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그것에 얼마만큼 시간을 들였을까?


내담자 분들을 만나면 “난 그건 못하니까.” “내 능력 밖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일정한 선을 긋고, 그 선 밖의 일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요즘 박사 수업을 한 과목 듣고 있는데, 교재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문장이 이런 식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기저선을 조사하기 위해 일반적인 혼합분석모델을 시행하여 평가 동안 반복된 측정과 이용 가능한 자료를 사용했을 때의 공분산에 의해 삶의 질의 평균의 형태가 시간에 따라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완전 만연체죠?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보니까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하신 교수님이 썼습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문장을 보면 읽기가 싫어집니다. 더불어 열등감이 올라옵니다. 옆에 앉은 박사 선생님은 척척 잘 읽어나가니까요. 


“샘은 한눈에 문장이 들어와요?” 라고 물으니 “내가 샘보다 좀 더 공부를 오래 했잖아. 그러니까 용어가 익숙해서 더 잘 읽는 것 뿐이야.”라고 웃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형 로펌을 이긴 짜장면 배달원 이야기를 해 줬는데요. 이 분이 변호사도 없이 보험사의 로펌을 이기고 승소했다는 이야기인데...  (클릭☞) 중국집 배달원 대형 로펌 이겼다.


이 분이 너무 억울해서 생계를 작파하고 24시간 잠도 안 자면서 법률 공부를 했답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준비해서 승소했는데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박사 샘이 말하길 “뭐든지 시간을 들여서 하면 못할 일이 없다.”라는 겁니다. 


그때는 “그렇죠...” 하고 넘겼는데요. 스캇펙 박사(Morgan Scott Peck)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 가져와 봅니다. :)



서른일곱 살에 이르러서야 나는 겨우 물건 수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전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배관 수리, 장난감 고치는 일, 상자에 담겨 오는 가구들에 대해 그 설명서만 믿고 맞추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나중에는 혼란스러워하면서 끝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포기하곤 했었다. 


나는 수리하는 데는 전혀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 유전자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어떤 자연 법칙에 따라 저주를 받든가 해서 내게는 선천적으로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특질이 유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일곱 살이 끝나 가던 무렵, 어느 봄날의 일이다. 일요일에 산책을 하다가 이웃집에서 풀 깎는 기계를 수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이웃과 인사를 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나는 그런 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그런데 이웃 친구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퉁명스럽게 쏘아 붙이는 것이었다.


“시간을 들여 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뭐.”


마치 도사처럼, 단순하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정확하게 말하는 그의 대답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산보를 계속했다.


‘그 사람 말이 맞지, 그렇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그 일이 계속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조그만 수리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자꾸 되살아났다.


어느 날 한 환자가 진료를 받고 가려는데 자동차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잠깐 만져 주면 곧 자동차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정작 그게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얼마 전 이웃 친구의 말이 생각나 나는 차 앞 자리의 바닥에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어떻게 된 것인가 살펴보았다. 몇 분간 들여다보았다. 먼저 줄과 튜브와 연결 막대가 서로 엉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도무지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기계 장치를 눈여겨보니, 곧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기에 조그만 걸쇠가 있었는데 그것이 브레이크가 풀리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분명했다. 이 걸쇠를 위로 올리면 쉽게 움직여서 브레이크를 풀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 보았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문제는 해결되었다. 


실제로 나는 기계 수리를 할 만한 지식도 없었고 그걸 배울 시간도 없었다. 사실 나는 내 시간을 기계 만지는 일이 아닌 다른 일에 투자해 왔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가까운 수리공에게 뛰어가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된 것은 단순히 내 선택의 결과일 뿐, 내가 벌을 받아서라든지, 유전자에 결함이 있어서라든지 또는 처음부터 무능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을 들여서 해 볼 용의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 


기계 고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수리공으로서 역량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인생에서 필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들여 해 보라는 이웃집 친구의 충고를 듣기 전이었다면, 아마 나는 내 환자의 자동차 계기판 밑에 내 머리를 어색하게 들이대고 무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여러 개의 줄을 대충 잡아당겨 보고는 쉽게 손들어 버렸을 것이다. “이건 도저히 내가 할 수 없어.”하고 고개를 내저으며 말이다. 


무슨 일이든 문제는 시간에 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버리려고 한다. 문제를 분석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불안감을 견뎌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하기 전에 체념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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