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ireugo
가끔 저는... 살던 곳을 가 볼 때가 있습니다. 대학 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탁구장이 생겼더라고요. 한때 먹고 자던, 라디오를 듣고 귤을 까 먹고 멍 때리던 그곳에서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으니 어찌나 묘하던지요. 제겐 홍대 밥집(찻집이자 술집이기도 하네요), h가 그런 묘한 곳이기도 합니다. 연남동이 뜨기 전에 이곳은 주택가였는데, 제가 좋아하던 언니가 살던 집이 있던 곳이었거든요. 그때 다니던 회사가 이곳 근처에 있어 언니 집에 가끔 놀러가곤 했습니다. 나란히 조르륵 늘어서 있던, 그녀가 만든 패브릭 제품들이 떠오르네요. 어찌나 손재주가 좋은지 커튼이며 식탁보며 손수 만든 거라 앙증맞으면서도 예뻤거든요. 그때 거실에 누워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덧 ..
저는 문명의 이기와 친숙하지 않아서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는데요. 제 주변에 분들 보니까 몇몇 분이 활발하게 팟캐스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혼자 흥이 나서 1여년 넘게 진행하시는데, 어느 날 보니 컨텐츠도 꽤 쌓였고 구독자 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 있더라고요. 어느새 자기만의 매체가 생긴 거죠.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많은 분들에게 0.1%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었습니다. 잡지사를 다니면서 저도 팟캐스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여력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한번 저질러(?)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컴맹에 가까운 제가 막상 팟캐스트를 만들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
요즘 니체 아저씨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열독 중인데요. 니체는 특별히 인간의 능력들 가운데에서 ‘작별의 능력’을 예찬합니다. ‘작별하는 능력 없이’ 창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작별의 능력은 관념적이나 추상적인 게 아닌, 합리적이고 유용하기도 합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예술가들, 발명가들 대부분이 어떤 문제에 붙잡혀 붙들려 있을 때보다는 그것을 잠시 잊어두고(잠시 작별하고) 있다가 다른 일 하다가 번쩍! 하고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될 때가 많다고 술회합니다. 그만큼 작별의 능력은 ‘문제에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지 않게 하는’ 유연한 거리 두기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는 거죠. 어디 그뿐인가요. 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느꼈지만, 오래 살아 남는 CEO일수록 ..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저는 뭔가 무의식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글로 섬세하게 내놓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가 사진까지 잘 찍는다면? 더불어 드로잉으로 순간의 핵심을 포착할 줄 안다면? 이 매력적인 작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입니다. 그는 섬세한 눈과 더불어 사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탁월한 예술가이죠. 가끔 울적한 날엔 그의 에세이집 《영혼의 시선》을 펴듭니다. 잠깐 그의 글을 살펴볼까요?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自生)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