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까페 소사이어티 전을 보고 올라오니, 오치균 작가의 <산타페 교외>가 보입니다. 사진에는 어스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저 오묘한 하늘빛은 뭔가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합니다. 모든 게 어둑어둑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품 속 곳곳에서는 빛이 숨어 있죠.
부암동의 여름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뭔가 뭉개진 쑥색 같은 저 여름의 습기 가운데에서도 알 수 없는 희망의 빛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오치균 작가는 생존하는 국내 작가 중에 작품 값이 비싼 작가라죠. 작품 경매에서는 환영받는 화려한 작가이지만, 그는 공황장애로 인해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는 매우 심플한 생활을 한다고 해요.
이 작품은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어서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작품명이 <깊은 산 속 진달래>죠.
어떻게 저런 분홍을 낼 수 있죠? 저 분홍, 황홀하게 아름답지 않나요?
김훈 작가가 그와 인터뷰한 대목이 인상적이네요.
공황장애로 인한 극도의 불안과 공포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 과하지 않게 스며 있는 그의 작품 속 옅은 빛들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데는 이유가 있나 봅니다.
김훈 작가가 말했듯, 그림이나 음악은 언어가 담아내지 못한 결을 전방위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 한 차원 높은 장르처럼 느껴집니다.
오치균 작가 그림 옆에 사임당 전이 한창이었는데, 그닥 끌리지 않아 패스하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서울미술관 3층 내부로 넘어가면 흥선대원군 별서가 나옵니다. 생각보다 널찍해서 산책하기에 좋아요.
여기 오면 잘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하게 되는 나무입니다. 사랑채 서쪽에 위치한 노송인데 유구한 세월동안 이곳과 운명을 함께 온 보호수죠.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면 뭔가 알 수 없는 기운 같은 게 느껴집니다.
석파정(石坡亭)은 조선 철종과 고종 때의 중신(重臣) 김흥근(金興根, 1796∼1870)이 별서(別墅)로 사용한 근대 유적이라고 해요. 기록에 따르면 고종이 즉위하고 대원군의 섭정이 시작된 1863년을 전후해 흥선대원군이 석파정을 소유했네요. 대원군이 난을 치는 등 예술적 활동을 한 곳입니다.
위로 죽 올라가면 코끼리 모양의 바위도 보입니다. 인왕산이 만들어 낸 자연석조물, 너럭바위입니다. 영험한 기운이 있어서 재밌는 전설도 있습니다. 아이가 없던 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득남을 빌어 소원을 이루었고, 아들의 시험 합격을 기원한 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아들이 출세의 길에 들어섰다네요. 그래서 소원바위, 행운 바위로 불린다고요. 저도 소원을 빌어 보았는데, 이뤄질까요? :)
석파정 뒷길로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는데, 살랑살랑 걷기 참 좋아요. 경음악도 흐르고 군데군데 나무벤치도 있어서 앉아서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요. 휴일 치고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요. 서울미술관은 여러 번 왔는데, 다음엔 누구와 또 같이 오게 될까요?
어디선가 특이한 새 소리가 들려서 귀를 기울여 보니까 곤줄박이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네요. 그 모습이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함께 간 지인이 셔터를 누릅니다.
ⓒ쓰리박의 탐조기행
이렇게 생긴 새였는데,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석파정 입구 쪽에는 작은 현대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지하 커피숍 옆에 있는 이 사과 작품은 늘 안 바뀌고 이곳에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도 이렇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왠지 반갑습니다. 마치 대로변 가게의 주인과 업종은 바뀌어도 그 앞 은행나무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휴일에 미술관도 가고 싶고, 그냥 조용한 숲길도 걷고 싶을 때, 서울미술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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