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었는데요. 그녀는 웬만하면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남 이야기 하듯 객관화해서 말하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도 전혀 흥분하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마치 뢴트겐 사진을 보며 판독하듯이 분석적인 태도로 말하곤 했달까요. 그녀가 의젓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어쩐지 개인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술을 한잔 하면서 속내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그럴 때마다 자신은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고요. 그때마다 감정을 차단하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해나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한편으로는 편했지만, 더 이상 설레고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 덤덤한 삶이 되어..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당장은 허공을 찍는 것 같아도 마음을 다한 자리는 있는 그대로 너를 받히고 있어.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클릭☞) 까페 소사이어티 전을 보고 올라오니, 오치균 작가의 가 보입니다. 사진에는 어스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저 오묘한 하늘빛은 뭔가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합니다. 모든 게 어둑어둑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 속 곳곳에서는 빛이 숨어 있죠. 부암동의 여름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뭔가 뭉개진 쑥색 같은 저 여름의 습기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희망의 빛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오치균 작가는 생존하는 국내 작가 중에 작품 값이 비싼 작가라죠. 작품 경매에서는 환영받는 화려한 작가이지만, 그는 공황장애로 인해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는 매우 심플한 생활을 한다고 해요. 이 작품은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어서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길었던 휴일은 그간 못 만난 몇몇 지인들을 만나다 보니 금방 다 가버렸네요. 아쉬워라. 간만에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아, 그래. 블로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 싶어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놀아달라고... 공을 던지니까 번개처럼 가져 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네요. "오늘은 미세 먼지가 심하니까 그냥 집에 있자."라고 하니까 저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ㅎㅎ 열두 살 치고는 동안이죠? 건강하게 살자, 해피야. 며칠 전엔 서울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까페 소사이어티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금산갤러리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던 마츠에다 유키(Matsueda Yuki) 작품이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지만, 딱 세 작품만 걸려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마츠에다 유키는..
“아니, 어쩜 저럴 수 있지? 겉은 멀쩡하게 생겨서…….” “그러게, 사람은 모른다니까.” “생긴 건 헐크인데, 겪어 보면 완전 다정하다.” “야, 겉보기엔 천상 여자 같지? 기가 얼마나 센지 몰라.” 한 인물을 볼 때, 전혀 다른 면이 보이면 우리는 당황합니다. 그 격차가 크면 경악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평소 근엄해 보이던 제주지검장이 여고생 앞에서 바바리맨 쇼맨십을 발휘하다가 체포될 때의 모습, 평소 이미지가 좋은 사회적 지도층 인사인데 술집 종업원의 머리채를 붙잡고 술병을 깨뜨리는 모습, 얌전하게 생긴 이웃이 사람을 죽였다면? 이런 병리적인 모습을 보면 “어휴, 정말 말세야.”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런데 Rita Carter는 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수많은 인격을 갖고 있다고요. 다만 저 위..
저런 말을 하는 건 나를 무시하기 때문일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일까?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에서도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은 건 확신을 얻어 나를 보호하고 싶기 때문. 하지만 결론이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닌 걸.
(클릭☞) 식물감각에서 나와 발견한 고막원 다방. 고막원의 외관은 약간 색이 바랜 까페처럼 뭔가 빈티지스러웠는데요.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서자 천장도 높고, 싱그러운 화초로 가득해서 눈이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름이 고막원일까? 뜻을 찾아 보았더니 고려시대 복암사를 가기 위해 쉬었다 갈 수 있는 원(院)이 고막원이었다네요. 이 뜻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막원. 뭔가 단단한 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좋네요. 졸음을 쫓고자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주문했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꼭 오후 3시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제가 오후 3시 같다고 하면 지인들은 '오후 3시면 3시지, 오후 3시 같은 건 또 뭐야?' 라고 묻습니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
그는 문제 이외의 것은 전부 말하면서 정작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비겁해서가 아니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최소한의 울타리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