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맛집] 골목마다 맛집 가득한 익선동


어렸을 땐 종로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복잡하고 활기 가득한 8차선 도로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종로가 주는 이미지는 점점 칙칙하고 낡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종로에 영화를 보러 가면 낙후된 건물과 포장마차들만이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낙원상가 뒷골목으로 요즘 재밌는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익선동 맛집들인데요. 익선동 근처에 친구네 회사가 있어서 요즘 익선동에 종종 가게 되는데, 한쪽에는 할아버지들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 마시고 있고, 건너편에는 젊은 친구들이 예쁘게 차려 입고 한옥 처마 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기도 합니다.


지인 말로는 익선동에 다양한 맛집들이 들어서게 계기가 무산된 서울시 도시개발계획 사업 때문이라네요. 익선동이 도시 환경 정비 사업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종로 일대의 문화재 보호와 맞물려 개발 제한 규제가 적용됐대요.  처음에는 개발 무산으로 지역 경제 침체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레스토랑이나 아기자기한 카페와 바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익선동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네요. 



익선동 거리에는 맛집 말고도 아기자기한 편집샵들이 있어서, 눈요기하기도 좋고 간단한 악세사리를 구입하기도 좋습니다. 이렇게 개량 한복을 파는 옷집도 들어서 있네요.






동네가 뜨면 임대료가 뛰기 시작하고...  장사하던 분들은 뛰는 임대료를 감당할 없어 프렌차이즈에게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익선동에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아직까지 익선동 거리는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보다는 덜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맛집은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요 ^^


익선동 이곳저곳에서 먹어 봤는데, 파스타가 유독 맛있는 곳은 '간판없는 가게'였던 것 같습니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명란 파스타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ㅎㅎ 위치는 (클릭☞) 간판없는 가게


엊그제는 친구들을 데리고 (클릭☞)  이태리 총각에 다녀왔는데요. 이곳도 분위기도 맛도 괜찮아서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피자 때문입니다. ^^





이것이 바로 총각 피자인데요, 매콤한 소고기에 토마토 소스, 신선한 야채들과 리코타 치즈를 넣어 돌돌 말아 만든 피자랍니다. 사진을 보니, 감기에 걸려도 군침이 도네요 ㅎㅎ




아건 해산물리조또인데요. 개랑 홍합, 새우가 가득가득 담겨있어요. 밥알도 탱글탱글, 전반적으로 매콤달콤한 맛입니다. 저 게딱지 꾸밈새가 좀 마음에 안 들지만, 후회 없는 메뉴라 다음에 또 시킬 것 같습니다. ㅎㅎ



알리오 올리오는 엔쵸비와 마늘, 그라빠다노 치즈로 맛을  것이 제 입맛에는 잘 맞더라고요. 친구는 간판없는 가게의 알리오 올리오가 더 맛나다고 하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집의 고소한 풍미가 더 좋네요.



요리하는 분들, 서빙하시는 분들 전부 젊은 남성 분들입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이태리 총각일까요? ㅎㅎ



맛나게 먹고 차 한잔 하려고 거리를 돌다가, 발길이 멈춘 곳은 기러기 둥지. 이곳은 이날 처음 가 봤는데요. 



입구에 가득한 와인병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와인을 마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새 발길은 바 안으로 들어서고 있고 ㅎㅎ



벽면을 영사기를 쏘아서 꾸며 놓았던 게 특이하더라고요. 주인장님 말로는 밖에 벽화도 직접 그리신 거라는데... 손재주가 있는 분 같습니다. 


과일맛이 나면서 가볍게 음료처럼 마시기 좋은, 가격대비 괜찮은 와인으로 추천해 달라고 하니까 MALBEC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주인 분이 양익준 감독님을 닮아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는... 감독님이 와인바를 차리셨나? 헷갈릴 만큼 ^^;



안주는 배가 불러서 간단하게 멜론에 하몽이 얹어진 프로슈토를 시켰습니다. ㅎㅎ 



즐겁게 건배를 하고, 와인 시음회에 들어갑니다. 



음.... 솔직히 저는 MALBEC이 맛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 과일향이 난다기보다는 살짝 씁쓰레한 끝맛이 있달까요.



하지만 친구 J양은 이 정도면 저렴한 와인 치고 무게감이 있어 좋다! 라며 활짝 웃습니다. 



그래, 네가 맛있으면 나도 좋아. ㅎㅎ ANNA가 찍어 준 사진. 이때만 해도 며칠 뒤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울지 몰랐는데 ㅠㅠ 좋아라 하는 표정을 보니 좀 바보 같습니다. 



와인을 마시면서도 친구들에게 개발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습니다. ㅎㅎ 싫어하는 기색도 안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랑하는 내 친구들~~ 이번에는 감정 카드를 활용해서 자기 감정에 접촉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짧게 진행했는데요. 


정서 공부를 하면서 제가 여실하게 느끼는 건,,, 우리가 '감정을 갖는 것에는 죄가 없다'라는 겁니다. 분노나 화, 짜증, 창피함, 수줍음도 다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감정이고, 그러한 감정을 충분히 '허용'해 줄 때 인지적인 자각과 행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죠. 


감정 뿐만 아니라 어떤 욕구(그것이 파괴적인 욕구일지라도)를 느낄 때도 그것을 갖는 데는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무의식은 나름으로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다만 충분히 그러한 욕구를 허용하되, 현실적인 선택에는 책임을 져야겠죠. 


책임, 하니까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결정을 잘 못하는 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라던데... 요즘 에이냐, 비냐, 라는 갈림길에 설 때마다... 일단 선택했으면 책임 지고 나가 보자... 라고 마음 먹으니 조금 덜 흔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주인장이 혁오를 좋아하는지 바에서 자주 혁오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너네 이 곡 알아? 공드리라는 곡인데... 어쩜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지? 이번에 얘네 콘서트 하는데 갈래?" 하고 물으니 반응이 시원치 않습니다. ㅎㅎ 혁오의 매력을 모르니 마음이 좀 슬퍼집니다. 뭐 혼자라도 누나가 콘서트 갈게. 십오일 날 만나아... 



공드리를 흥얼거리면서 기러기 둥지를 빠져나옵니다. ㅎㅎ

 

주인장도 친절하고, 가볍게 한 잔하기 좋은 분위기라...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이곳에서 와인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위치는 (클릭☞) 기러기 둥지 

무엇보다 조명에 비친 상대편 얼굴이 전설의 고향 버전(ㅎㅎ 선홍빛)으로 보여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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