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여자는 남자를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에 문을 열어 줍니다. 돈 비슷한 돈, 명예 비슷한 명예, 호기로운 활달함. 남자가 지닌 친숙함은 세상의 친숙함과 알맞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죠.
돈이면 돈이지, 왜 돈 ‘비슷한’ 돈이었을까요? 돈만큼 구체적인 단위이면서도 맞닥뜨리는 이에 따라 수천 갈래로 불어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을 맡아서 자수성가한 분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엄청난 부자였는데도, 돈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서랍으로 친다면 누구보다 큰 서랍을 갖고 있고, 그 서랍을 채울 줄 아는 마케팅 감각도 뛰어나고, 부지런했지만 그 서랍 아래에는 누구보다 커다란 운명적인 구멍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돈이라는 녀석을 잘 들여다보면 세상의 기운이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그 기운이라는 것도 꽤 유동적이어서 같은 액션을 취해도 어떤 큰 흐름(과 유행)에 따라 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죠. ‘더 잘하기를 바라는’ 외부와 내부의 갈망, 결코 백퍼센트 온전히 포개어지지 못하고 ‘비슷하게라도’ 가닿으려는 갈망이 돈의 매력이자 함정인 것 같습니다.
저는 돈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이 갈망의 브레이크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보통 어떤 것에 대해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때 “왠지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라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뇌가 감각을 받아들일 때 신피질(언어와 추론 같은 사고 능력의 원천이 되는 인간의 대뇌 피질)로 가게 되는데 신피질로 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름길을 하나 만들어 두었죠. 그게 편도체입니다. 이 편도체에서 느낌이 만들어지거든요. 어떤 사고가(판단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느낌으로 싹 스치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 느낌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시그널(신호)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낌대로 살 수만은 없죠. 때로 부자연스러운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무시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 여인 역시 부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와 친숙하게 대화하려 애쓰지요. 그러나 남자는 여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자기 방식으로 끊임없이 되풀이할 뿐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어렸을 때 말이죠. 반에 부잣집 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그 남자아이 집에 놀러가면 물 건너온 과자와 신기한 장난감이 많았죠.
그런데 이 친구한테 꽤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아이들을 자기 집에 초대할 때는 어떤 ‘룰’을 만들었는데요. 이를테면 운동장 뱅뱅이를 네 번 타고, 철봉대에 매달린 다음에 느티나무 옆구리를 치고 그 친구 집에 가는 거죠. 당시에는 재미로 반 아이들이 따라 했었는데요. 여러 번 장난이 반복되다 보니 그 방식이 애들끼리의 익숙한 약속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엄마 심부름으로 그 친구 집에 가게 됐죠. 운동장을 지나치는데, 어렸던 저는 왠지 모르게 그 친구의 방식을 따라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들었습니다. 그냥 쌩~ 하고 직진하니 어찌나 그 친구 집이 가까운지요.
하나의 은유로 말씀드린 거지만, 어른이 되어도 세상은 이런 복잡다단한 룰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그 방식을 고수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 두었달까요. 무의식적으로 습득된 그 방식으로부터 과연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렇게 자기 방식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내적인 것도 있죠. 우리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한번 하게 되면 우리 뇌에 각인이 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경험에 근거해 같은 패턴으로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것들로부터 쉬이 자유로워질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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