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다를 보러 강릉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강릉, 속초, 주문진 일대에 오면 꼭 들리는 숙소가 있는데요. (클릭☞)노벰버(November)라는 곳이랍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심상재각본이라는 치료법이 있는데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상상하며 그곳에 머무는 명상법이랍니다. 어떤 분은 열 받을 때면 에 나오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타는 상상을 한다고 해요. 나만 아는 열차 칸에 스며들어서 차창 밖으로 펄펄 내리는 눈발을 떠올리면 속이 시원해진다고요. 제가 심상재각본에 쓰는 공간들 중에 노벰버도 있는데요. 달빛 아래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글램핑하는 상상을 하면 행복해져요. 추운 겨울날 타닥타닥 타는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는 상상을 해도..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센 척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흘러나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인생의 슬펐던 순간도 행복했던 순간만큼이나 소중한 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이유겠지.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친애하는 최미정 작가님이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라는 신간을 냈네요. 최미정 작가님은 제가 진행했던 잡지의 연애 칼럼 필자였는데요.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연애 소재를 쉽게 풀어내서, 독자들의 반응이 꽤 좋았답니다. 어느덧 인연을 맺은지도 6년이 훌쩍 넘었네요. 만날 때마다 반갑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서 제게 엔돌핀 같은 존재입니다 :) 같이 냉면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에 그녀가 낸 신간을 선물받았는데요. 워낙 술술 잘 읽히게 글을 써서 그런지 소파에 누워서 슥슥 읽었는데 한 권 뚝딱 읽어버리고 말았답니다. 보통 연애 관련 책들의 테마가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까?' '솔로 탈출법' 등의 기술적인 내용에 포커싱 되어 있다면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는 연애에 지치고 힘든 이들의 ..
아주 작은 생각이 지나가도 그에겐 깊은 홈이 파이곤 했다. 끝이 뭉툭해질 수 없는 섬세한 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사물을 감각하는 만큼 슬퍼한다.
지난번에 클릭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 ACT)에서 대해 이야기했었죠? 심리적 공간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만 것 같은데요. ACT에서 심리적 공간 확보를 위해서는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로부터 빠져나오기’를 권합니다. 개념화된 자기란 스스로를 “나는 ○○다.”라고 규정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나는 초라하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무능력하다.” “나는 게으르다.” 등등 이렇게 개념화된 자기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부여하는 ‘관념의 나’입니다. 이 ‘개념화된 자기’는 심리적 경직성을 증가시키는데요.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다.”라고 했을 때, 과연 내가 24시간 ..
친구가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가 짧게 서울에 오는데, 어디를 가이드해 줘야 하나? 고심하길래 몇 군데가 생각나 추천해 주다가 블로그에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정리해 봅니다. 저는 알고 지내는 외국인 친구가 없는데요. 본의 아니게 외국인 친구 가이드를 자처하게 된 것은 바로 아버지 때문이랍니다. 저희 아버지는 해외 정유공장 실험실에서 일하셨는데요. 그래서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 아버지의 외국인 동료, 친구들이 서울에 놀러 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 당신은 바쁘니, 하루이틀은 저 보고 서울 가이드를 하라고 하는데요. 어거지로 서울 가이드를 좀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서울 가이드의 혜안(?)이 좀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홍대의 핫한 문화를 체험시..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Olav H. Hauge 눈이 내린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막대를 들고 다닌다도우려고.그저막대로 두드려주거나가지 끝을 당겨준다.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바람 아니면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44 파블루 네루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 네루다 시집 《질문의 책》에 수록된 44번째의 시 어제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저 아이를 잠시 만나 본 밤이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시인 진은영 님의 이런 아름다운 글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죠. "가끔 한밤중에 깨어있거나 혹은 해가 지는 건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있으면 속에서 누가 울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하루 종일 의젓하고 단호하게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