든요.
아무튼 말이죠. 제가 쓰고 싶은 글은 그냥 블로그에 올리고(그래도 저랑 코드가 맞으니까 제 블로그의 글도 읽어주는 분들이 있는 거겠죠? 제 블로그 독자님들은 수준이 아주 높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
그리고 개운법 관련한 글들, 뭘 해도 잘 되는 사람들의 어떤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종종 블로그에, 그리고 다 못한 이야기는 책에 담아 볼까 해요. 똑같이 그러한 환경에 노출되었는데도(물론 성격적 특성과 유전적 요소가 다르긴 하지만) 어떤 사람은 성공했고, 왜 어떤 사람은 좌절만 하는지, 심리적 근육은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는 없는지, 있다면 어떤 팁이 있는지 도움이 되는 책을 쓸까 해요(사람의 인생은 각자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지만, 회복탄력성 팁은 배우거나 훈련해서 향상시킬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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