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가 불쑥 떠오를 때가 있는데요. 그러면 떠올랐던 사람이 우연찮게 연락해 올 때가 있습니다. 지난 번, 블로그에 L 선생님 이야기를 썼더니 다음 날에 "잘 지내냐?"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동시성의 원리일까요? ㅎㅎ
더 신기한 건... 며칠 전에 친구 N을 만나러 가는데... 갑자기 벽돌색 니트 조끼가 떠올랐습니다. 입어본 적도 없고, 주변에 누가 입은 걸 본 적 없는 벽돌색 니트 조끼가... 불쑥 왜 떠오를까?! 했는데...
N을 보고 소름이..... 이날 신기해서 다짜고짜 사진을 찍었더니 N이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가리네요. ㅎㅎ 요새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긴 걸까요? ㅎㅎ
아무튼 서로의 에너지는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그러니 더욱...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잘 빗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흐르는 에너지는 누군가에게 가닿을 테니까...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다시 돌아올 테니까...
N을 만나던 날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요. 달콤한 타르트가 먹고 싶어서 (클릭☞) 카페 레드빅으로 갔습니다.
초코바나나 타르트를 주문했는데요. 홍차랑 마시고 싶어서 보니까 메뉴에 없었습니다. "홍차가 없네요."라고 하니까 까페 사장님이 "저희 가게 메뉴엔 없지만, 맛 좋은 홍차가 있어요. 드릴까요?"라고 해서 메뉴에 없는 홍차를 주문했습니다.
별 생각없이 한 모금 들이켰는데, 부드럽고 떫지 않은 맛이 입안에 착 감겼습니다. 끝맛도 산뜻하니 개운했고요.
아, 이거 뭔데 이렇게 맛있지? 하고 보니까, 스미스 티라고 쓰여 있습니다. 차에 일가견이 있는 N 말에 의하면 스미스티는 미국 포틀랜드 주에서 소량 생산하는 차 브랜드라고 하네요. 제가 마신 홍차는 로드 버가모트 얼그레이더라고요.
일본 여행을 다녀온 N이 이것저것 잔뜩 사왔습니다. 다양한 차 종류를 사 왔는데요.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와 마시는 따스한 차 한잔, 고소하고 부드러운 타르트 한 조각. 이런 소소한 행복이 또 일상의 윤기를 만들죠.
여행을 하면서 N이 틈틈이 읽었다던 《설국》. 문장이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이 책을 등불처럼 들고 다녔다네요. "다 읽었으니까... 선물! 여기 내가 머물렀던 곳의 바람이 묻어 있다."라며 내밉니다. ㅎㅎ
"고마워. 근데 왜 이렇게 선물이 많아? 이거 다 가져가란 말이야?"라고 좋아하니, N이 씩 웃으며 말합니다. "응. 다 가져가. 난 네가 왠지... 여자 강동원 같아서 좋다." "여자 강동원은 또 뭐야?"라고 물으니, 강동원이 워커홀릭인데, 유일한 취미가 맛집 탐방이라네요.--; 아직도 강동원을 좋아하는 귀여운 N... ㅎㅎ
N과 헤어진 뒤에 이만희 샘 댁이 있는 옥수동으로 넘어갔습니다. 선생님이 "옥수동에 진짜 맛있는 피자집이 있는데, 갈래?"라고 해서 따라나선 집. 내부에 몇 좌석이 없어서... 밖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른 데 갈까요?"라고 두 번이나 물었지만... 당신이 "진짜 맛있어."라고 해서 꽤 오래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착석했는데요.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모짜만큼 맛나겠어?" (성북동 모짜;MOZZA, 그리고 계동 피자는 정말 맛나죠. 다음에 포스팅해 봐야겠네요 ㅎㅎ)라는 마음으로 마르게리타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도우가 진짜 쫄깃하고 고소해서 찰떡 같았습니다. 새콤한 토마토 소스 위에 풍미 짙은 치즈까지 굿.., 이미 먹어버렸지만, 이건 찍어야 해! 라는 맘으로 후다닥 찍었는데... ㅎㅎ 이미 먹어버려서 사진이 참 별로네요. ㅎㅎ
자. 비프리조또가 나왔습니다.(음. 이것도 사진이 잘렸군요. ㅎㅎ) 이 집, 피자도 맛났지만 비프리조또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버섯이랑 큼직하게 섞여 있는 등심이 고소하게 입맛을 돋웠는데요. 트러플 오일을 써서 맛이 독특하더라고요. 녹진하니 고소한 리조또, 다시 먹고 싶어지네요. 옥수동에 갈 일이 있으면 들려보세요. 줄 서서 기다릴만 하더라고요 ㅎㅎ (클릭☞) 더코너키친
편집기획자인 L 선배도 함께 했는데요, 우와.... 셰익스피어 전집이라네요. 이 두꺼운 책 안에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이 들어가 있답니다. 가격을 보니 10만원이 넘어가네요.
책을 천천히 넘기는 선생님에게 "선생님은 왜 살아요?"라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니 호쾌하게 답하십니다. "난 말이야. 그냥 경험하려고 산다. 삶의 많은 순간들에 대해서 더 온전하게, 방어없이,,, 충만하게,,, 경험하려고.... 너 요즘도 삶의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냐?"라며 껄껄 웃습니다. 역시 정곡을 찌르십니다. ㅎㅎ
내년 중국에서 개봉될 SF물을 쓰고 계시는 샘... 정말 샘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요 근래에 개발한 심상재각본 프로그램을 선생님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어머, 이거 재밌는데?"라며 호쾌하게 응하는 눈빛. ㅎㅎ 이 프로그램은 지인들에게 다 돌려봤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지만, 글로는 한계가 있네요. 내년에 유튜브 라이브로 한번 돌려볼까요? =)
언제나 필자 발굴에 여념이 없는 편집기획자 L 언니... 누구보다 글을 잘 쓰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도끼랑 단행본 작업 중이라고.. 난 언니가 그냥 자기 글을 썼으면 좋겠다. (언니에게 이 블로그 하는 걸 들켰으니 이렇게 에둘러 표현해 봅니다 ㅎㅎ)
이렇게 11월의 어느 날 밤이 저물어 갑니다. ㅎㅎ 그래요, 사는 게 뭐 별건가요? 이만희 샘 말씀처럼 고통이 오면 고통을 경험하고,,, 기쁨이 오면 기쁨을 느끼고, 슬픔이 오면 슬픔에 적셔지고, 행복이 오면 또 바보처럼 행복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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