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세종대 대양홀에서 상담사례 심포지엄이 있어 다녀왔는데요. 세종대 쪽은 처음이라 두리번거리다가, 맛도 양도 일품인 맛집을 발견했답니다. 가게 이름이 Tokyo 420인데요.(위치는 클릭☞: 도쿄 420)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맛도 일품이고, 무엇보다 푸짐한 양에 감탄했습니다. 장정 여러 명이 먹어도 너끈할 만큼 큰 그릇에 통 큰 양이 담겨 나왔거든요.
주 메뉴가 일본 가정식 우동과 백반이었는데요. 옆 테이블을 보니까 돈까스에 시원한 모밀, 김이 폴폴 나는 로제 까르보나라를 먹고 있어서 따라 시켜봤습니다. ㅎㅎ
짜잔, 돈까스가 나왔답니다. 사진으로 보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일반 돈까스의 2배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같이 간 지인들도 대만족!
로제 까르보나라는 처음엔 맛이 새콤달콤시큼(?)해서 낯설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뭔가 입맛을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는 우동이었습니다. 양이 많아서(그릇이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우동 양이 많아 보이진 않죠? 하지만 둘이 먹어도 남길 만큼 넉넉한 양입니다.) '이걸 언제 다 먹지?' 했는데, 어느새 빈그릇으로 ㅎㅎ
저는 메밀소바가 정말 맛있었어요. 쫄깃한 면발에 착 감기는 감칠맛! 음.... 사진 실력이 부족해서 그닥 맛있게 나온 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이 메뉴 하나만으로 오늘 행복 지수가 up~ 될 만큼 해피한 맛이었답니다.
테이블들이 꽉 차 있어서, 저희는 바에 앉아서 먹었는데요. 잠시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답니다. 알고 보니 이 집이 알려진 맛집이라네요. 우연히 들어갔는데, 오호, 먹을 복이 있었나 봅니다. 원일호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일단 가격대비 푸짐한 양에 메뉴 3개 다 만족스러웠으므로 별표 4개 주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ㅎㅎ
사례 심포지엄에서는 의식의 흐름으로 상담을 진행하시는 김명권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예전에 김명권 선생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하루는 내담자가 선생님을 찾아와서 초면에 이렇게 말하더래요. "선생님은 유명하신 거에 비해 뭔가 첫인상이 그저 그렇네요." 그러자 선생님이 "네. 그렇게 느끼셨군요. 그런데 지금 그 말씀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이 이슈를 가지고 상담을 진행해 보죠." 라고 물꼬를 텄답니다.
알고 보니 그 내담자는 평소에 사람을 만나면 이런 식으로 훅 찌른 다음에 관계를 맺는 대인관계 패턴이 있었다고 해요. 어릴 때 어머니가 그를 버리고 갔기 때문에 "어차피 너도 결국은 날 내치겠지?"라는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버림받을까 봐 상대를 미리 깎아내리고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여자친구나 가까운 지인들한테 사랑받고 싶은 만큼 더 쌀쌀맞게 굴어서 관계가 절연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김명권 선생님 강의를 듣다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슈가 얼마나 표면적인지 새삼 느낍니다. 상담을 받으러 올 때는 "아이가 말썽이어서 왔어요."라고 하지만, 사실 진짜 이슈는 "부부불화"인 경우도 많죠.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맨날 싸우는데, 자기가 말썽을 부리니까 부모가 한 팀이 되어서 자기를 찾으러 다니고, 학교에도 온다는 거죠.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아, 내가 말썽 피우니까 서로 말도 잘 안 하던 우리 엄마 아빠가 친해지네.' 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혹시나 두 분이 헤어져서 자신이 버림받을까 봐, 자신도 모르게 자꾸 말썽을 피운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인간의 마음이란 얇은 페이스츄리 같아서 멀리서 보면 그냥 '빵'이지만 가까이에서 섬세하게 살피면 수 겹의 마음결로 복잡하게 얽혀 있죠. 그 결을 함께 따라가는 과정은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에, 자꾸 귀 기울여 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 속에 어떤 '진짜 이슈'가 있는지 탐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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