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식물감각에서 나와 발견한 고막원 다방. 고막원의 외관은 약간 색이 바랜 까페처럼 뭔가 빈티지스러웠는데요.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서자 천장도 높고, 싱그러운 화초로 가득해서 눈이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름이 고막원일까? 뜻을 찾아 보았더니 고려시대 복암사를 가기 위해 쉬었다 갈 수 있는 원(院)이 고막원이었다네요. 이 뜻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막원. 뭔가 단단한 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좋네요.
졸음을 쫓고자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주문했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꼭 오후 3시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제가 오후 3시 같다고 하면 지인들은 '오후 3시면 3시지, 오후 3시 같은 건 또 뭐야?' 라고 묻습니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언어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후 3시는 뭔가를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인데, 왠지 서너 시간이 지나면 뉘엿뉘엿 해가 질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시간입니다. 적막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활발한 시간처럼 느껴져요. 고막원이 꼭 그런 느낌이었죠.
바람도 쐴 겸 야외 정원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잠깐 멍하니 바람을 쐬는데, 이렇게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자인 Linda Sapadin은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내어라.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니. 쉽지 않을 것이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거부감을 일단 극복하고 나면,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은 하루 가운데 가장 소중한 때가 될 것이다. 자신이 ‘한 순간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은 깊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자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연하게 깨닫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음으로 전신의 긴장이 풀리고 두려움이 가라앉는 것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그리고 예전에 인터뷰했던 김사인 시인의 이야기도 생각났습니다.
"눈 앞의 상황에만 급급하다 보면 많은 걸 놓치고 결국 더 먼 길을 돌아가게 되요. 힘을 빼고 조금만 천천히 가세요.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말, 행동, 가슴속에 가늘게나마 이어지고 있는 끈이 있다면 그걸 잡으면 되요."
돌아오는 길에 울라브 하우게 시인의 말도 생각났어요.
"시를 쓸 때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있어요
아주 잠시
시 속에서
집을 갖는 것 같아요.'
잠시마나 내부에 자기만의 집을 갖는다는 것, 아.... 저는 예술가들의 이런 지점이 참 부러워요. 하지만 이런 집을 갖는 건 꼭 예술을 해야만 가능한 건 아니죠.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하고 가만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런 순간이 조금씩 모이면 마음 안에 근사한 집이 지어질지도 모르죠.
참, 고막원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파주에 왔는데 마땅히 갈 찻집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들러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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