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읽어주기]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10)

저번에 우리 내면은 (클릭양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내 안의 양극성을 자각하고, 억압된 지점에 물꼬를 틔우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해요.

 

제가 유독 마음이 가는 분들이 있는데요. 바로 자기 분노감을 적절하게 표현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경우, 참고 참다가 번아웃 되어 막판에 확 뒤집어 놓고 퇴사해 버리거나, 수동공격(passive aggressiveness ; 겉으로는 티를 안 내면서, 일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잦은 실수를 유발하는 등, 자기 나름의 에둘러 가는 공격법을 쓰지만, 사실 이런 케이스는 본인 커리어에도 안 좋고, 구성원 전체에도 비협조적 분위기를 조성하거든요)을 구사합니다.

 

 

융을 비롯해 코헛(Heinz Kohut)이란 정신분석가가 말하길, 우리가 자신의 한쪽 측면을 억압하거나 소외시키는 것은 성장과정에서 환경이 그러한 부정적 면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데요.

 

예를 들어 분노감을 표현했을 때 부모로부터 꾸중만 들었다면, “아, 내가 부정적 감정을 내보이는 건 나쁜 거구나.” 하고 억압하고 소외시켜 버립니다.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는 신체적 면역력이 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오래 연구했는데, 비결이 바로 좋은 인간관계였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좋은 관계는 사회적 성취의 한 요소로서도 중요한 매개가 되었는데, 이때 관계에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상대에 대한 반응성’이었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상대는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 준다는 것에 기뻐합니다. 그래서 함께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서로 잘 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말이죠. 이러한 ‘상대에 대한 반응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코헛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데

 

 

(1) 환경이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잘 수용했는가?

 

(예를 들어 “엄마, 아빠. 나 힘들어. 무서워. 두려워.”라고 했을 때 “니가 잘못 했네. 뭐가 힘들어? 그게 뭐가 무서워? 두려워? 참아. 왜 그래? 엄마도 힘들어. 아빠 좀 쉬자.” 이렇게 마치 우산으로 빗방울을 튕겨 내듯이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차단해 버리면, ‘그래. 부정적 이야기는 이제 하지 말자. 말해서 좋을 게 없지.’ 하고 입을 닫아 버립니다.

 

 

(2) 환경이 아이의 긍정적 감정을 함께 기뻐하고 반영해 주었는가?

 

(예를 들어, “오늘 학교에서 1등 했어.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어.”라고 했을 때 “자만하면 안 돼. 담에도 잘해야 선생님이 실망 안 하지.” 등 그 기쁜 마음에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한다면 “아, 내가 자랑하는 게 좋은 게 아니구나.” 하고 좋은 일이 생겨도 억압해 버립니다.)

 

그래서 코헛이 자존감이 낮고 쉽게 상처 받는 이들을 놓고 연구해 봤더니 어릴 때 자기 마음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부모가 부재했단 거죠. “화났어? 무슨 일 있었어?” “아, 잘했네. 축하해.” 이렇게 반응해 주는 환경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설사 그런 열린 반응성이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해도 어른이 되면 이렇게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직장은 이해관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내가 처리해야 할 일 외에 감정을 드러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배우자나 연인, 친구에게 내 마음을 토로해 보지만 상대가 심리적으로 유연한 상태라면 그 마음을 읽어주지만, 상대도 많이 지쳐 있다면 “좀 그만해.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 해.”라고 밀어내든지 아니면 제대로 듣지 않는다든지, 도리어 자신의 이야기로 화제 전환을 하는 경우가 흔하죠.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상대 이야기를 듣기 힘들어 하는 건 “내가 해결해 줘야겠다.”라는 어떤 부담감이 무의식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라오는 생각, 감정 등은 해결책을 떠나서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만 해도 사라지는 속성이 있거든요.

 

제가 예전에 영업왕들 인터뷰했을 때 성격은 제각각이었지만, 백트랙(backtrack)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걸 느꼈는데요. 백트랙이란 상대의 말을 따라해 가면서 흐름을 맞추는 화법입니다. 백트랙 역시 그래요. 특별히 상대에게 뭘 해결책을 주거나,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냥 상대의 지금 감정과 생각을 읽어주는 겁니다.

 

고객 : “계약서를 보면 뭐가 너무 많아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영업사원 : “자 보세요. 이건 이렇고 저렇고...” 일단 고객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기 위주로 설명부터 합니다.

 

고객 : “계약서를 보면 뭐가 너무 많아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영업왕은 “네, 약관이 복잡하죠. 그래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실 거예요.” 이렇게 백트랙으로 먼저 상대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고객이 모르는 부분 위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 마음을 잘 읽어주려면, 평소 내 마음을 잘 읽어야 하거든요.

 

 

내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사실 울고 싶은데, 화를 낸다든지

 

괴로운데 웃으면서 안 그런 체한다든지

 

그러니까 2차 감정과 1차 감정 구분을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1차 감정이란 어떤 것에 대한 본질적 감정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을 때 올라오는 감정이 ‘서운함’이라면, 2차 감정은 그 ‘서운함’을 느끼는 게 싫어서 억압하는 과정에서 올라오는 표면적 감정입니다. 괜히 화를 낸다든지, 신경질을 부린다든지요.

 

그런데 1차 감정을 잘 읽으면 “아, 내가 인정받지 못해서 서운했구나.”라고 알아차리게 되고, 상대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섭섭하네요.”라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힘도 생깁니다.

 

숨기고 있던 자신의 1차 감정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상대 역시 표면적인 2차 감정에 대해서는 “왜 저래?”라고 생각하지만, 상대의 본질적인 1차 감정에 대해서는 “아, 섭섭했구나. 내가 좀 심했나?”라는 자각의 계기가 됩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내 안의 양극성을 통합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시작도 못했네요. 아무튼 말이죠.

 

내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 일기를 써라.

일기는 자신의 내부대화를 들을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거든요.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지만, 성취가 높은 분들일수록 일기를 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만약 일기 쓰기가 귀찮다면 일하는 틈틈이 화면 귀퉁이에 메모장을 옆에 켜 두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 보는 겁니다. 이때 올라오는 생각,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그냥 쓰는 겁니다. 

 

2. 거울을 보고 말해라.

이건 한 인터뷰이가 알려준 방법이기도 한데, 그 분이 유학생활 하면서 말이 잘 안 통하니까 거울을 보면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극복했다고 해요. 실제로 거울을 보며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 뇌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활성화되어 마치 좋은 상담자를 만난 것처럼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을 털어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일기를 쓰거나 거울을 통해 내 마음을 표현할 때

 

1. 일단 있는 그대로 다 수용해 줍니다.

 

내부에서 생각, 감정이 막 올라올 때, “그래, 네 말이 맞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니?”라고 공감해 주면 에고(ego) 입장에서는 움찔합니다. ‘아니, 우리 주인님이 웬일이지?’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온전히 수용받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나 자신에게도 “그래, 네 말이 맞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니?"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2. 숨겨진 반대 방향의 욕구도 읽어주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니까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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