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보] 의료실비, 보험 들기 전에 꺼려지는 이유


며칠 전에 후배가 “저 의료실비 하나 들려고 하는데, 혹시 아는 설계사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세요.”라고 하는데 문득 보험에 처음 가입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때는 바야흐로 2003년. 의료실비가 약간은 대중화되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당시 아이러브스쿨인가? 동창 찾기 사이트를 통해 그 친구가 제게 연락을 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제 짝궁이었는데, 꽤 친하게 지냈지요. 어렸을 때 전 바닷가 근처에 살았는데요. 그 친구와 같이 방조제 위를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무척 보고 싶어했던 친구였기에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죠. 


그렇게 몇 번 만났는데, 하루는 이 친구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당시 한여름이었는데 남자친구는 긴 팔 양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보다 여덟 살인가 많았는데, 당시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제게 단 한 번도 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학보사에 보험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게 됐는데 “아, 나도 의료실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나?”라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실비 가입을 했습니다.


그 분은 엄청 두꺼운 보험약관을 들고 와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도통 무슨 말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제 나름으로 정리하기론 ‘그러니까 의료실비에 가입하면 입원 시에는 1년에 5천만 원까지 본인 부담금 중 90%를 다시 받을 수 있고, 통원할 경우에는 하루 25만 원 한도 내에서 의원은 1만원, 병원은 1만 5천원, 종합병원은 2만원의 본인 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해 준다는 것이구나. 약값은 8천원이 넘어가는 금액에 대해선 되돌려 받을 수 있고.’ 정도로 정리하곤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


보험료는 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갔고, 이후 특별히 병원에 간 적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뒤 하루는 선배 기자가 “실비 보험 든 것 있어?”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죠. “그래? 나 실비 가입하려고 하는데, 견적 잘 받았어?”라고 묻길래 “네, 잘은 모르겠지만 지인이라 잘 해 준 것 같은데요.”라며 견적서를 보여 줬습니다. 


선배는 쓱 보더니, “그런데 있잖아. 남성 비뇨기계 질환 수술 항목은 왜 들어간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진단비에 남성특정비뇨기계질환 수술비, 라는 항목이 떡 하니 있더라고요. “앗, 그러게요. 이게 왜 있죠?”라고 제가 당황해하자 자기가 가입한 보험 까페에 한번 이 견적을 올려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견적서를 보험 까페에 올려 보았습니다. 그러자 댓글이 주르륵 달렸는데요. ㅎㅎ 댓글들을 정리하자면, “좋은 보험이란 사망보장을 최소화해 보험료 낭비가 적은 보험을 말합니다. 그런데 님이 가입한 보험은 사망 보장이 너무 많이 구성되어있고 불필요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암수술비, 항암방사선 약물치료비는 삭제하시고 뇌질환, 심장 질환에 대한 진단비를 올리셔야 합니다.” “여성이신데 엉뚱한 특약이 들어갔네요. 당장 삭제하세요. 좀 더 중요한 특약에 비중을 높이고 불필요한 부분에서 보험료를 낮추어야 합니다.” 등등.... 주르륵 달린 댓글들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한마디로 호갱님이었던 겁니다. ㅠㅠ ‘깨알 같은 보험 약관이랑 견적을 언제 다 읽어 보지?’ ‘뭐 지인이니까 잘 해주겠지...’ 이런 마음으로 대충 가입한 게 화근이었던 거죠.


마음 같아서는 그 설계사를 찾아가 도대체 왜 이런 견적을 준 건지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친구와 헤어진지 오래되었고 연락할 방도도 없을뿐더러 나중에 듣기론 보험일을 접고 고향에서 청과물 가게를 한다고 하더군요.-_-;


저는 들고 있던 보험을 해약하고, 좀 더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넣은 실비를 가입하기 위해 보험 비교 사이트에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교 사이트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게다가 보험료가 어찌나 각양각색인지 몇 만원부터 몇 십 만원까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보험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한 것은 의료실비는 다음의 요건을 일단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 의무사망이 작은 화재보험사로

2. 실비를 제외한 나머지 특약은 비갱신형으로

3. 암 보장범위가 넓은 상품으로

4. 뇌혈관, 허혈성심장질환, 질병후유장해 등을 구성

5. 보상청구가 우수한 메이저 보험사 선택(그러나 갱신폭이 지나치게 큰 회사는 지양)


그런데 이 보험이란 게 마치 요리하는 것과 비슷해서 기본적인 베이스 위에 토핑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왔다갔다 할 뿐더러, 또 일정 보험의 경우 특별히 설계사의 재량에 따라서만 항목을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그래서 의료 실비에 가입하는 경우, 지인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네이버나 다음 등의 까페에 ‘보험’이라는 키워드를 치고 검색하면 보험 관련한 까페가 뜹니다. 이 중 회원수가 많고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설계사들이 많은 까페 2~3군데에 가입합니다.


 2   가입한 까페 중 한 군데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험 견적서를 올려 봅니다. 만약 가입한 보험이 없다면 가입하고 싶은 보험 조건에 대해 씁니다. (예를 들어, 저는 35세 남성입니다. 월 3만원대로 암 특약 정도만 넣고 의료실비 가입하고 싶습니다. 등등)


 3  이렇게 글을 올리고, 견적서를 올리고(없으면 생략) 기다리면 설계사들이 댓글을 주욱 답니다. 그 분들 중에 좀 더 상세히 해설한 분,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분에게 2~3명에게 보험 견적을 받아 봅니다.


 4  받은 견적을 다른 보험 까페에 올립니다. 그럼 그곳 까페 설계사분들이 댓글을 달아 줍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잘못된 부분은 공통적인 지적이 들어옵니다. 비교적 무난한 견적은 지적이 들어와도 그렇게 공통적인 지적이 있진 않고요.


 5  무난한 평을 받은 견적을 내 준 설계사에 연락해 실비에 가입합니다. 만약에 지적질로만 가득한 견적서라면, 지적을 가장 잘 해 준 설계사에게 다시 견적을 받아서 (4)번의 과정을 다시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리뷰를 통해 알맞은 보험을 가입하면 혼자 보험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답니다. 의료실비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도 이런 식으로 가입하시길 추천해요.


지인에게 소개받은 설계사가 있다면 그 분에게 받은 견적을 (1)~(5) 과정을 통해 검증한 뒤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호갱님이 되지 않으려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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