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조용한 밥집] 오래 전 그곳, h




가끔 저는... 살던 곳을 가 볼 때가 있습니다. 대학 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탁구장이 생겼더라고요. 한때 먹고 자던, 라디오를 듣고 귤을 까 먹고 멍 때리던 그곳에서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으니 어찌나 묘하던지요.


제겐 홍대 밥집(찻집이자 술집이기도 하네요), h가 그런 묘한 곳이기도 합니다. 연남동이 뜨기 전에 이곳은 주택가였는데, 제가 좋아하던 언니가 살던 집이 있던 곳이었거든요. 그때 다니던 회사가 이곳 근처에 있어 언니 집에 가끔 놀러가곤 했습니다. 


나란히 조르륵 늘어서 있던, 그녀가 만든 패브릭 제품들이 떠오르네요. 어찌나 손재주가 좋은지 커튼이며 식탁보며 손수 만든 거라 앙증맞으면서도 예뻤거든요. 그때 거실에 누워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언니네도 이사를 갔고, 연남동은 아주 핫한 곳이 되었죠. 그래도 저는 이곳 h에 오면 언니네 집이 생각납니다. 밤새워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고스란히 떠오르고요. 마치 그때의 이야기들이 공중에 입자가 되어 한 장의 음반처럼 새겨져 있달까요. 언제든 이곳에 오면 오래 전 나누었던 대화들이 그 허공 속 음반을 통해 흘러나오는 듯해서 좋아요. 같은 공간이지만, 제겐 두 공간의 의미가 있는 곳이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어주는 공간이 있다는 건 신비로운 것 같아요.


예전엔 회사 사람들이랑 밥 먹으러 종종 가곤 했는데.... 인터뷰 끝나고 회사 들어가기 싫을 땐 이곳에서 혼자 책을 보기도 하고요... 밥도 가정식 백반처럼 담백해서 좋고, 주인 되는 분도 친절해서 좋아요. 커피도 맛나고요.



주소가 아마 여기가 될 거에요. ->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15-12 (연락처 : 02-323-4545)

연남동 거리나 홍대 거리가 피곤할 때,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셔도 좋을 듯 싶네요. 뭣보다 그닥 북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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