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ireugo
(클릭☞) 1편에 이어서 (클릭☞)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남자는 해결되지 못한 과제에 사로잡혀 있다가 치즈 케이크를 먹는 순간, 미각(달콤함)을 통해 지금, 여기를 알아차립니다. 그제야 비로소 포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이 보이고, 접시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상대편이 바로 앞에 앉아 있어도 안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처럼 몸의 감각(시각, 미각, 청각, 촉각 등)을 알아차리면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데 꽤 유용합니다. 저는 자료를 찾다가 엉뚱하게 인터넷을 배회할 때면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청각) ‘어떤 냄새가 나지?’(후각) 차를 한잔 들이키며 ‘맛이 좀 쓰네.’..
오늘은 (클릭☞) 치즈 케이크 먹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게요. 남자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해소되지 않은 ‘기억’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기억을 ‘미해결 과제’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미해결 과제가 있으면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가족과 싸우고 출근하면 그것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죠. 집중하려고 해도 미해결 과제는 계속 머릿속에 남아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남자 역시 미해결 과제를 보따리처럼 꽉 안고 무언의 압박감을 받고 있습니다. 손에 포크를 쥐고 있어도, ‘손가락만’ 포크를 쥐고 있을 뿐, 머릿속은 어디 먼 데를 항해 중이죠.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도 미해결 과제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
그는 지난 기억을 안고 있다보따리처럼 그를 잡고 있는 것은잡혔을 때조차 안 잡히는 것들 해결되지 못한 채 초라하게 식어버리고 마는자세를 취하는 무엇 나아갈수록 밀리는 압박 붕대 같은 세계 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비겁해지는 기분 지금 여기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충분할 수 없는 지불받는 것은 피로한 얼굴과 알 수 없는 미래삼키지 못할 이야기들 포크를 잡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포크를 잡고 있을 뿐 어디 먼 데 항해 중인 그가 치즈 케이크를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을 때혓바닥 위로 감기는 돌올함 지금, 여기 손가락포크 접시 햇빛눈을 뜬 채 눈을 뜨는 흥미 있는 영화 100선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오늘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 (클릭☞) 에 등장하는 아이 이야기를 해볼게요. 낙타는 묵묵히 순응한다면, 사자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원합니다. 주도권을 원하는 만큼 내 뜻대로 일이 풀려야 한다는 통제력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자는 ‘이시적 상호의존성’에 대해서 간과합니다. 이시적 상호의존성이란 모든 것들이 상호의존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상대의 미세한 변화로 사건의 출현이 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 미세 원인은 의지의 영향력을 벗어나 발생하죠. 즉 이시적 상호의존성이란, 내가 왼쪽으로 가겠다고 마음먹고(자유의지를 갖고) 왼쪽으로 가더라도 어느 날은 왼쪽 길이 공사 중이어서 오른쪽 길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의지는 우리가 다른 미세원인들로부터 ..
오늘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 에 등장하는 (클릭☞) 사자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 사자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갖고 활동합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앞에서는 “아니요!”라고 부정하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한다!”라며 당당하게 앞발을 구르며 달려나갑니다. 사자의 씩씩한 활동성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꽤 효과적입니다. Kennon M. Sheldon과 Sonja Lyubomirsky가 2006년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사를 하거나 룸메이트를 바꾸는 등 자신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킨 사람들보다 새로운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처럼 자신의 활동을 개선시킨 사람들의 행복이 더 오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즉 좋은 집으로 이사하면 좀 행복하다가 말지만, 의미 있고 신 나는..
오늘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 에 등장하는 (클릭☞) 사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낙타는 무거운 짐을 가득 지고 터벅터벅 순응하며 걷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나지요. 사자로의 도약입니다. 사자가 된 낙타는 자유를 쟁취하여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대한 용에게 사자의 정신은 이에 맞서 “나는 하고자 한다.”라고 말합니다. 사자는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라는 용의 요구를 거부하죠. 사자의 정신은 절대권위의 명령에 대해 신성한 부정으로 답합니다. 사자의 정신이 보여주는 용기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진취적인 힘에 있습니다. “나는 하고자 한다.”라는 것은 스스로를..
1. 두려움 vs 흥분 첫 취재를 할 때 한 선배 기자가 제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만약에 까다로운 인터뷰이를 만나서 두려울 땐 두려워하기보다는 ‘아, 지금 나는 흥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실제로 이 조언은 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긴장되거나 두려울 때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아무리 말해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는데요, 차라리 “그래, 나 흥분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자 두려움이 덜해졌습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알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 교수는 불안은 부정적 감정이고, 흥분은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우리 신체는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해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즉 두려움이나 흥분을 느낄 때의 생리적 반응은 놀랄 만큼 유사하기 때문에 불안을 ..
오늘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1부, 에 등장하는 (클릭☞) 낙타와 사자,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니체는 정신의 변화 첫 단계로 낙타를 등장시킵니다. 낙타에게는 참고 견뎌내야 할 무거움 짐이 많습니다. 낙타는 유순하며 순종적인 동물이죠. 낙타가 짐을 기꺼이 지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낙타에게는 자유가 없죠. 궤도를 이탈할 용기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궤도를 벗어나 헤매는 삶에 대한 공포에 직면하느니 두려움 속에서 묵묵히 무거운 짐을 질뿐입니다. 누구나 내면에는 낙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낙타가 가진 두려움과 불안은 선택을 제한하죠. 만날 수 있는 사람, 도전할 수 있는 일, 떠날 수 있는 여행,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의 폭이 좁아지게 하니까요. 무엇보다 낙타는..
니체의 정신 변화 3단계(낙타, 사자, 아이에 대하여) 나 너희에게 정신의 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아이가 되는가를.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에게는 무거운 짐이 허다하다. 정신의 강인함은 무거운 짐을, 더없이 무거운 짐을 요구한다. 무엇이 무겁단 말인가?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짐이 가득 실리기를 바란다. 너희 영웅들이여, 내가 그것을 등에 짐으로써 나의 강인함에 기쁨을 느끼게 될 저 더없이 무거운 것, 그것은 무엇이지? 짐을 무던히도 지는 정신은 묻는다. 그것은 자신의 오만함에 상처를 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닌가? 자신의 지혜를 비웃어줄 생각..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소년과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릴 적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소년에게서 벗어나지 못함을 느낍니다. 그때보다 더 많은 걸 보고 듣지만 그것은 표면적에 지나지 않는 피상적인 세계처럼 느끼지요. 때로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시늉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그의 진짜 그림은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조금씩 사라지지요. 이 사라짐의 서글픔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누구나 자신만의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본능적인 힘에 가까운데요. 하지만 아동기 이후에는 겹핍동기에 얽매여 우리의 가능성은 흩어지기 시작하죠. 결핍동기는 이를테면 배고픔, 추위, 불안 등을 벗어나기 위해 음식이라든가 안전, 타인의 ..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남자는 어릴 적,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자신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듣고 보아왔지만, 그러한 세계는 소년 시절의 식탁보다 가벼웠고, 그를 제대로 지탱해 주지 못했다. 때로 남자는 그 위에서 시늉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도화지는 조금씩 얇아졌다. 그의 도화지는 자신이 아는 곳에, 그가 아는 방식으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낮이 되면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사라졌다.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 세계를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는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던 그 소년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가 매일 그곳에 조금씩 버려두고 왔던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저작물에 ..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지만 내적 균열감을 못 견뎌합니다. 못 견뎌하는 만큼 그 세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기우뚱거립니다. 여자는 다만 넘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최소한으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그녀도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죠. 그 안다는 느낌마저 벗어던지기 위해 여자는 양쪽 귀를 막습니다. 아침이 올 때까지……. 우리가 태도를 바꿔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클릭 ☞) 제가 용서 기도를 통해 감동받았던 이 친구의 연금술처럼요. 하지만 여자는 그러한 간극을 못 견뎌할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균열을 직면하게 될 때 이러한 간극을 피하기 위해 ..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그의 말들이 지울 수 없는 소란처럼 느껴질 때마다 이렇게 되뇌죠. 마치 주문처럼. “그래, 우린 말이 안 통하지만 서로 좋아할 수 있는 관계야. 관계라는 건 마음먹기 나름이거든.” 혹시 인지부조화란 말 들어보셨나요? 예를 들어 ‘단순 반복적인 일은 나랑 정말 안 맞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평소의 인지(가치관)과 잘 맞지 않겠죠? 그래서 인지와 실제 간에 부조화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 격차만큼 괴로워지지요. 그래서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래, 단순 반복적인 일처럼 보여도, 이 일을 통해 배울..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가 모르는-어쩌면 알아서는 안 될, 알 필요조차 없는, 아는 만큼 두려운- 말을 합니다. 여자는 그의 말 밖에서 시끄럽게 견디느니, 차라리 그 말 속에 들어가 그의 말을 지우기로 하죠. 과연 여자의 말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이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타인의 시끄러움(비난)을 못 견뎌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타인의 말 속에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자기 비난의 목소리이죠. 그런데 그 목소리도 가만히 해부해 보면 결국은 원가족, 즉 부모님이나 성장하던 시기에 권위자로부터(나보다 더 강한 이로부터) 들었던 비난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외모도 세련..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남자는 여자의 집 안 면적을 다 차지합니다. 여자는 남자의 면적 일부가 되고 마는데요. 차라리 여자는 그 편이 나으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여자가 아는 만큼 두려운 말을 합니다. 우리는 왜 아는 만큼 두려워지는 걸까요? 알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어쩌면 알고 있다는 건, 그 이상은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상대를 볼 때(한 인물을 대면하게 될 때) 자기만의 인식 카메라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한번 그렇게 찰칵, 하고 그를 찍어 두면 변하기가 쉽지 않죠. 찍어 둔 그 사진 속 윤곽은 너무나 단호하고 조금의 틈도 없기 때문에 수정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가 혼란스러워하자, 남자는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안 괜찮아질 것 같은 불안함(감정)을 느낍니다. 우리가 사고나 판단을 하기 전에 정서로(느낌으로) 먼저 오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죠? (클릭☞) [무의식적 되풀이] 여자는 불안함을 느낄 때마다 남자를 문 밖으로 밀어내고 싶지만 그럴수록 남자는 자신의 면적을 소리 없이 넓히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무의식 속으로 면적을 넓혀 스며들기 시작하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면 무의식 속으로 그때의 경험이 스며들게 되죠. 하루는 선배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과거에 겪었던 A와 B라는 사람이 전혀 다른..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찾아옵니다. 여자는 남자를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에 문을 열어 줍니다. 돈 비슷한 돈, 명예 비슷한 명예, 호기로운 활달함. 남자가 지닌 친숙함은 세상의 친숙함과 알맞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죠. 돈이면 돈이지, 왜 돈 ‘비슷한’ 돈이었을까요? 돈만큼 구체적인 단위이면서도 맞닥뜨리는 이에 따라 수천 갈래로 불어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예전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을 맡아서 자수성가한 분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엄청난 부자였는데도, 돈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서랍으로 친다면 누구보다 큰 서랍을 갖고 있고, 그 서랍을 채울 줄 ..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지만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죠.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어요.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 상황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혹은 익숙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려 들 때도 있죠.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걷습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 친숙함의 베일 너머 낯선..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어떤 관계가 떠오르세요? 아무래도 이런 모순적인 긴장을 동반하는 관계라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텐데요.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안 만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우리에게 밀접한 관계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우리에겐 가장 아프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관계의 속성이 마냥 좋기만 하고, 싫기만 하던가요? 그런 단선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요.‘관계의 불편한 실밥’ 같은 게 삐죽 나와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 떨어지고 싶은데, 그게 안..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안 통해서 증오하게 되는, 증오할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떨어지고 싶어 더 꽉 붙들기.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탈출하기. 여자는 이런 세계가 어지러웠다. 이런 간극이 있는 세계는 결코 왕래할 수 없는 두 개의 마을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였다.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걸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