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몇 년 전, 친구랑 야경을 내려다보며 밥을 먹는데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넌 그래도 취재하면 새로운 사람들이라도 만나잖아. 난 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재미가 없어. 회사, 집, 회사 집.” 그때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래. 그냥 표면적인 만남 속에서 소비되는 느낌이야.”라고 말했는데요. 며칠 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모님이랑 남동생이 친척동생 결혼식에 갔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고요... 가족이 동시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까 친구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병문안을 가니까 친구가 핼쑥한 모습으로 넋을 잃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의 친구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는 것조차 친구 가족에게는 고통이었습니..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늦도록 장터 한 구석을 지키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못하고 한 걸음 앞서 돌아가는 흑염소처럼 조금은 당당하게. 이창기 _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들이 넘쳐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예전에 김경일 교수님이 학교에 와서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재밌어서 메모를 해 뒀답니다. 요약하자면 컴퓨터는 특정 목표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알지만, 스스로를 인지하는(데이터 밖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힘)인 메타인지가 없다는 거죠. 반면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건 모른다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된 데이터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어떤 환자가 A 치료를 받는다면 B 치료를 받는 것보다 오래 살게 되지만, B 치료를 받는 것이 주관적으로는 더 행복하다고 했을 때, 컴퓨터는 그러한 개인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까지 고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생존 확률이나 고통..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경기도 이천을 지나다가 들르게 된 이진상회. 이날 비가 촉촉하게 내렸는데요. 5천여 평 규모의 잘 꾸며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정원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조각상들, 그리고 뒤쪽으로 가니까 산책로도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산책하다가 아무 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왠지 분위기 있게 나온달까요 ^^ 그래도 경기도 이천에 왔는데 그릇 구경은 좀 하다 가야 할 것 같아서 이진상회 바로 옆에 있는 에 들렸는데요. 어머나, 생각보다 많은 그릇들이 반겼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5만원 사이면 선물세트로도 손색이 없는 예쁜 그릇들이 많았는데요. 눈에 들어온 것은 물병과 술병들이었습니다. 그냥 장식품으로 거실에 무심히 두어도 예쁠 것 같았습니다. 입구가 넓은 건 화병으로 써도 좋겠더라고요. 나무..
“네가 어떻게 그걸 해?”라고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지만 사실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란 걸 그는 몰랐다.
요즘 제가 새로 만나는 내담자 중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가 있는데요. 굉장히 창의적인 친구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 과거는 망쳐버린 도화지 같아서 이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엉망일 거예요.”라고 하는데 무심코 던지는 표현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직관이 발달한 친구라 자기감정을 잘 인지하고 있고, 그걸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인데요. 그 친구에게 아들러와 융 이야기를 살짝 해 줬는데, 생각보다 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대략 정리하자면 누구나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서 살아가는데요. A라는 상황에서 상처를 한 번 입었다면 이젠 A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A뿐만 아니라, ab, aBC, Add, Aefg¨ 등등... ..
벨리록을 통해 알게 된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 요즘 오가며 시규어 로스를 듣고 있는데요. 마치 작은 서랍을 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꽤 유명한 그룹인데 저는 잘 몰랐네요. 보니까 예전에도 내한을 꾸준히 한 모양입니다. 보컬 욘시는 오른눈이 실명한 채로 태어났다고 해요. 첼로활을 비벼서 기타를 연주하는 점이 특이하네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 들리는 편인데요. 간혹 곡의 느낌은 모노톤인데 가사는 파스텔 느낌이 나거나, 반대로 곡은 화사한데 가사에 습기가 많으면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규어 로스는 '희망어'로 노래한다고 해요. 희망어는 보컬 욘시가 아이슬란드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언어라고 ..
뒤로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앞에선 안 보이던 길이 보이네. 뒤로 가는 것도 이유가 있을지 몰라. 에둘러 가는 무의식적 길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