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요즘 제가 새로 만나는 내담자 중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가 있는데요. 굉장히 창의적인 친구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 과거는 망쳐버린 도화지 같아서 이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엉망일 거예요.”라고 하는데 무심코 던지는 표현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직관이 발달한 친구라 자기감정을 잘 인지하고 있고, 그걸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인데요. 그 친구에게 아들러와 융 이야기를 살짝 해 줬는데, 생각보다 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대략 정리하자면 누구나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서 살아가는데요. A라는 상황에서 상처를 한 번 입었다면 이젠 A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A뿐만 아니라, ab, aBC, Add, Aefg¨ 등등... A..
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벨리록을 통해 알게 된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 요즘 오가며 시규어 로스를 듣고 있는데요. 마치 작은 서랍을 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꽤 유명한 그룹인데 저는 잘 몰랐네요. 보니까 예전에도 내한을 꾸준히 한 모양입니다. 보컬 욘시는 오른눈이 실명한 채로 태어났다고 해요. 첼로활을 비벼서 기타를 연주하는 점이 특이하네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 들리는 편인데요. 간혹 곡의 느낌은 모노톤인데 가사는 파스텔 느낌이 나거나, 반대로 곡은 화사한데 가사에 습기가 많으면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규어 로스는 '희망어'로 노래한다고 해요. 희망어는 보컬 욘시가 아이슬란드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언어라고 ..
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뒤로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앞에선 안 보이던 길이 보이네. 뒤로 가는 것도 이유가 있을지 몰라. 에둘러 가는 무의식적 길 같은 것.
지난번에 뭔가 불안해서 집중이 안 될 땐 (클릭☞)If ~then 쓰기를 권했었죠? 뭔가 끝내지 못한 일이 떠올라서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땐 ‘If ~then’기법으로 (만약 ~일이 벌어진다면 ~해 봐야지) 써 보는 것만으로도 현재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고요. 문득 제가 인터뷰했던 어떤 분이 떠오르는데요. 그 분은 매일 새벽 5-6시를 ‘걱정의 시간’으로 정하고, 메모해 둔 걱정꺼리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요. 낮에는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많은데,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걱정꺼리가 떠오르면 업무에 방해가 될 때가 많아서 일단은 메모해 두고, ‘걱정의 시간’에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고요. 그런데 말이죠. 끝마치지 못한 일이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이에 대해..
지난 번에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오는데, 어디를 가이드해 줘야 하나, 친구가 고심하길래 나름 정리해 봤는데요. (클릭☞)[서울 가이드]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기 좋은 곳. 제가 친구에게 추천한 숙소는 이태원의 모스크(MOSC)랍니다. 게스트 하우스치고는 깨끗하고, 각 방마다 개별실로 분리되어 있거든요. 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저는 친구들이랑 4인실에 묵었는데 6만원대 가격으로 기억해요). 잠깐 잠만 자는데, 서울 시내 비싼 호텔에 묵는 것보다는 이렇게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게 낫죠. 이곳을 알게 된 건 에어비엔비를 통해서였는데요. 요즘 에어비엔비가 여러모로 말이 많죠. 그래도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지산 벨리록도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좀 먹었는데..
쳐다보던 관광 명소보다 잠시 앉아 쉬었던 의자, 그 칠이 벗겨진 플라스틱 의자가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삶의 밀도는 내 발에 신어 본 슬리퍼 같은 촉감에서 비롯되는 거겠지.
어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난 번에 (클릭☞)네가 쓴 글 있잖아. 과거에 우울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건, 지금 내 마음이 우울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 네 글 보니까 왜 그런지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도 자꾸 우울한 일이 떠오르면 어떻게 하니?” 사실 우리가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의지로 통제하기는 어렵죠. “우울해하지 말자! 레드 썬!” 한다고 해서 우울한 마음이 짠, 하고 가시는 건 아니니까요. 이미 활성화 된 생각이나 감정을 통제하려고 들수록 오히려 그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Engle, Conway, Tuholsky, & Shisler, 2006). 심리학자 Daniel Wegner가 A그룹 참여자들에게는 5분 동안 흰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B그룹 참여자들에게..
올 여름은 유독 덥네요. 요즘은 작업실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으며 유유자적하게 보냅니다. 아,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되나? 싶다가 “자유가 과분한 것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ㅎㅎ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럭셔리 호텔을 하나 잡아서 여름휴가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게 보내기도 하고, 에어콘 빵빵하게 나오는 만화방에서 죽 치고 앉아 있기도 하고... 더운데 고생하며 돌아다니기보다는 얌전히 방콕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저는 더울 때 모리스 드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 1876년~1958년)의 그림을 봅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어요. 눈길(La route sous la neig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