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볼 때가 있는데요. 이 분들이 대단한 성공을 했다거나,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고 타인에 대한 심리적 수용력이 크고, 어려운 일을 겪어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너질 수 있는 일도 탄력적으로 잘 해결하고요.
이렇게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보면 양육환경에서 정서적 안정성을 갖고 자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천성인가? 등 여러 요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이런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이들을 연구한 논문과 사례도 많습니다. 이런 사례들, 그리고 제가 인터뷰했거나, 주위에서 보거나, 임상적으로 경험한 경우를 보자면,,,
우리가 보통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갖거나, 내 보기에 좀 이상하거나(부적응적이거나), 감정적 촉발을 일으키는(나를 화나게 한다거나, 슬프게 한다거나) 사람이나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해하지 못해 분노하거나 내적으로 휘말려 힘들어하는데요.
1. 그럴 수 있다는 태도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러한 타자나 상황에 대해 ‘그럴 수 있다.’라는 수용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 경계(I-boundary)’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나 현상을 볼 때, '나 경계'의 범주 안에서는(나라고 동일시해 온 부분에 대해서는) 허용적이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게 되어 그것을 차단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 경계(I-boundary)’ 밖의 것들이 많아지면 자아상이 편협해져 운신의 폭이 떨어지고, 그 좁은 경계 안에서 분별하다 보니 삶의 질이 하락한다는 거죠.
사티어나 융은 통합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데요. 결국 우리들은 ‘부분들의 잔치’ 속에 놓여 있다는 거죠. 음,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제거하고자 하는 ‘나 경계(I-boundary)’ 밖의 것들 있죠. 그것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억압한 욕구, 감정, 행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비난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응당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겠죠.
그런데 ‘나 경계(I-boundary)’ 밖의 것들, 이를테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 저 사람은 아부를 하다니! 나는 소박하게 우리 아이 교육을 시키는데, 저 엄마는 저런 럭셔리한 교육을 시키다니! 나는 정석대로 했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하다니! 등, 나는 안 그러는데, 저 인간은 저러다니! 견딜 수 없다! 라는 마음이 들어 불편한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러한 지점들을 살펴보면
(1) 나는 잘 참았는데, 너는 버젓하게 드러내 놓고 있는 부분.
(2) 과거에 그러한 트라우마를 경험해서 그때의 부정적 감정이 촉발된 경우
(3) 나도 그런 욕망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억압한 부분
(4)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싫어하는 나의 부분
그래서 정신분석이나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러한 억압된 부분들과 접촉하게 해서 ‘나 경계(I-boundary)’를 확장시켜 주는데요.
‘나 경계’가 넓어질수록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활동영역도 넓어집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대해서도 좀 더 허용적으로 변화하게 되구요. 스스로에게 허용적인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되고,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 용기도 커집니다. 그래서 삶의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의 슬픔과 고통, 축축함에 대해서도 열려 있게 되고요.
이거 아니면 안 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라는 이분법적인 분별에서 벗어나, 그러한 혼란스러움에 몸을 내맡기고서 새로운 자각이 들 때까지 한동안 그 상태에 머물러 볼 줄 아는 수용력도 생긴다는 거죠.
왜 나는 저러한 사람을 못 견뎌하는 것일까? 왜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 경계’의 지점들을 한번 성찰해 보면 좋겠어요.
암튼 말이죠.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내적 태도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에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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